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단순 현관 밖 외출이 아닌 외출
나가는 모양새는 같은데
오로지 나만을 위한 외출을 했다
곁 가지 없는 가벼운 깃털 한개로 날아갔다 왔다,미지의 땅으로.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땅은 내게는 두근거리게 하는 미지의 땅이다
보물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외눈박이 무서운 선장을 만날수도 있는
아득한 추억 너머에 이야기같은 일이 벌어질수도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왔다
돌아온 아침
쇼파위에 5점의 울릉도 풍경을 올려놓고
행복하다 너무 너무 행복하다고 소프트아이스크림마냥 녹으며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이렇게 행복할수가 있을까?
더 어떻게 행복하다 말할수 있을까?
비워 두었던 4일간의 시간은 내가 돌아왔음에도 귀가하지 않았다
영원히 울릉도에서의 4일동안은 돌아 오지 않을 것이다
미지의 섬 울릉도에서..
그리고 난 한페이지 저장해 놓고 두고 두고 또 행복에 겨워할 것이다
이곳에는 없는 새
하얀 갈매기가 어두컴컴한 새벽에 눈 마주칠때 알아봤다
어디서 살다가 예까지 왔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 갸웃 나를 염탐하는것 같았었다
둘이 모처럼 만났으니 그 멋진 날개로 안내 좀 해주면 좋겠구나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알아주었던가?
미지의 섬 울릉도에서의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가는 날 소나기성 구름이 이따끔씩 한방울 두방울 떨어진것 말고는
눈이 부셔 쳐다볼수 없는 유리 그 자체였다
누군가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쨍그랑 소리가 날것 같은..그런
3시간여동안 파도위를 미끌어져 내달렸다
하얀 포말이 꼬리인양 뒤따라 오고
망망대해 바다위에는 만선의 기쁨을 기다리는 희망보다는
어떠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설렘의 파도만이 출렁대고 있었다
출렁대는 파도의 리듬을 타느라고 머리는 쉼없이 끄덕이고
그거야 내 알바 아니라는 듯
약에 취하게 하고 멀미에 취하게 해 놓고는
푸른 바다는 늘 그 자태 그 풍경으로
패잔병처럼 놓여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리를 따르는자 복 받는다? 누군가 했던 말이던가?
던지면 던지는 대로 흔들면 흔들리는대로 견딘 사람들의 신발이 육지에 닿았다
말로만 듣던 울릉도다
커다란 배에서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진 사람들의 모습 또한 진풍경 이었다
여행의 목적이 서로 다른 사람들
여기저기서 내려진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
영화속 흥남부두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우물안의 개구리 눈에는
흥남부두가 떠올랐다,난리북새통같았던 피난 행렬...
이제부터는 탐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탐험가 리빙스턴만큼은 아니겠지만
머무는 동안 최대한
탐험을 시작할것이다
오로지 나만의 탐험을.....
일정 중에 가장 먼저 잡힌 점심 먹을 식당이 있다는 도동항구에서는
많은 태극기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마치 무궁화 꽃인양 아름답게 굳세게 울릉도를 지키고 있었다
오목하게 들어간 도동항의 풍경은
멀고도 먼 이국의 풍경을 연상케 했다
세로로 찍어봐도 가로로 찍어봐도
씨줄 날줄로 엮어봐도 이보다 더한 그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동항에서 시작된 울릉도의 스케치는 배멀미처럼
계속 머리속에 미로를 만들어서 비틀거리게 했다
파란 하늘에 걸린 구름들의 행렬도
우리 야수회 팀만큼 화사하게 피어 올랐다
수평선이 잡힐듯 보이는 위로
뭉게 뭉게 둥실 둥실.....어이하라고 그리도 자태를 뽐내고 있던지?
따개비 칼국수를 맛나게 먹고 차에 실려 가는동안 내내
이국적인 풍경에 눈 감을새가 없었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 끝에
끝이라고 해야 할지 하늘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그곳에
구름이 띠처럼 수평선따라 길게 피었는데
그 수평선 아래 또 다른 세상이 미세하게 보여졌는데 참 신기했다
마치 무릉도원에 무지개처럼 .
창문밖 풍경 때문에 목뼈가 돌아갈 지경이었다
감탄사는 굴러가는 바퀴소리 만큼 쉬지 않고 터져 나오고
그 모습을 담는 선생님들의 휴대폰 또한 밥 먹을 시간도 모자랐다
이미 펼쳐지는 절경에 쌤들 위장의 배고픔은 다 사라지지 않았을까?
늘 잔소리쟁이라고 밀쳐대던 남편이 왜 그리도 고맙던지?
밥은 잘 해먹고 있겠지?
