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바보인가,우리가 지나친 건가
2013.11.13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韓 日 관계가 악화된 이후 미국 워싱턴의 당국자들, 전문가들 생각은 “한국의 억지가 심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한다. 우리 눈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전범 국가의 재무장 기도다. 그 전범 국가와 실제 전쟁을 했던 미국,영국,호주가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환영하고 나섰다. 호주는 일본 항복후 전범 명단에 일왕(日王)을 넣을 정도로 강경했던 나라다. 2차대전 당시 일본과 철천지원수였던 러시아도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제(日帝)에 피해를 보았던 동남아 국가들도 일본군의 재등장을 반기고 있다. 일본 침략군과벌인 전쟁에서 많은 피를 흘렸던 필리핀의 외교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매우 환영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제 세계에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반대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밖에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다른 나라들의 속내엔 일본이 중국을 견제해주기를 바라는 뜻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나라’ ‘합리적인 나라'라는 평가를 얻지 못했다면 이 극적인 반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가별 평판도를 평가한 국제 조사에서 일본은 늘 최상위권에 든다. 집단 자위권은 유엔헌장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만약 한국과 중국이 일본보다 더 세계의 존경을 받는 나라였다면 일본이 국제사회 앞에서 ’무력행사‘ 같은 얘기를 꺼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같은 전범국이면서도 독일이 성실한 참회를 하는 것은 상대가 미국,영국,프랑스 라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독일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그 상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일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우리가 더 합리적이고 신뢰받는 나라, 달리 말하면 영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가 되는 길 뿐이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낮게 보는 눈이 바뀌면 일본을 높게 보던 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길로 가고 있을까. 1965년 6월 22일 韓 日은 청구권 협정을 통해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고 합의 서명했다. '서명일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한 것에 관하여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 고 도 했다. 한국은 이때 받은 일본 경협자금 3억달러로 포스코, 경부고속도로를 지었고 경제 기적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 법원이 일본에 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우리와 비슷한 내용으로 일본과 청구권 협정을 맺었던 다른 아시아 4개국에선 이런 일이 없다. 우리가 일제(日帝)에 당한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사회는 우리를 상황에 따라 국제적 약속까지 뒤집는 나라로 볼 것만 같다.
많은 한국 사람이 방사능이 두려워 일본 여행을 꺼린다. 심지어 아무 관계도 없는 우리나라 생선까지 먹지 않는 지경이다. 그런데 세계인은 후쿠시마에서 멀지도 않은 도쿄에서 올림픽을 열자고 압도적으로 결정했다. 세계인이 바보인가, 우리가 지나친 건가. 후쿠시마를 제외한 일본 대부분 지역의 방사는 수치는 기준치 이하다. 한국 지역이 더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선 이런 공식 조사 결과보다 인터넷을 타고 도는 근거 없는 소문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아이들까지 '마국 쇠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 뚫려 죽는다'고 울면서 시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를 합리적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세계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1995년에 우리 대통령이 독도 문제로 "일본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공언했을 때 한국 사람들은 속 시원해 했다. 그런데 홍콩에서 여론조사를 하니 '일본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60%로 더 높게 나왔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최대 피해국이다. 그런데 가해 범죄국이 피해국보다 더 높은 평판과 신뢰를 얻었다. 그래서 피해국은 엄두도 못 내는 핵 재처리까지 가해국이 하고 있다. 이 기막힌 현실은 결국 우리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쉽게 흥분하고 감정을 앞세우는 기질, 이성적이어야 할 때 비이성적으로 하는 행동, 남이 뭐라든 그저 우리끼리 이불 뒤집어쓰고 만세 부르면 그만이라는 이 태도를 그대로 두곡선 일본 문제는 영원히 극복되지 않는다.
"북이든 남이든 한국인은 감정적으로 충동적인 사람들이다. 이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사건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한 말이다. 1953년 6.25전쟁 와중에 한국에 온 닉슨 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정전(停戰) 방침을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닉슨은 그 인상을 오래 기억했다. 밖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에 숨기고 싶은 우리 모습이 담겨 있을 때가 있다. 여기까지 달려온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관문은 합리,이성,예의,냉정이다. 마지막 관문이지만 가장 높은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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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이건 국민소득 몇푼 오르는 얘기하고는 완전히 다른 얘기죠. 근본적인 문제 같습니다.
. . . 참, 어렵고, 중요한 _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