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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 대 맞고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그 다음부터는 조용해진 녀석이었다.
나름대로 기분좋았는데.
나름대로.. 설레였는데.
녀석이 결혼하자는 말은 내게서 그저 한 순간
기분 좋아지는 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 나 오늘 학교 가. "
" 너 자꾸 그렇게 말 짧게 할거야? "
" .....나 오늘 학교가요. "
" 그래 잘 생각했어. 너.. 꽤나 교복 잘 어울렸거든. "
그냥 대충해준 칭찬에도 저렇게 싱글벙글 해지는
녀석을 바라볼 때면, 그냥... 남동생같았다.
녀석은 씩씩하게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나도 출근준비를 했고, 집에서 나오자
교복입고 쭈그려앉아있는 녀석이 눈에 띄었다.
" 학교... 안갔어? "
" ....이거. "
" 응? "
녀석이 내민것은 다름아닌.. 교복 타이었다.
생긴건 진짜 넥타이처럼 생겼지만, 넥타이보다
착용하기 쉬운 교복 타이.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 이거 뭐~! "
" TV도 안봤어요? 자~ 얼른 해줘요."
" 나 원 참.. "
혀를 차면서도, 녀석의 목에 타이를 착용시켜 주고
있는 나는 뭔지... 타이가 단정하게 채워지자
내 이마에 따뜻함이 묻어났다.
그건 바로 녀석의 입술이었다.
" 오늘 하루도 아무일 없이, 행복만 가~득하길. "
" 아침뽀뽀구나.. "
" 나 먼저 갈께요. 살짝 늦은것 같아서.. 빠빠이~ "
녀석은 빠르게 달려갔다.
녀석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도 내 갈길을 향해 출발했다.
웬지 오늘은.. 기분 좋은 일들만 일어날것 같았다.
" 저거.... 강준희 아니야? "
" 어? 맞는데? "
" 저 자식이.... 야!!!! 강준희!!! "
뒤에서 내 이름을 힘차게 부르는 목소리.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녀석들을 보려고
몸을 돌렸을땐, 그 미소를 숨겼다.
" 야 이 자식아.. 어떻게 된거야! "
" 그래! 너 무슨일은 있어도, 꼭 학교는 오잖아! "
" 이 형아가... 가출이란걸 좀 했거든. 학교오면 잡히잖아. "
" 곱게 자란것들이 더 그런다고... 니 가출 난 이해못하겠다. "
" 나도. 니가 뭐가 아쉬워서 가출이냐? "
" 꿈을찾아.. 삼만리라고나 할까. "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
" 하여튼... 반갑다 친구들아! "
현우와 성민, 그리고 나까지 우리 셋은 중학교때부터
쭈욱 친구였다. 지긋지긋한 사이었지만, 서로 떨어지기
싫어서 이렇게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는 꼴이 되었다.
엄마가 전화할까봐, 핸드폰 번호를 바꾼것을
현우와 성민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녀석들과 연락한다는게 엄마귀에 들어갔다가는
녀석들이 꾀나 고문당할것 같아서였다.
" 우리 엄마한테 연락 없었어? "
" 예상외로 없으시던데? "
" 다행이다. 난 또 나 없는 사이에 너네들
울엄마한테 시달리고 있는줄 알았지. "
" 니네 엄마 목소리로 전화라면... 난 백번이고 받을 수 있어. "
현우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갖고있었다.
우리 엄마가 자신의 이상형이라나 뭐라나...
우리 엄마를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현우의 말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학교 생활은 그 어느때 보다 즐거웠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즐거웠다.
" 강준희!! "
현우와 성민과 함께 나란히 길을 걷고 있던 중
뒤에서 내 이름을 크게, 그리고 감정을 싣은채 부르는 여자.
바로 채영이었다. 채영의 얼굴에는 '강준희를 원망함.'
이라고 써져있었다. 화가 많이 났나보다.
" 야! 너 어떻게 연락 한 번 없냐구! "
" 현우하고 성민이한테도 연락 안했어. 공평하지? "
내 말에 아무말 못하는 그녀였다.
