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의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한국 배구사가 바뀌었다고 한다. 혹자는 그의 강철 어깨를 사후(死後)에 정밀해부해 영구보존해야 한다고도 한다. 지난 3일 막을 내린 배구슈퍼리그에서 소속팀을 7년 연속 정상으로 이끌고 네 번째 MVP를 수상한 ‘갈색폭격기’ 신진식(28·삼성화재). 봄바람 불던 날,베이지색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그와 아름다운 아내 권세진씨(27),그리고 기자는 날씨만큼이나 기분 좋은 삼각데이트를 즐겼다.
■‘땜빵’ 국가대표로 한순간에 떴다
90년 전북 익산 남성고에 입학한 고교선수 신진식은 볼품없었다. 170㎝의 작은 키도 그렇거니와 배구 실력도 별반 눈에 띌 것이 없었다. 정작 본인도 의욕 없이 연습시간을 때웠다. 어느 날 훈련 도중 힘껏 때린 볼이 그만 네트에 쿡 쑤셔 박혔다. 순간 한 선배의 입에서 욕이 터져나왔다. “나가,이 ××야!” 6개월 동안 코트 안에 발도 못 붙이고 공만 주웠다. 이때 부린 오기와 노력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린 그는 성균관대에 보란 듯이 스카우트됐다. 그래도 1년 위 김세진(삼성화재·당시 한양대)의 화려한 명성에는 감히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95년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나온 김성채(LG) 대신 ‘땜빵’으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곧바로 열린 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예선. 그는 백만불짜리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스파이크와 불같은 서브로 한국,아니 아시아 배구팬들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배고픈 과거가 만든 대한민국 배구스타
“가난한 집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오늘의 신진식은 없었을 거예요.” 전주 변두리 판자촌에 있는 10평도 채 안 되는 단칸방. 아버지와 별거한 어머니와 형 누나,그리고 외할머니까지 모두 다섯 식구가 몸을 웅크리고 자야 했다. 어머니의 식당 허드렛일 벌이로는 3남매를 배불리 먹이기 힘들었다. 항상 배가 고파 뒷산에서 칡뿌리와 산열매로 허기를 달랬던 그는 배구반에 가면 생달걀과 카스텔라를 준다는 말에 냉큼 배구공을 잡았다. 그때가 송천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곁에서 말 없이 듣고 있던 아내 권세진씨는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오빠가 예전 살던 집에 데려갔어요. 그땐 차마 얘기를 못했지만 속으론 ‘이런 데서 어떻게 사람이 살았을까’ 하며 굉장히 놀랐어요.” 그 말에 신진식은 “정말 그랬어? 어릴 땐 괜찮았는데…” 하며 밝게 웃는다. 수천,수만번 때린 매서운 강스파이크에 어린 시절의 그늘이 흔적도 없이 날아간 것 같다.
■연애 5년,결혼 4년. 그래도 여전히 신혼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슬쩍 물었다. 연애,결혼 합쳐서 만 9년인데 혹시 권태기? 신진식은 “항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말 그런 건 없어요”라고 정색하면서도 “아마 이번 한 달 휴가가 최대 고비가 될 거예요”라는 재치 있는 농담도 잊지 않는다. 이번에는 신진식이 사진 촬영하는 동안 아내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다. “살면서 더욱 새록새록 사랑이 깊어져요. 결혼하고 나니 오빠가 더욱 멋있어진 거 있죠.” 본전도 못 뽑은(?) 우문이었다. 지난해 여름 결혼 3년여 만에 내집 장만에 성공했다. 용인에 46평짜리 아파트를 얻었는데 이참에 떨어져 있던 어머니도 모시게 됐다. “우리 요즘 살림이 좀 폈지?” 하며 애교를 부리는 아내를 위해 신진식은 결혼 4주년 기념일인 7일 깜짝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란다.
■로또 당첨으로 팀 하나 만든다?
“오빠,로또 열풍 때 정신없이 빠졌었어요.” 아내가 샐쭉하며 일러준다. 그동안 많이 벌었을 텐데 웬 로또? 그의 입에서 나온 그럴듯한 대답은 ‘당첨되면 삼성화재에 대적할 팀을 창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주저 없이 말한다. “한국 배구 수준이 너무 떨어졌어요. 컨디션이 좋은 날이건 안 좋은 날이건 내가 때리던 코스로만 때리면 그냥 득점이에요. 그러니 팬들이 배구 재미없다고 하죠.” 건방지게 들릴 법도 한데 일견 맞는 말이다. “팀 하나 만들어서 구단주 감독 선수 다 하려고요. 그래서 삼성화재 이겨야죠. 하하.” 그를 따라 웃으며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첫댓글 신진식 멋있네요...그나저나 고등학교때 18cm가 자란건가? 대단하군..
아 진짜.. 개인적인 바람으론 현대의 부활을 바랍니다. ㅡ.ㅜ 예전에 한참 배구 좋아할 때 현자써비스랑 삼성이랑 붙을 때 정말 재밌었는데.. 신진식 선수의 말이 참 일리가 있어요. 정말...
고려증권이랑 현대자동차 서비스랑 붙을때가 젤 잼났었던거 같네요...ㅋㅋ어린나이에 꽤 집중하면서 봤던기억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