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무술 명재옥 총재의 강연 역시 오후로 잡혀 있어서 본격적인 강연이 있기 전 식후 로비에서 있었던 시연이 먼저 보았다.
로비에서의 시연에서는 다소 진행상에 문제가 있었는지 회전무술 시연팀들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여 명재옥 총재의 간단한 시연을 먼저 보게 되었다.
명재옥 총재는 시연은 특유의 회전동작을 바탕으로 권을 사용하여 사방의 적들과 겨루는 동작을 보인 일종의 "셰도우 복싱" 이었는데 복싱과 비교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① 등을 보이는 회전동작
명재옥 총재의 "새도우 복싱"은 뒤로 회전하는 동작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 점이 복싱과 다른 점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옆으로 흘리면서, 그 동작을 이어서 뒤로 돌아 친다는 것이다.
태권도나 기타 무술 특히 국술이나 특공무술에서 자주 보이는 뒤로 돌면서 수도로 치는 동작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여기서 명재옥 총재는 회전법을 타격기에 응용하는 것을 보여 주었는데 이는 무술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동작이지만, 반드시 체계화 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타격기를 유술기로 대응하는 법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이 회전법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 이 분야를 명재옥 총재가 연구하여 한가지 체계를 성립시킨 것이 이 회전무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타격기 무술에서는 회전하는 동작이 많지 않다.
회전하는 동작은 일단 상대의 공격을 옆으로 흘리면서 도는 동작으로서, 사실 유도나 아이키도등에서 유술기로 밀고 들어오는 상대의 힘을 옆으로 흘리면서 그 힘을 역이용하여 상대의 중심을 뺏는 방법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타격기에서는 상대가 유술기와 같이 밀고 들어와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상대의 힘을 흘린다기 보다는 강맹하게 맞받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상대의 힘을 흘린다 하더라도 유술기처럼 180도 이상 도는 것이 아니라 잘해야 20도 정도로 살짝 돌면서 상대의 힘을 비낄 뿐이다. 그것도 스텝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복싱의 위빙과 같이 상체만을 돌리는 방법으로 행해진다.
대부분의 타격기는 나의 몸 앞쪽으로만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쪽의 권을 교대로 지르며 스텝을 경쾌히 이동시키면서 거리를 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뒤로 돌아친다고 하더라도 킥복싱에서 보는 것과 같이 (무예타이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몸이 옆으로 돌아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뒤로 돌며 등주먹으로 치는 동작이 있을 뿐이다.
이 경우는 상대의 공격을 흘리면서 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의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서 치는 것이다.
또한 상대와 대결하는 중에, 특히 타격기 위주의 대결에서 상대에게 등을 보인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것이다.
돌아서 상대를 칠 때 상대가 그 팔을 막으면 나는 양손이 봉쇄된 상태가 될 뿐 아니라 후면을 보이고 있게 된다.
또한 그 상태에서 상대가 갑자기 유술기로 나오게 되면 정말 불리해진다. 뫄한머루의 화려한 회전동작이 타격기에게는 잘 먹혀들어가지만 유술기에는 약한 것을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타격기에서는 그 강맹한 속도 때문에 실제로는 전후진 스텝을 이용할 뿐이다.
회전동작을 이용하더라도 전후진을 하면서 옆으로 살짝 빠지는 정도 밖에 하지 못한다.
반장이라는 화려한 손의 원동작을 자랑하는 기천도 보법에 있어서는 전후진 스텝이 주종이며, 복싱이 경쾌한 스텝도 전후진 동작이 대부분인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② 타격기에서의 회전동작의 필요성
회전무술 시연에 앞서서 경당의 시연자들이 "곤방" 즉 곤(봉)의 대련을 보여 주었는데, 거기서도 봉을 들고 360도 회전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장면이 나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양쪽으로 연속타를 날리는 것보다 속도면에서 너무 느렸다.
왜 저런 기술을 해야할까 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예외적인 동작들을 투로로 만들어서 병사들에게 어떻게든 가르쳐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또 그런 동작도 당연히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어쩔 수 없이 뒤로 돌아야 하는 경우는 반드시 생긴다는 것이다.
