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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주와 서울엠비가 같은 날 저녁 모임을 갖는 吉日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지난 1월에 있었고, 이번 4월에 이어 7월에도 한번 더 돌아 옵니다. 제주엠비는 와규 불고기로 소문난 '광원'에서, 서울은 복쟁이 요리집 '서초복집'에서 입호강을 시켰습니다.
배를 채우고 제주엠비는 안개 자욱한 시내 '망고홀릭'에서 격조있게 정담을 나누었고, 서울은 바로 옆집에 붙은 70년대풍 다방 '정남'에서 50줄 넘은 여인과 수작을 벌이며 입가심을 좀 했습니다.
제주엠비와 서울엠비가 맛있는 밤을 보내고 있는 동안 중국에 가 있는 茶咸은 호텔방에서 마저 못한 일을 하며 컵라면과 햇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다는 하소연과 함께 증명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이날 밤 제주에는 안개가 짙어 개일 줄을 몰랐습니다. 모슬포로 가야할 황사장은 집으로 갈 엄두를 못냈던 모양입니다. 그런 핑게로 또 맥주 한 잔을 더해야 한다며 문학쉼팡 '시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이 집은 시인인 신태희 씨가 운영하는 집입니다. 차와 커피도 팔고 와인이나 맥주도 파는 곳입니다.어제 엠비 카톡방 말미에 靑雲이 이 집 쥔장을 아는 척 하는 나에게 "어? 어떵 알암시니?" 하고 묻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는 뭘 알겠습니까! 강국장이 자주 드나드는 카페입니다.
그래서 잠시 잠깐 40대 후반의 '시집' 카페쥔장 여인을 소개 하고자 합니다. 카페 '시집' 쥔장 신태희는 2013년도에 제23회 제주신인문학상을 수상한 詩人입니다. 우리와의 인연이라면 신태인 시인은 친구 정군칠에게서 문학강의를 받았고, 지금도 정군칠 시인을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시앗'이란 Daum 문학카페가 있는데, 저 세상으로 가기 전 정군칠이가 카페지기로 운영하였습니다. 지금은 이 카페를 방문하면 '카페지기 부재중'이란 표시가 뜹니다. 하늘나라 외출중이란 뜻입니다. 신태희 시인은 아직도 이 카페를 드나들며 정군칠 詩人의 따뜻한 문학의 향기를 잊지 못해 합니다.
제주로 오게 된 사연은 영화 같습니다. 원래 신 시인의 고향은 김포입니다. 대학에선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제주이민 2세인 남편되는 사람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스라엘 집단농장인 키부츠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중 한 모임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신 시인은 제주남자가 끼어 있던 대륙휭단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고, 도보와 기차와 배로만 이어진 몇 개월에 걸친 길고 긴 여행 끝에 인천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남녀의 만남은 언제나 운명적이지요? 결국은 제주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시댁의 일을 돕는 와중에도 문학적 열망을 이기지 못해 제주의 시인으로 등단하였습니다. 뭐 이 정도 서툰 소개입니다만, 제가 아는게 이 뿐이니 어떡하겠습니까!
이쯤에서 신태희 시인의 시 몇 편을 소개합니다.
시집
시집을 내지도 못한 내가 요즘 하는 일이라는 게 시집 만드는 일
모든 일이 처음이라 서툴고 요원한데 그래도 가슴 뛰는 일
곰팡이 난 벽지 뜯어내고 첩첩 붙은 초배지를 쇠헤라로 긁어냈다
벽과 천장은 먹을 기다리는 종이처럼 흰 색
온통 시로 스밀 집 한 채 묶고 있다 신태희 시인이 카페 '시집'을 꾸미기 위해 헌집을 고치며 쓴 시입니다.
우수회원
카페지기 모슬포는 베릿내로 돌아가고 나는 우수회원으로 남았다 우수가 많아 우수회원인가 우수는 시인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우수에 찬 시인의 역사가 우수수 쏟아진다 윤동주의 별이 우수수 쏟아진다 별 하나에 우수 별 하나에 운수 나는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불운과 우수는 제대로 커플이지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불운했는지 우수에 찬 눈빛으로 견뎌야했는지 이상이 그러했듯 가끔 우수한 천재들이 미확인비행물체에 납치되듯
블랙홀로 빨려들듯 시인이 돼곤했다 마의 삼각지대 [운율] [ 비유] [상징] 버뮤다 상공을 지나는 우수에 찬 시인의 손가락이 가늘고 길었을거라는 쓸데없는 상상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우수수 쏟아지는 자음모음 정군칠 시인이 생전에 카페지기로 운영하던 문학카페 '시앗'에 대한 감상이다. 베릿내는 정군칠 시인의 고향바닷가이다. 화장 후 그의 유골은 중문에 있는 베릿내 바닷가에 뿌려졌다.
시인
소주처럼 맑은 사람은 소주를 못 마신다는 시인
저녁강 건너온 불내 묻은 점퍼를 입고 고소공포증을 뚫고 날아온 시인
못 마시는 소주 넉 잔을 마셨다며 창백해지는 낯빛으로 빵점 받은 산수 시험지 이야기를 하는
처음 마주하는데 처음은 아닌 듯도 해
다락방 구겨진 만화책처럼 손때 묻은 반짇고리 무명실 냄새같은 그런 눈빛의 시인을 만나다 詩人은 詩만 짓는 사람이 아니다. 시인은 天命으로 받은 맑은 삶을 오롯이 이 세상 어둠을 밝히기 위해 바치는 순교자들이다. 누구나 詩를 쓸 수 있지만, 아무나 詩人이 될 수는 없는 이유다. 그런 시인과의 만남을 그렸다.
생이밥
직박구리 울음소리 끼익 끽 하늘가를 긁어대면 정낭 옆 감나무 이야기 한 채 짭조름한 봄 햇살에 몸을 담근다
생떼같은 손지 잃어버린 무자년 감꽃 매달린 하늘마다 돋아나던 초승달 그 달에 마음 베인 할머니 두런두런 호롱불에 잠겨 식은 조밥 한 덩이 캄캄한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북두칠성 환한 여름 밤하늘에 스친 생채기 많은 풋감이 할머니 젖꽃판처럼 졸아들어 떫은 계절들 물러가는 중이다 제 몸을 허물며 물러지는 중이다 '몬딱 먹지 말앙 생이밥은 냉기라'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 아침부터 머리빗은 직박구리 한 마리 오목가슴 조아려 달게 찍어 먹고 육지에선 생이밥을 '까치밥'이라 부른다. 까치밥은 늦가을 |
첫댓글 구포!카페가 다시 열리니 소식을 주고 받을수있어 잘 보고 있답니다,수고 부탁드립니다~!
다함! 타국에서 속암저! 건강 조심허라!
정대종감사님
오랫만에 복요리 잘 먹었습니다.
천하일미였습니다.
통큰 대접에 감사드립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이곳 록키산에도 봄이 왔네. 나른한 일요일 오후, 나도 간단히 라면으로 점심때우고 유투브로 고향노래 모음을 듣고 있네.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좀 청승맞다.
아뭏튼 다시 보게 되어 반갑네.
태길아 오랫만이여. 록키산에도 봄이 왔다니 존 덴버의 상큼한 노래 Rocky Mountain High가 생각난다. 미국제 라면도 있는가? 한국라면이 젤 맛있지?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류교수!가끔씩 선진국 사회 소식도 좀 주시게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들되게 많아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