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셨사옵니까 왕비마마."
무엇이 그리 좋은지 왕과 옥보당은 서로 마주보며
즐거운 듯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하향이 머뭇거리며 화원으로 들어섰고
하륜은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서 앉으시지요.
마마께서 늦게오셔서 아니오시는 줄 알았사옵니다.
여봐라! 음식들을 가져오너라!"
옥보당이 애교넘치는 목소리로 하향을 이끌었고,
하향은 굳은 얼굴로 왕과 옥보당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옥보당마마.
그 자리는 왕비마마의 자리가 아닌가 싶사옵니다."
막 하향이 자리에 앉자 조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옥보당에게 말을했다.
그도 그럴것이 옥보당은 당연하다는 듯 왕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것이다.
엄연히 지금은 하향이 왕비이거늘 한낮 후궁이 왕의 옆자리에
앉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상궁의 말에 옥보당은 곱게 화장한 눈을 치켜뜨며
조상궁을 잠시 노려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차! 제가 무례를 범했군요. 습관이 되어놔서..
마마 소첩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아...아닙니다.."
"옥보당은 자리에 앉아라."
옥보당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가만히 있던
하륜이 입을 열어 그것을 제지했다.
"하오나 폐하. 폐하의 옆 자리는 당연히 왕비마마가
앉으셔야 하옵니다."
"그냥 니가 앉아있거라. 자리가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그리고 조상궁. 니가 감히 상전인 옥보당을 가르키려 드는게냐.
왕비는 도대체 상궁들을 어떻게 교육시킨 것이오!"
하향을 보며 조롱하는 듯 한 그의 표정.
아무리 둔한 하향이라도 그것이 자신에 대한
반감이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가만히 앉아있던 하향에게 불똥이 튀자
조상궁은 어찌할 줄을 몰라하는 듯 했다.
이자식이..
자기 여자한테 한소리 했다고 자기 엄마뻘 되는
사람한테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
게다가 그 비웃음은 뭐야!!
"송구하옵니다 폐하. 옥보당은 그냥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시게.
폐하의 옆에 앉고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니."
하향의 말에 옥보당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하륜은 하향을 쳐다보았다.
하륜의 까만눈이 하향을 응시했고, 하향역시 화가난 눈빛으로
당당하게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흥!!!
누가 니 옆에 앉는데?
니 옆에서 밥 먹다가 체할일이 있냐?
뭐가 그렇게 잘나셔서 시종일관 남을 깔아봐?
아주 웃기는 놈 아니야!!
엿먹어라 자식아.
속으로 하륜에게 세번째 손가락을 쉴세없이
올리면서 하향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에 손을 뻗었다.
"폐하~ 이것 좀 드시옵소서. 맛이 좋사옵니다~"
옥보당이 콧소리를 섞어,
하륜에게 닭고기의 살일 발라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하륜은 언제 하향을 노려보았냐는 듯
표정을 바꾸며 옥보당이 건네는 닭을 받아 먹었다.
웨 - 엑 !
저렇게 사이가 좋으시면서 그날 밤 나를 덮친건 뭐야?
아무리 술에 꼴았다고는 해도 남자가 지조가 있어야지 지조가!!!
하향은 괜시리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히며
밥을 입으로 막 밀어넣었다.
식사하는 내도록 하륜과 옥보당의 애정행각은 그치지 않았고
하향은 도무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지경이었다.
"풍경이 좋지요. 마마? 이곳 향화원은 폐하께서 제게 주신
화원이랍니다. 제 고양이들과 강아지들도 좋아하는 곳이지요."
폐하께서 제게 주신.
이라고 말을 하며 옥보당은 하륜에게 눈웃음을 날렸다.
그런 눈웃음에 답하듯 하륜역시 미소를 지었지.
완전 닭살 커플이구만.
서로 좋아 죽으면서 왜 옥보당은 나를 저 되먹지 못한놈이랑
친하게 지내게 하려고 그러는거야?
나 같으면 내 남자 딴 기집애랑 공유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 곳으로 건너오기 전 남자친구였던 강효가 생각나는 하향.
한때는 강효와 연주도 하륜과 채령처럼 사이좋은 커플이었지.
이모부에게 구박당하고 있는 걸 온 몸으로 막아내어
나를 지켜주고, 한겨울에 쫓겨나 오갈데 없는 나를
데려다가 공주님처럼 대해줬었지.
자신의 식구들에게도 며느리감을 데려왔다며 큰소리 치고
생리통에 아파 뒹굴면 뜨거운 팩을 내 허리에 감아놓고
밤중에 문 연 약국을 찾아 뛰어다녔었지.