상대는 내 앞쪽에서만 공격한 것이 아니다. 내 전후좌우 어디서나 공격해 올 수 있고, 또 앞에 있던 상대가 내가 스텝을 잘못 밟음으로서 옆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빨리 반응하기 위해서는 회전동작 즉 뒤돌아치는 동작의 원리를 응용할 필요가 있다.
정면으로만 서서 하는 무술은 실전보다는 시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둘째로 회전하며 공격을 하다가 방어에 걸리면 양손이 봉쇄된 상태가 되므로 위험하다고 했지만, 양손이 봉쇄된 상태는 정면으로 선자세에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 상태에서 대처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도 회전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봉쇄라는 용어는 중국무술에서 말하는 "봉폐수" 그러니까 한쪽 팔이 막혔는데 그 팔에 반대팔이 엮여서 양손도 못쓰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지른 권을 상대가 내 손의 밖에서 막았다면, 분명 나는 정면으로 선 자세에서 양손을 봉쇄당한 것이다. 뒤로 돌아치다가 막힌 것과 전혀 같은 자세이다.
여기서 풀려나와 역공을 하는 기법도 회전법을 통해서 익혀야 할 것이다.
이 때에 다시 반대로 돌아서 치는 경우가 있다. 특공무술의 돌아수도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경당의 곤방에서 나온 회전동작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전통무술에서는 양손이 봉쇄되었을 때 몸을 틀며 좌반 또는 헐보(꼬아서기)로 앉으면서 반격을 한다. 그것은 내 몸을 회전시키며 상대의 방어한 손을 제압하여 오히려 상대의 양손이 봉쇄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복싱에서도 상대의 펀치를 바깥으로부터 막아 (아웃사이드 페리) 양손을 봉쇄하며 그 밑으로 어퍼컷을 넣어 공격하는 기술이 있는 데 이것도 그런 맥락의 기술이다.
결론적으로 상대에게 양팔이 봉쇄되었을 때 대처하거나 내가 상대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서도 회전법의 숙달은 필요하다.
섯째로 유술기를 타격기로 전환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도 회전법은 필요하다.
회전법이 유술기의 기법, 즉 전환법임을 이미 이야기 했었다.
앞에서는 타격기를 유술기로 방어하고 역공하기 위해서 회전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반대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유술기로 대결을 할 경우 회전법을 상대의 힘을 흘리다가 필요이상 거리가 벌어지면 타격기로 전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키도의 당신기(當身技) 같은 것인데, 당신기도 타격기이지만 유술기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회전법이 타격기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연습해 두는 것이 대단히 좋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앞의 한무도에 대한 관람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상대의 팔을 꺽다가 않 꺽일 경우는 유술기의 전환의 원리를 바탕에둔 스텝으로 상대에게 타격기 공격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이때도 회전법이 주효한 역할을 할 것이다.
③ 유술기의 회전으로 타격기의 동작을........
그날 로비에서 있었던 시범단의 시연은 특히 정면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권을 잡아 돌리면 유술기로 제압하는 기술이 주종이었다.
역시 같은 맥락의 기술로 상대가 나를 잡았을 때 처리하는 것 역시 시연되었다.
앞에서도 누누이 강조되어 왔던 유술기의 동작으로 타격기를 방어하는 것이다.
이런 유술기와 타격기의 조화는 아이키도와 같은 맥락이다.
아이키도에서도 팔을 잡으려 오는 상대의 손을 회전법으로 돌려서 방어한 뒤 유술기로 역공을 하며 같은 맥락의 기술로 내려치는 칼을 방어하고 유술기로 역공한다.
회전무술에서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그렇게 방어하고 역공한다.
즉 방권술과 손목수를 같은 원리로 통합하여 운용하는 것이다.
어떤 합기도의 유파에서 방권술을 하는 것을 보면 날아오는 주먹을 십자막기로 막고 그 주먹을 잡고 한참 팔을 돌려 꺽은 뒤 제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가 주먹을 뻣고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술기가 가능하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방권술의 순서를 왜우기 위해 십자막기 할 때 앞에 나오는 손을 순서를 "1번 오른 손이 앞, 1번 왼손이 앞....." 이런 식으로 왜우고 있는 것이다.
술기를 운용하는 "근원적인 움직임"을 알기만 하면 어떤 기술에는 어떤 손이 앞에 나가서 막아야 하는지 당연히 알 수 있는데 사범에게 혼나는 게 무서워 그렇게 왜우는 것이다.
