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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중추국가? 후진국 사고방식의 '짝사랑 외교'
아시아 초청국, 인도-인니-베트남-한국·방글라 순서
국가 지위와 무관, 의장국 '필요'에 따른 초청국 결정
대통령 정상회의 참석이 외교성과 되는 희한한 국가
저무는 G7 대신, 뜨는 브릭스 주목하는 발상 전환을
동아시아 분단국에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되는 것을 국제적인 지위 상승의 징표로 여기는 것 같다. 이른바 글로벌중추국가(GPS)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는 유독 집착한다. 2022년 7월 발표한 '120 국정과제'에서 5대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영향을 받는 국가에서 '영향을 주는(influential) 국가', 또 '지구촌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GPS를 정의했다. 쉽게 말해 글로벌 인플루엔서 국가가 되겠다는 말이다.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나라'가 되는 방편의 하나로 G7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한 듯하다.
오는 6월 이탈리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G7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지난 19일 나폴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극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회의에 반대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4.19. EPA 연합뉴스
머쓱해진 G7 플러스 외교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영국 콘월 정상회의에 처음 초청됐건만, 작년 일본 히로시마 회의에 초청된 것을 유독 강조해 온 이유일 터다. 아예 'G7 플러스(+) 외교'라는 담대한 포부도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월 12일 취임사에서 경제 안보 통합외교에 이은 두 번째 목표로 'G7 플러스 시대 외교'를 선언했다. "재임 중 G7 플러스 후보국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면서 외교정책 하나하나를 'G7 수준'에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오는 6월 제50차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가 한국을 끝내 초청 대상에서 제외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초청받지 못한 이유를 구절구절 설명한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황급하게 작성했는지, 팩트가 틀리거나 가공한 대목이 눈에 띈다.
매년 정상회의 의장국의 관심 의제에 따라 초청국을 선정하는 건 맞다. 자국 차원의 '필요'가 반영된다. 이탈리아가 제시한 이번 회의의 주제는 '아프리카와의 전략적 동반관계'이다. 남아공과 케냐, 알제리, 이집트, 튀니지 정상과 아프리카연맹(AU) 의장이 초청된 이유다. 자료는 "이민 문제와 연결된 아프리카·지중해 이슈 위주로 대상국을 선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청 9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우크라이나 등 비아프리카권 4개국이 포함된 사실은 과감히 생략했다. 아프리카뿐 아니라 중동 위기와 우크라 전쟁 또한 주요 의제라는 사실 또한 숨겼다. "2015년 프랑스, 2017년 독일, 2017년 이탈리아 정상회의 때 초청국을 아프리카 국가로만 구성했다"라면서 독일이 2017년 초청한 이라크는 아예 삭제했다.
G7 정상회의가 그동안 초청해 온 아시아국가.
그러면서 G7에 포함되고 싶은 열망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싱크탱크 두 곳의 보고서를 적시하면서 한국이 G7 확대 후보국임을 강조했다. 성공한 민주주의 국가인 호주와 한국을 포함한 G9을 생각할 때라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작년 11월 보고서와 4·10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한국을 G7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통합 동맹을 향하는 미일 동맹'보고서를 소개했다. 중견국을 G7에 포함하자는 지적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 애틀랜틱 카운슬은 2014년 민주주의 '10개국(D-10) 포럼'을 주최하면서 G7에 호주, 한국, 유럽연합(EU)을 포함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폴란드, 스페인은 옵서버 국가로 초청했다. 싱크탱크 차원에서만 제기된 것도 아니다.
확대 꺼리는 G7의 근시안, 더 한심한 한국의 열망
2020년 러시아의 G7 복귀와 함께 호주, 브라질, 인도, 한국의 가입을 제안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G8에서 이탈한 러시아의 재가입에 이탈리아를 제외한 5개국이 반대함에 따라 무산됐다. 러시아는 1997년부터 G8의 일원이 됐지만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자격이 정지됐다가 2018년 공식적으로 제외됐다.