100일, 200일, 300일 그리고 1년째 되던 날 마다 강효는
눈물 날 만큼이나 멋진 이벤트를 해 줬고 세상에서 날 가장특별하게
만들어 줬었는데.
내가..살아가는 이유였고,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유일하게 가르켜 준 사람이...
민강효.. 너..너..하나였는데...
"마..마마.."
옥보당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했다.
하륜역시 당황스러운 얼굴로 하향을 쳐다보았다.
"아..미..미안..나..난..피곤해서 먼저 일어날게..
먼저 일어나겠사옵니다 폐하. 옥보당..오늘 점심식사 초대
고마웠네.."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출줄을 모르고,
하향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상궁은 급하게 달려와 하향을 부축했고,
하향역시 빠른걸음으로 향화원을 벗어났다.
"마..마마..어디가 편찮으시옵니까..?
"아니..아니다..그냥..갑자기 집이 생각나서.."
조상궁의 물음에 하향은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집 생각 때문이라 둘러댔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문을 보고 떨리는 가슴에 민강효 같은건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또 생각이 나는걸까.
왜 이리도 가슴이 아픈걸까.
하향은 여의환을 내려다 보았다.
나를 이곳으로 보내면서 그냥 예전의 기억 전부 다
잊게 해 주지 그랬어요.
모든 걸 다 잊고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도록..
하문을 내 친오빠로 알고 살아가도록.. 그럴 수 있도록..
해 주지 그랬어요..
4년이란 시간동안 민강효가 내 안에 너무 깊게 박혀서
쉽사리 빼 낼 수 없다.
잊은 듯 지내왔지만 갑자기 터지는 눈물이란.
정연주 이렇게 구질구질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사랑에 목 매는 사람이 된거야...
잠시 걸을음 멈추어 여의환을 내려다 보던 하향은
답답한 가슴을 움켜쥐고 다시 강월전으로 돌아갔다.
"마마..안색이 좋지 않사옵니다. 어의를 부를까요.."
"아니..아니다.."
강월전으로 들어와 침상에 걸터앉은 하향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마마는 옥보당 마마님보다 폐하께 더 사랑받으 실 수 있사옵니다."
하향이 갑자기 눈물을 보인것이 하륜과 채령의
다정한 모습 때문이라 여긴 조상궁이 하향을 위로하려 말을했다.
하지만 하향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니..아니..두사람 사이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네..
그리고..굳이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
하향의 말에 무슨 뜻이냐는 듯 조상궁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어쉬고는 잔뜩 젖은 눈으로 창문을 응시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너무 사랑해서 내 모든 것 다 내 줬는데
그런 나한테 질렸다고 뒤도 안돌아 보고 가더라..친구한테 들은건데
젊은 기지배가 옆에 붙었다고 그래서 늙다리인 나는 필요없어진거래.
처음엔 어이없고 열받아서 찾아가서 싸대기부터 날렸지.
그런데 그놈이 뭐라는 줄 알아? 한대 때렸으니 됐지..? 이러는거야..
그러면서 더 때리려면 더 때리래. 맞겠다고. 대신..구질구질 하게
잡지 말라고.."
중얼중얼 내뱉는 하향의 말을 알아듣는지 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조상궁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막 때렸어..손으로..들고있던 가방으로..그리고 구두로..
막 차고 때리고 물고..그렇게 한참을 패고나니깐 그놈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옷을 툭툭 털고 말이야..잘가라고 딱 한마디 하고는 휑 하니 가더라.
그리고 나는 미친년 된거지. 길거리에서.
그길로 포차에 들어가서 소주병 나발불고 엉엉 울었어.
내가 너무 불쌍해서 말이야.. 내가 너무..한심해서 말이야..
그깟 사랑이 뭐라고 거기에 목매고 있는거 없는거 다 줬는지.."
중얼거리던 하향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는 듯 싶더니
이내 하향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이곳으로 와서는 다 잊은 줄 알았어..다른 사람 마음에 담고..
그 사람 때문에 설레고 하면서 다 잊은 줄 알았는데..후아..
그게..아니더라고..여기...여기에 그 인간이 콱 박혀서.."
하향이 자신의 가슴을 탁탁 치면서 말했다.
"나가질 않아..그렇게 모질게 한 사람인데 그래도 사랑해.
그래도 아직 사랑하고 있어..생각하면 이렇게...눈물부터 나고..
이렇게 가슴이 아프다니...하아..."
끝내 하향은 침상위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비단 이불을 꽉 쥐고서 하염없이 울었다.
민강효 너란자식 잊을려면 나 어떻게 해야하는데.
민강효 너란자식 잊을려면 내가 뭘 어째야 하는데!!!