그 사범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원리를 이해시키지 않고 주입식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그래 가지고 어떻게 실전 적용력이 있겠는가?
요즘 합기도의 문파는 시범 위주로 나가다보니 술기를 시범에나 필요한 요식행위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술기의 근원적인 원리를 탐구하는데 부실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전무술은 합기도에 필요한 "근원적인 움직임"을 유술기의 전환원리인 회전법을 바탕으로 멋지게 통합시켰다.
그것을 로비에서 있었던 명재옥 총재의 시연에서 맛볼 수 있었다.
④ 족술도가 분리되었던 이유는?
명재옥 총재는 스텝에 관심이 많아서 발차기의 스텝도 족술도라는 체계로 정립한 것을 알고 있다. 족술도 교본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는 발차기에 필요한 많은 스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발차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 "족술도교본"과 경희대학교에서 나온 "태권도겨루기론"을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점이 있다.
발의 타격기에 있어서는 원동작을 도입하지 못하였다.
어쩔 수 없는 전후진 흐름에 20도 가량의 부분적인 원을 결합한 타격기의 흐름이다.
다른 모든 무술과 마찬가지로 회전무술의 회전법도 손의 기술을 받쳐주기 위한 스텝이기 때문에 발차기의 스텝이 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앞에서 택견에 대한 관람기를 이야기 할 때도 말했지만 전통무술의 7가지 자세를 비롯하여 다는 택견 등을 제외한 모든 무술의 스텝은 권을 쓰는 동작을 받혀 주기 위한 자세이다.
그리고 택견의 스텝은 발차기에 너무 충실하다 보니 손기술을 받쳐주는 데 미흡하여 손목스냅을 넣은 기술이 없다고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니 손의 유술기를 받쳐주는 회전무술의 회전법은 당연히 발차기 기법에 사용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손의 유술기를 위해 발의 회전법이 필요하므로 정작 발의 유술기 위한 회전법은 완전한 회전법이 아닌 것 같다.
발차기와 유술기를 결합한 택견의 스텝도 원을 이용한 것은 아니다.
발차기는 타격기라는 점과 그리고 발차기의 스텝은 완전한 회전법이 될 수 없다는 제약조건 때문에 회전무술과 족술도는 분리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⑤ 무성낙법의 공헌
또 그날 영상자료를 통하여 회전무술의 무성낙법에 대해서 볼 수 있었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으나 일반적이 낙법이 땅을 때리는 면서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이라면 무성낙법은 땅에 굴르거나 팔의 힘으로 버티며 몸이 땅에 닫을 때까지 완충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중국무술의 "박호" 같은 종류로 생각되는데 낙법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낙법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보면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거나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푹씬한 매트 위에서 낙법을 하라면 겁이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낙법의 개별적인 방법에 집착하여 낙법이란 결국 "잘 넘어지는 법"이라는 것을 망각한 때문이다.
회전무술의 무성낙법도 결국의 개별적인 낙법의 동작을 분해하여 "땅을 구르는데 필요한 근원적인 움직임"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낙법이란 것도 "유술기에 필요한 근원적인 원운동" 안에 자기 자신을 직접 던지는 것이므로 유술기의 발전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서서하는 유술기의 원리"를 상대방과 같이 구르면서 하면 그게 결국 레스링에서 보는 "그라운드 기술의 원리"요 "낙법의 원리"인 것이다
얼마전 쓴 택견에 대한 관람기를 인터넷에 올려 놓았더니 어떤 분의 반론이 있었다.
"택견에는 낙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낙법이란 별 것이 아니다.
유술기로 진행되던 그 원리로서 땅바닥에 굴러버리는 것이다.
택견이 진정 원리를 갖춘 유술기라면 당연히 낙법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무술들은 아직 제대로 그라운드 기술의 원리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지만 "무성낙법을 정리한 회전무술의 정성"이나 "서서하는 동작과 누워서 하는 동작의 통일적인 원리를 정리한 군무도의 노력"이면 언젠가 한국에도 훌륭한 그라운드 무술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회전무술이 얼마나 "근원적인 원운동"에 충실했는지는 짧은 시간에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회전무술의 명재옥 총재는 다른 사람이 감히 하지 않던 분야에 뛰어 들어 일가를 이룬 분으로 시대의 명인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