한국과 멕시코, 인도 등 무역 규모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이탈리아와 캐나다 등 G7 회원국을 능가하는 국가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확대되지 않는 것은 회원국 확대에 거부감을 보이는 기존 회원국들의 아집을 방증한다. 동시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G7이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협의체임을 드러낸다. G7은 이미 1999년 출범한 G20에 기능의 상당 부분을 이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논의한 주체는 G20이었다.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2023 05. 19 [AP 연합뉴스]
우리 사회 세대 갈등의 원인을 두고, "후진국에서 태어난 부모가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라는 속설은 이 경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선진국 국민을 상대로 후진국 사고의 지도자가 가르치려 드는 형국이라는 말이다. G7 초청국이 되건, 안 되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지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G7에 버금가는, '플러스 국가'가 되겠다는 열망은 일종의 '후진국 신드롬'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
G7이 비회원국 정상을 본격적으로 초청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그만큼 기존 G7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인 동시에 비회원국에 외교적 특전을 베푼다는 심리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이탈리아처럼 주로 의장국의 '정치적 필요'가 주된 초청 동기였다. 프랑스가 2011년 아프리카 11개국을, 영국이 2013년 아일랜드만 초청한 배경이다. 일본은 2016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라오스, 스리랑카, 베트남, 파푸아 뉴기니 등 아시아 6개국을 처음 초청해 아시아 외교의 지렛대로 삼았다. 2년 뒤 캐나다는 베트남과 방글라데시를 초청했다.
G7·나토 정상회의 참가가 외교성과?
2019년 이후 단골로 참가한 아시아 국가는 인도다. 이번 이탈리아 회의까지 5번 초청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각 3회 초청됐다. 한국은 방글라데시와 함께 2회 초청국이다. G7 회의 참가 횟수가 글로벌 지위의 잣대라면 한국은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에 뒤지고, 방글라데시와 동률이 된다. 객관적인 지표에서 이미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GPS니, 플러스 국가니 하면서 G7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외교 치적으로 강조하는 정부가 시대착오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7.11. 연합뉴스
정상회의 주제도 초청국 결정 기준의 하나다. 한국 대통령이 처음 참가한 2021년 콘월 회의의 화두는 코로나19 대확산의 극복이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논의의 전문성과 경험을 심화하자"라면서 코로나19 대처 모범국이었던 한국과 인도·호주·남아공을 초청했다. G7을 D-10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존슨 총리의 지론이었다.
G7 정상회의 연 2회 초청이 무산되자, 대통령실은 나토 정상회의에 올해까지 3회 연속 초청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 초청국 역시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의 우선순위와 필요가 결정 기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년 마드리드, 2023년 빌뉴스 정상회의에 이어 올 7월 워싱턴 정상회의에 핵심의제는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의 위기다. 우회 지원일지언정 개전 이후 포탄과 무기의 주요 공급국인 한국이 포함되는 건 당연하다.
미국이 나토와 동아시아 양자동맹 간 연결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반영됐다. 한국은 이미 2010년 리스본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 참가했다. 또 호주·콜롬비아·이라크·일본·몽골·뉴질랜드·파키스탄 등과 함께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 국가'다. 미국이 나토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GPS 정부' 이후에도 한국 대통령은 계속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글로벌중추국가의 외교 역량과 무관한 결정이라는 말이다. 이걸두고 외교적 성과라고 확성기에 떠드는 건 국민 우롱이자, 국민 모독이다. G7, 나토이건 그들의 아젠다에 동참하는 대신, 우리의 아젠다를 들고 정상외교를 펼치는 게 실용적일 것이다.
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산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에 모인 각국 지도자들. 왼쪽부터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2023.8.23. 로이터 연합뉴스
브릭스 외교의 골든타임
G7 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연연하는 퇴행적 사고보다 더 심각한 것은 새롭게 떠오르는 국제사회의 실체를 한사코 외면한다는 점이다. G7과 브릭스(BRICS)의 경제적 지위는 2028년을 기점으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반영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G7의 점유율은 1992년 45.7%에서 2022년 30.3%로 줄었다. 2028년에는 G7이 27.8%, 브릭스가 36.6%로 예상된다. 경제력이 국가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저무는 서구에 매달리면서, 떠오르는 브릭스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자세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GPS를 운운하는 동안 브릭스에 분산투자할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지나고 있다.
출처 : G7 정상회의에 그토록 가고 싶었나, 허망한 'GPS' < 외교안보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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