채영은 어렸을 때부터 인연이 있는 아이였다.
채영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은 아주 각별하게 친한 사이셨고
그 덕에 나와 채영도 각별하게 친한 사이였다.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심지어 학원이나 기타 등등의 시설에서도
모든 같이 할 수 있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지만, 눈에서 가까우면
무슨말 안해도, 그냥 친구가 되는거였다.
채영과 나도 그런 케이스였다.
" 집에 얼른 들어가! "
" 다 떄가 되면 돌아가게 되있어. "
" 어리다고 티내니? 젊다고 유세떨어? "
" 무슨 소리야.. "
" 너 모르겠어? 너 하나 때문에 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피해보잖아! "
" ...우리 엄마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
" 아니! "
" 그런데 무슨 피해야!! "
" 그러니까 니가 무식한 어린애지.. "
채영의 말에 나는 흥분해서, 목소리 톤이 커졌다.
하지만, 채영은 시종일관 똑같은 억양과 똑같은 사운드로
나를 대했다. 그리고 차가운 표정도 빼먹지 않은채..
내 목소리가 커지자, 현우와 성민은 나를 말렸지만
채영은 그런 내 모습을 상관도 안한다는 모습으로
내 화를 더 돋구기만 했다.
" 무식해? 어린애? 나이도 똑같은게!! 너는 뭐 어른이야!?? "
" 현우랑 성민이도 말은 안하지만, 피해보고 있잖아!! "
" 뭐? "
" 니가 집 나갔다고 하면, 우리는 뭐 가만히 있었겠어? "
" .......... "
" 친구라며, 우리들은 친구라며! 어떻게 걱정 안 할 수 있냐고! "
" .......... "
" 왜 걱정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들고.. 다 피해주는건데!?? "
" .......... "
"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넌 왜 너 밖에 몰라? "
" 그래도... 집에는 안들어가. "
" 뭐? "
" 나 살 곳도 구했고, 든든한 후원자도 있어. 됐지? "
" 야 강준희... "
" 기댈 사람도 있고, 외로움 덜어줄 사람도 있어. "
" ..여자생겼니? "
" 응, 그냥 여자가 아닌... 아주 특별한 여자. "
" 야... "
" 결혼하고 싶은 여자. "
나는 채영이를 한 방 먹이고, 뒤돌아 서서 내 갈길을 갔다.
채영이는 내가 삐뚤어지려고 하면, 나를 바로 세워주려는데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역할은 채영이가 아닌
은주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생겼다는 말에, 그리고 결혼하고 싶다는 말에
놀란건 채영이 뿐만 아니라, 현우와 성민도 마찬가지였다.
교실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누나에게서 문자가 왔다.
' 연락바람. '
" 참 간단하네.. 또 무슨일 생긴건가? "
나는 시끌벅적한 교실에서 나와서, 복도를 거닐었다.
그러면서, 누나 번호를 꾹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나가고,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런 빌어먹을! ]
" 무, 뭐야.. 욕부터 하고. "
[ 너.. 뭐야. ]
" 뭐긴... 누나 동생 강준희지. "
[ 너 정말 꿈 이루기 위해 나간거 맞아? ]
" 무슨... 뜻이야? "
[ 여자때문에 나간거 아니야!!?? ]
" ...채영이야? "
[ 여기서 채영이가 왜나와! ]
" 그럼 누가 그딴 소리 지껄였는데!! "
[ 오늘 아침에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
" ...아.... 침에? "
[ 너 오늘부터 학교 나간다고 해서, 잠깐 만나려고 왔더니..
어떤 늙은 여자한테 너 뽀뽀하고 있더라? 내가 기가막혀서 진짜. ]
아뿔싸.. 누나가 직접 찾아 올지는 꿈에도
예상하지도 않았고, 계산같은것도 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누나의 신뢰가 깨진다면, 나는 큰 영향을 받을것이다.
누나는 유일한 내 후원자였기 때문이다.