괜시리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지려했다
이런 마음이었다고 전화해주면
믿어줄까 싶지만은 말이다
그리고 난 날짜를 잊어 버렸다
밥 먹을 시간이면 3.6.9 식당으로 올라가면 됐고
까아만 밤 별이 쏟아지는 밤이면 독도 홀텔방에 들어가면 되었다
날짜를 굳이 생각지 않아도 되었고
요일을 생각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할거라고는 눈으로 담고 붓으로 담는 일 밖에는
청소도 없었고 시장 볼일도 없었고
일상의 모든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였다
오징어 배들이 특히 많은 울릉도 항구의 밤이 노크를했다
감성의 꽃은 사그라든지 오래지만
그래도 감성의 한쪽 모퉁이에 아직 피지 않았으니
꺼내달라는 아우성이 오징어 집어등을 흔들며 요동을 치고 있었다
언제적 사람을 데려올까로 설레곤 했는데
역시 비릿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서는
남자의 향기 주인공이었던 권혁수를 데려다 앉혀 놓았다
권혁수라면 언제라도 가슴속에 꽁꽁 싸매 둔 옛 이야기를
고개를 주억 거리며 들어줄것 같았다
한 소녀를 위해 목숨마저 바쳤던 순정 남자 권혁수
산골태생인 내게 바다의 먹거리는
비릿함 때문에 젓가락 끝으라도 집는것도 싫어했었는데
비릿함과 소금기가 뒤섞인 바다 바람이 싫어서
차안에서 나오지도 않았던 때도 있었는데
남자의 향기란 책으로 인해 난 바다를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품을수가 있었다
바닷가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던가
그리운 이를 떠올렸던가
가물 가물 잊혀져 가는 소설 속 주인공 향기가 있을법해서 그런가
아직도 바닷가 밤 파도소리를 들으면 하병무라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권혁수라는 사람이 생각난다
보여지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상상속의 사람을.
잠깐 잠깐 시간이 쥐어 지면
여기저기 그림도구를 펼치는 선생님들
그림이 따로 없었다
선생님들의 그림 작업 하시는 그 풍경이 바로 한폭의 명작인것을
열정적인 붓놀림에 빠지신 선생님들은 모르는 듯 했다
살짜기 부둣가를 거닐면 그곳에서도 조용히 스케치를 하셨다
뒤에 구경꾼이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앞 풍경에 깊이 잠수하신 것이다
울렁거리는 파도때문에 정박해 있던 배들이 옆으로 조금 옮겨 가기도 하지만
그런 미세한 움직임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듯
오로지 캔버스와 붓과 물감만의 세상에 젖어 계셨다
멀리 하얀 등대 빨간 등대는 그 열정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고스란히 맞아들이며 그자세 그대로 버티어주고 있었다
대단한 모델이었다, 항구의 모든 모델들 또한.
유럽의 어느 자그마한 항구같은 느낌을 준 도동항을
제대로 그릴수 있는 행운이 따라주었다
첫쨋날 점심만 먹고 돌아왔던 그 항구가 참으로 안타까웠는데
세쨋날 박ㅇㅇ선생님따라
그곳에 가게 되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그리고 수많은 태극기가 무궁화꽃이 되어 펄럭이는 그림을 한장 그려올 수 있었다
그림속에 태극기를 다 꺼내 들고 도동항의 그 광장에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소리 높여 부르고 싶었는데
정신병원에 감금되는것은 아닌가 싶어서 간신히 참았다..후훗..
평상시에도 그림하면서 행복하고 평화롭고 그순간의 시간을 잡고 싶었다지만
울릉도에서처럼 어찌할바를 모를만큼은 아니었다
아~~정말 어이할까였다
좋아서 넘 넘 좋아서.....
나리분지에서 점심먹고 돌아 가던 중 선창이란 곳에서
절벽아래 도로쪽에 옹기종기 한줄로 붙어 앉아 그림 하던 시간들
배를 타고 저동항에 돌아간다며 자그마한 곳에서 파도와 놀던 시간들
마음껏 웃고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나래를 펼친 여행이었다
해가 솟고 별이 뜨고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기억에도 없는데
육지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밝았다
마지막 날이다
내 집 같았던 숙소와도 이별이다
3.6.9 식당과도 이별이다
또 언제 올수 있을까? 기약은 못한다
그러나 또 올수 있길 기도는 해 보려 한다
좋은 곳에 다니면 집에 계신 친정 엄마가 생각난다
참 노는 것 좋아 하시고 뭐든지 신기해 하시는 엄마
다래넝쿨만 봐도 올라 앉아 그네를 타시는 엄마
소녀감성이지만 한평생 일의 노예로 사신 엄마
엄마한테 너무도 보여주고 싶은 곳이다 울릉도는.