내게 했던 말들, 행동들 모두 그녀에게 다시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겠지.
화가나.. 화가나서 미칠 것 같아..
그래도 니가 보고싶다면..
내가 미친거야..?
"그래도 마마님은 사랑을 하셨습니다.
비록 아프게 끝났다고는 하나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 마마님은
행복하셨을 것입니다. 아파하지 마십시오 마마님.
살아가는 동안에 몇번이고 사랑을 다시 찾아 올 것입니다.
본디 첫사랑이란 이루어지지 않아 아름다운 것이라 하지 안습니까."
조상궁이 쓰러져 울고있는 하향의 등을
쓰다듬으며 조근조근 말했다.
자신의 등을 쓰다듬는 손이 너무 따뜻해 하향은 조상궁의
치마폭에서 한참을 울다가 지쳐 잠이들었다.
하향이 잠이 들자 조상궁은 하향을 침상위로 완전히 올려
이불을 올려 덮어주고는 잠시 하향을 내려다 보았다.
아직 눈물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그 눈물자욱마저 아름답게 보였다.
연약하디 연약한, 청조하디 청초한 작은 여인.
사랑으로 인해 이렇게 아파하는 여인이,
시기와 암투가 끊이지 않는 궁궐안에서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탁 -
강월전의 문을닫고 나온 조상궁이 매향이를 불렀다.
"부르셨사옵니까."
"너는 영의정 대감의 집으로 가서 왕비마마의 오라비인 하문도련님께
내일 왕비마마를 뵈러 오기를 청한다고 전해라."
"예.."
오랜시간 남매로 지내왔으니 오라비가 와서
달래준다면 하향이 어느정도 기운을 다시 차리리라 생각한
조상궁은 매향을 시켜 하문을 불러오라 명했다.
.....#
오늘도 여전히 궁녀들이 수발을 드는 가운데
하향은 치장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녀를 특별히 보러오는 사람도 없건만 매일 아침 치장은
왜그리도 화려하게 하는지..
"왕비마마. 하문도련님께서 오셨사옵니다."
조상궁의 말에 하향은 잘못들은 듯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문이라니.. 궁에 올 일이 없을 텐데..
"마마.."
조상궁의 보챔에 퍼특 정신을 차린 하향은
더듬더듬 들어오라 말을 했다.
드르륵 -
문이 열리고, 역시나 푸른색의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들어오는 하문.
긴머리도 도포자락과 함께 살짝살짝 흔들렸다.
"마마를 뵈옵니다."
하문이 격식을 차려 인사를 하자,
하향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저..이..이러지마..우..우선은 자리에 앉아.
매향아! 다과를 차려오렴!"
매향에게 다과상을 주문하고서 하향은 조상궁과
궁녀들을 물리고 하문과 단 둘이 탁자에 마주앉았다.
"가..갑자기 궁엔 무슨 일이야?"
뜻밖의 방문인 하문이 반갑기도 하면서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하며 하향이 물었다.
"무슨일이야?"
대뜸 무슨일이냐며 물어보는 하문.
하향은 그게 무슨말이냐는 듯 한 표정으로 하문을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에 니 시녀가 와서는 대뜸 입궐하라고 하잖아.
그래서 궁에 왔더니 조상궁이 너한테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위로를 하래나 뭐래나.."
표정을 보아하니 썩 내켜서 온 것은 아닌듯.
하문은 연신 툴툴거리고 있었다.
그런 하문을 보자 하향은 온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 했다.
하긴..
니가 그냥 내가 보고싶어 입궁했을 리가 없지..
조상궁도 쓸데없는 짓을 해서는..
"마마..다과상 이옵니다."
"들거라.."
매향이 발소리를 죽이며 다과상을 들고와
탁자위에 올려놓고 다시 나갔다.
"조상궁이 쓸데없는 짓을 했네. 아무일도 없어."
"거짓말 하지마. 니 눈 붕어눈 이거든? 왜? 옥보당이 괴롭혔냐?"
팔짱을 낀 체로 인상을 쓰면서 하문이 말했다.
"그런거 아니야. 정말 아무일도 없었어."
하향은 고개를 숙인체로 대답했다.
"항상그랬지. 채령이가 괴롭혀도 너는 아무일도 없었다고 대답했지."
번쩍 -
뜻 모를 하문의 말에 하향이 고개를 치켜 들었다.
하문은 고요한 얼굴로 탁자에 올려진 다과 하나를 집어들었다.
"하향이는 그랬어. 남들이 뻔히 보이게 채경이가 괴롭히는데
아니라고 그랬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으면서 채령이는
좋은 친구라고 그랬지. 하지만 너는 아니잖아?"
아삭 -
다과를 베어물면서 하문이 말을했다.