돈쪽으로나, 상담해주는쪽으로나, 정보전달 쪽으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건지 난... 몰랐다.
[ 너 뭐야? 너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
" 나오자 마자... 사랑에 빠졌어!!! "
[ 뭐야.. 아무것도 아니네. ]
" 아무것도 아니라니? 사랑이 말장난이야? 사랑이 무슨놀이냐고! "
[ ...잤니? ]
" 뭐? "
[ 그 여자랑 어디까지 간거야? ]
" ..나... 그렇게 못되먹은 놈 아니거든? "
[ 나름대로 소중한가봐? ]
" 나 성공하면... 그 여자랑 꼭 결혼할거야. "
[ .....미친놈. ]
" 뭐? "
[ 엄마 또 쓰러지시지. 또 쓰러지셔.. ]
" 그 여자가 얼마나 좋은여자인데... "
[ 나이도 꽤 있어보이던데? ]
" 응... "
[ 아무리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라지만, 내 동생이 이모나
고모뻘 되는 여자랑 그렇고 그런다면 창피할거야. ]
" 이모뻘, 고모뻘 아니야! "
[ 닥쳐. 너랑 말하면 머리가 터질것 같아 끊어!! ]
누나는 난폭하게 전화를 끊었다.
제길 누나까지 왜 이러는 건지.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은주씨가 내 고모뻘이고 이모뻘이 된다는건지..
누나의 과장은 좀 심했다.
학교가 끝날때까지 아무것도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뭉치기로 했다.
녀석들이 나 돌아왔다고, 나름대로 파티한다니 뭐라니.
우리는 술을 마셨고, 정신이 몽롱해지려고했다.
현우와 성민도 나와 같은 상황이었고
집에 가기가 어려워, 누나를 불렀다.
누나는 현우와 성민이를 각각 택시에 태워 보냈다.
" 이런 짐승만도 못한 자식! "
" 나 사람인~데~~ "
" 으이구, 진짜... "
술에 취한 준희를 뭐가 이쁘다고 힘들게 부축까지하며
집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건지 난 몰랐다.
이 나쁜자식. 연약한 누나를 불러서, 이렇게
생고생을 시키는 구나.
넌 동생이 아니라, 완전히... 웬수다 웬수.
더 이상 좁은 골목에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차에서 내려, 준희를 데리고 걸었다.
걷다가, 눈 앞에... 낯익은 여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나와 준희를 번갈아 보면서, 묘~한 표정을 짓는 여자.
생각을 진지하게 하다가, 그 여자가 바로...
오늘 아침 준희와 함께있던 여자라는걸 알게되었다.
나는 준희를 부축하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내가 점점 자신쪽으로 온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담담한 표정으로 나와 준희를 바라보았다.
" 안녕... 하세요? "
" 네, 안녕 하세요. "
" 준희가... 많이 취했어요. "
" 아.... 네. "
" 준희랑... 무슨 사이예요? "
" 네? "
" 그냥... 이웃사촌? "
" 아뇨... 애...... 인이요. "
" 설마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잡았네요. "
" 네? "
나는 준희에게서 이 여자를 떼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진지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표정도 짓고, 그에 걸맞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 역시, 준희에게 다른여자가 생겼다고 짐작은 했었어요. "
" 네? "
" 준희... 사실은, 연상녀만 보면 아주 환~장하는 놈이죠. "
" 네? "
" 이 사실 모르셨죠? "
" 아... 네. "
" 정떨어지죠? 하지만 전 정떨어지지 않아요.
준희에게 여자는 저 하나뿐이었으면 좋겠네요. "
" .......... "
" 긴말 하지 않을께요. 준희랑.. 헤어져 주세요. "
내 말에 꽤나 충격을 받아야지 마땅한테, 그녀의 표정은
너무도 담담했다. 뭐지? 뭐지? 내 연기가 어색했나.
뭐야, 걸린거야? 준희랑... 내가 닮은건가.
눈치.... 챈건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입에서는
아주 담담하게 말이 나왔다.