옷가방 무게에 잠깐 허리를 삐끗하긴 했지만
무탈하게 돌아갈수 있어서 다행이고
음식 탈이 나서 아파할까 걱정했지만 너무도 맛난 식당을 만나서
깔끔하게 돌아갈수 있어서 고마웠다
이래서 고맙고 저래서 고맙고
누구에게라도 끌어안고 무조건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하고 픈 여행이었다
3점의 저동항 작품과 두점의 도동항의 작품
그리고 선창에서의 또 한 작품
6점을 화구에 챙기고 나니 억만장자라도 된듯 입이 귀에 걸려 버렸다
글치 않아도 커다란 입과 길고 긴 목 때문에
E.T 라고 놀림 받고 타조라고 놀림 받는데
귀에 걸린 입을 쓰다듬어 내려야줘야 했다
씨스타라는 커다란 유람선은 보물섬으로 가는 배였고
울릉도는 신밧드가 찾아대던 섬이었다
스케치 하는 동안 뜨거운 심장에 심어 놓은 감성은
며칠간 더 젊게 만들어 놓아서
분명 이곳을 떠나 육지로 돌아가면 아무도 못알아 볼지도 모른다
비록 육지에서는 잃어버린 5일간의 시간이었지만
몸에 흡수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해야겠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돌아 온 여행
독도를 잘 지켜야 함을 깨달은 여행
구름처럼 변화 무쌍하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없다는 것을 느낀 여행
그리고 그 많은 바닷물이 왜 쏟아지지 않을까?의문을 들게했던 여행
참 신통방통했던 여행이었다.
갈때는 묵호항에서
돌아올때는 강릉항으로
좀 차이는 있었지만
쌍둥이처럼 닮은 점은
울릉도는 울렁 울렁 울렁대는 가슴으로
배를 탄다는 거였다
무엇이 기다릴까로 울렁거리게 하고
바닷길 파도가 울렁거리게 하고
긴 시간 푸른바다가 어떤 얼굴로 변할지가 무서워 울렁거린다
그리고 집에 돌아 온 시간
오늘은 신발 한번 신어보지도 않았다
현관문 한번 열어보지도 않았다
울렁대는 가슴에 아직도 잔파도의 너울거림이 멈추지 않아서
촛대바위처럼 바위로라도 머물게 해달라 할걸 그랬다
이렇게 그리워 할줄 알면서
이렇게 될줄 알면서 말이다
2015.08.18
첫댓글 너무 너무 너무..좋았던 스케치 여행이었어요
너무 너무 너무 감사했던 여행이었어요
회장님 이하 운영진 선생님들 수고로움 때문에 무한히 행복한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두고 두고 감사드립니다. 눈물이 흐를만큼.....
낭중에 더 더 낭중에 울릉도 옆에 또 다른 섬이 하나 솟아 오른다면 그건 아마도 제 행복과 제 그리움이 뭉쳐져서
탄생한 섬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정말 즐겁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준 며칠간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깔끔하게 정겹게 잘표현해주셨군요..
글....그림 ....사진 모두 좋아요..
함께 하면서도 대화할 시간은 없었군요.
오늘도 ~아니 주말까지 ~ 그냥 창가에서 쉬세요 ~ ^^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여행수필 !
자유 ,행복 , 감사함 ! 그림과 사진들 ! 보고 또 봅니다 ~
생생한사생후기에...
한참이나
머물다-갑니다
행복하셨다니...
더할나위없이 기쁩니다
저도 이 후기에 온몸 다 던질래요^^
집행부에서 감사함은 온몸에 뭘 더 던져야 하는지,,,,
감사,감사,감사합니다^^
울릉도에 색다른 풍경에 감동하고~
남옥샘 ~글에 또한번 감동하고~!!!
샘~~~멋지십니다~~^^.♡
울릉도 다음으로 여행기에
쏘옥 빠짐니다
살짝 낑겨봅니다.
페북에서 예전에 알던 야수회분 글로 울릉도 사생 소식 듣고는
눈좀 정화시키려고 이 곳까지 왔는데
글 남길 자격이 안 되더군요...
간신히 확인해 보니 여기 댓글은 가능해서 실례 무릅쓰고 글 남깁니다....
오랜만에 야수회 검색해서 도착했답니다.
오프라인 활동은 못해도 온라인으로는 매일 들어 오던 적도 있었는데..
꽤 오랜동안 잊고 있다가 왔습니다.
04판전에 살짝 낑기기도 했었는데..ㅎㅎ..
몇 분은 아는 분들 성함도 보이네요..^^..
항상 멋진 작품
열정적인 작품들
이젠 예전처럼 구경하러라도 자주 와야겠습니다,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이 남옥 님의 글은 기대했던 것 처럼 아름다운 그림처럼 쓰여진 울릉도 사생 여행 이야기는
Hermann Hesse가 쓴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있으면서 느낀 감동처럼 훌륭하기에
화가이기 앞서 수필가(?)로서 자랑해볼만 하군요
남편과 어머님에 대한 사랑의 표현도 마음에 와 닿았답니다. 야수회 밤에 알콜을 멀리 하고서 지켜본 그 장면도
그림처럼 써 올려봐 주실수 없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