너는 아니잖아?
그 말 한마디가 하향의 가슴에 콕콕 박혔다.
그래. 아니지.
난 니가 사랑하는 하향이가 아니지.
"무슨..뜻이야?"
"너는 하향이가 아니니, 채령이가 괴롭히면 괴롭힌다고
말을 할 수 있는게 아니냔 말이야."
아삭 아삭 아삭 -
남은 다과를 입에 다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는 하문.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는 하문을 보며
하향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꾹 쥐었다.
"설마 너 멍청하게 괴롭히는 걸 다 받아주고 있었던 건 아니지?"
"뭐야? 멍청?! 그럼 그거 다 받아주면서도 옥보당이랑 논
하향이는 멍청한게 아니고 뭔데!!"
"말조심해."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 하향에게
하문이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말을했다.
하향은 뭐라고 좀 더 쏘아대고 싶었지만 하문의 싸늘한
표정에 입이 떨어지질 않아 말 없이 하문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여우야. 아주 지능적으로 사람을 괴롭혀.
꼭 때리거나 말로해야 괴롭히는게 아니라고.
주위 사람을 이용해 너를 괴롭히거나 은근히 너를 내려깔지.
진채령은 여우라고."
"그만해!! 옥보당 욕 하지마!! 난 니 동생같이 띨~하지 않아서
누가 나를 괴롭히고 누가 나를 싫어하는 지 아주 잘 아니깐 말이야!"
벌떡 -
하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은 그와 처름 만났던 날만큼이나 차가워져 있었다.
문득 밀려오는 두려움에 하향은 몸을 떨었다.
"내가 함부로 말 하지 ㅁ.."
"폐..폐하 께서 드셨사옵니다 마마."
그때, 조상궁이 떨리는 목소리로 왕이 왔다는 말을 전했다.
생각지도 못한 왕의 방문에 하향과 하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마마.."
"아..드..드시라 하거라.."
문이 열리고, 황금색의 휘왕찬란한 옷을 입은 왕이
당당하게 강월전의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그리고 하문과 하향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에 잠깐 멈칫하는 하륜.
"폐하를 뵈옵니다. 소인, 영의정대감의 아들이자 왕비마마의
오라비인 정하문 이라 하옵니다."
하문이 표정을 바꾸어 하륜에게 격식을 차리며
자신을 소개했고, 이에 정신을 차린 하향역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아..낯이 익다 했더니 영의정의 아들이었구려.
누이와 대화를 나누는데 내가 방해 한 것이오?"
"아닙니다. 막 일어나려 던 참이였습니다."
"헌데..표정이 좋지가 않구려..왕비와 다투기라도 한 것이오?"
하륜의 물음에 하문이 멈칫했다.
"폐하께서 강월전엔 어인일이십니까."
곤란해 하는 하문의 표정을 보고 하향이
하륜에게 말을했다.
"아! 어제 왕비가 그렇게 가고나서 마음이 편하질 않아
찾아왔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을하며 자리에 앉는 하륜.
하륜의 말에 하문과 하향은 놀란 듯 하륜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뭐하는 게요. 자리에 앉지 않을 게요? 둘다 자리에 앉지."
하륜의 말에 하향과 하문이 얼떨떨하게 자리에 앉고,
다시 문이 열리며 매향이 하륜 몫의 찻잔을 급히 내어왔다.
"녹차로군."
도대체 이 인간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거야?
어제는 그리도 재수없게 굴더니..
뭐? 내가 그렇게 가서 마음이 편하질 않아?
웃기고 있네!!
"어제의 일로 오신거라면 저는 괜찮으니 심려치 마시옵소서."
하향은 하륜이 찾아온 목적에 대해 답을하고
하륜과의 자리가 불편하다는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하륜은 그런 하향의 심기를 느끼면서도 짐짓 모른체
찻잔을 들어 차를 넘겼다.
"아..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닌듯 하옵니다."
"오라버니 가지마세요."
일어나려는 하문의 팔을 붙잡는 하향.
몇일만에 본 하문이라 싸우면서라도 같이 있고 싶었다.
아무리 옥보당이 친언니같이 대해준다 하지만
넓디넓은 궁궐안 어디하나 정 붙일 곳없는 이곳에서
하문을 조금이나마 더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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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환, 그리고 파란만장 궁중일기] 15
여우별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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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2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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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라버니 가지 마세요~ // 왠지 ㅇ_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륜 혹시 옥보당이 시켜서 온건 아니겠죠??
오라버니 가지마세요... 방금전이랑 180도 다른 말이네요... 느끼하다ㅜㅠㅜ
>_<1편부터 봤는데 너무너무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