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철도로 다시 시작하는 남북 합의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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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남북은 평화열차를 타고 평창올림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의 시계를 움직였고, 한반도 평화의 봄을 만들었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 공동조사단은 경의선·동해선을 타고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함께했다.
공동조사 마지막 날, 두만강 철교에서 통일의 염원을 담아 모두가 함께 사진을 담았다.
하루빨리 철도를 연결하자는 남북의 의지, 그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하지만 우리의 꿈을 실은 열차는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베트남 하노이에서 멈춰섰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인해 아프고 답답한 겨울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는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호주 브리즈번으로 결정했다.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총회도 비대면 화상회의로 마무리됐다.
서울-평양 국제열차 논의는 내년에 준비하게 됐다.
그러나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5월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고, 이를 통해 그간 멈춰선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려 하고 있다.
북한도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의 역할 공간이 확보된 만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남북 합의 이행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그 방안으로 ‘철도로 다시 시작하는 남북 합의 이행’을 제안해 본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 이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남북이 평화열차를 타고 함께 가는 것이다.
현재의 방역 추세로 보면 베이징올림픽은 코로나를 극복한 세계인의 축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평창-베이징으로 이어지는 평화 이슈 선점 효과도 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철도가 가면 평화가 온다’는 상호 인식하에 철도 연결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남북 합의를 통해 서울-베이징 국제열차와 서울-모스크바 국제열차를 운행하는 것이다.
2022년 OSJD 총회에서 승인을 받는 절차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출발이기도 하다.
국제열차가 운행되면 남북철도사업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 성과를 남북이 함께하면 상호 신뢰도 빠르게 회복되고, 협력의 틀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3번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던 평창올림픽처럼 남북 합의 사항인 서울-평양 공동올림픽도 재도전하는 것이다.
공동올림픽 청사진도 베이징올림픽 현장을 점검하면서 함께 논의할 수 있다.
2032년 이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한반도·동북아 1일 생활권, 아시아·태평양 메가경제권,
대륙과 해양의 문화융합으로 이어지는 역사적인 지구촌 최대 평화축제가 될 것이다.
이제 남북평화열차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봄을 다시 만들고,
남북 합의 이행으로 한반도 평화경제로의 대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나희승 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