" 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저 저석에게
일회용품같은 존재 아니예요. "
" 네? "
" 아침식사 같이하는 일회용품 봤어요? 따뜻한 미소를
받는 일회용품 봤어요? 내거라고 욕심부리는 일회용품 봤어요? "
" .......... "
" 저.. 자신한테 마음가는대로, 몸이 가도록 허락했어요.
그러니까 포기는........ 그쪽이 해요. "
" .......... "
" 나.... 나는... 준희랑... 같이 자본적도 있어요! "
벌써 10편이 되었습니다. 축하축하 해주세요!
그런 기념으로 리플이 40개가 넘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하하하! 40개가 넘으면 오늘 안으로 한 편 더 쓸수 있을것 같은데....
소설 보고난 뒤 리플 남겨주시는건 매너잖아요^^
첫댓글 오홋.... 맨 마지막... 압권!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재미있어요 다음편도 기대되고 그 다다음편도 아 언능 올라왔으면
까야 !!!!!!!!!!!! 재밌어요 !!!!!!!!!!!!!!!!!!!!!!나는 나는 6등 !!!!!!!!!!!!!!!!!!!!!!!!!
우앗재미써여
으아 , 은주 대담한데~ _ _
재미있어요 작가님 열심히쓰세요
ㅈ ㅐ밌어요+_ + 담편 빨리빨릴~ ㅋㅋㅋㅋ
너무 재밌어용 이거 오늘 처음 봤는데 킬킬 할만한 소설
재밋어요 ㅠ_ㅠ...
아~ 작가님의 맨 마지막 말은... 은근한 협박??? ㅋㄷㅋㄷ
열심히쓰세요ㅎㅎ
한편 더 쓰신다기에 한번 써봅니다 ^^ 준희 누나가 참 많이 화날꺼에용 동생은 안잤다고 했는데 여자는 잤다고 하니.. 동생말을 믿겟죠 건필하셍
재밌어요 !!ㅎㅎ
왜 이렇게 마지막이 다 귀여운지ㅎㅎ
40개 안되도 올려주시지..
건필하세요-
저렇게도 말할수 있다니 대단한것 같아요~!!!!다음편 기다려져요~!!님 언제나 힘내세요~
하하하 재미있어용!
재밋어용
매우재미잇어요 ㅋㅋ 오늘 첨 봣는데 ㅋㅋ 계속 보게 되네요 ㅋㅋ 빨리 올려주시면 좋겟어요 ㅋ
이야 ㅋㅋ 은주 아주 말잘하는데?ㅋㅋ
재밋어요^. ^ㅋㄷ 하루에 하나 읽는데 ; 매일 궁금하다는ㅜ 하루에 여러개 안되요 ?ㅋㅋㅋ^. ^ 10편넘은거 축하드려요^. ^
늦게봐서 죄송해용 준희누나나 준희애인이나 둘다너무 멋있어용 다음편도 기대할게용
크크크크ㅡ.....ㅎㅎㅎㅎ준희귀엽
ㅋㅋ 재밌네요,
ㅋㅋㅋㅋ
하하하ㅏ하 미친듯이 가슴이 콩닥콩닥> < 10편 축하드려요 ㅎㅎㅎㅎ 앞으로 더 기대 되는 ㅎㅎㅎ
담편기대기대기대기대~~~~~~~~ㅎㅎ
한편 한편 볼때마다 마지막 말들이 너무 인상적이라는자꾸 중요한 부분에서 끊으시다뉘 ㅜ0ㅜ
재밌어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ㅜㅜ
어떡해 ㅋㅋ
꺄륵>-<요소설!너무재밋엇용
40개 넘는거 같은데 -_-ㅎㅎ ㅊㅋㅊㅋ
어머;이모빨 고모빨이라니;;;;;;
헐.. 점점 재밌을꺼 같애요 ㅋㅋ
42개네여~~ 안냐세여~~ 자칭 소설광뇬이 임돠~
정말 당돌한여자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