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보공시제 본격 시행
초중등 39개ㆍ대학 55개 항목… 비교검색 가능 서열화 우려 속 '교육의 질' 향상위해 불가피
교육 현장이 본격적인 자율과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국 모든 학교의 세부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게 된 것.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이 발효됨에 따라 지난 1일 전국 초중고교 1만 1283개교,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 414개교의 정보를 일제히 공개했다.
이에 따라 진학을 앞둔 학생ㆍ학부모들은 각종 지표를 통해 손쉽게 학교를 비교ㆍ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교육계는 이번 정보공개가 '교육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경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학교가 입력한 정보는 시도교육청 및 교과부의 검증을 거쳐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초중고교의 경우 교원 1인당 학생수와 학급당 학생수, 도서관의 전체 장서 수를 비롯해 학교폭력 건수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교원ㆍ학생 현황, 교사들의 교원노조 가입 현황까지 모두 39개 항목의 정보가 공개됐다.
가장 큰 관심사인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관련 내용은 2011년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각 학교는 과목별로 평가 결과를 '보통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각각의 학생 비율을 공시해야 한다. 또 전년도 성적과 비교한 학교별 '향상도'는 2012년 2월부터 제공된다. 대학은 초중고보다 정보의 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공개하는 내용이 취업률, 장학금, 재학생과 교원 현황 등 55개 항목에 달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 비교 검색도 가능하다. '대학알리미'는 지역ㆍ유형ㆍ학생 규모ㆍ학과별 분석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취업률 등 4개 지표는 대학별 순위 매기기도 가능하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학부모 이회정(44ㆍ울산)씨는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고, 가고 싶어하는 대학과 학과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진학지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0학년도부터 서울 지역에서 시행 예정인 '고교 선택제'는 정보 공개의 위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업 기준이나 진학 실적 등을 보고 학교를 고를 수 있어 학교별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는 "학교들이 학생들의 학업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하고 노력하면 전반적으로 공교육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은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졸업생 취업률과 신입생 경쟁률, 미충원율 등 일부 대학들이 공개를 꺼리는 내용까지 공개됨으로써 무한경쟁에 따른 대학의 자연도태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이번 학교정보 공개로 인한 학생들의 지나친 경쟁 노출, 학교 서열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학교간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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