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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데 혁신도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땅에서 쫓겨나는 것도 못마땅한데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가를 내밀고, 팔고 싶어 판 것도 아닌데 보상가의 절반이 넘는 양도세를 물리는 게 불합리하고 억울할 따름입니다.”
혁신도시 부지에 속한 전주시 장동에 사는 농민 송모씨(74)는 분통을 터트렸다. 낮은 토지 보상가에 양도세를 포함, 최대 66%에 달하는 세금까지 떼고 나면 살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혁신도시추진단이 있는 전주시 서신동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사에는 매일같이 농민과 주민 70여명이 몰려와 조용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주시 상림동, 중동, 만성동, 장동 등 혁신도시 부지에 속한 4개 마을 주민 300여 세대 주민들은 지난달 12일부터 교대로 이 곳에 출근, 현실적인 보상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지난 2005년 땅값은 최대 한 평당 150만원에 달했지만 이제는 고작 30~40만원대의 보상가를 제시하고 있다”며 “평생을 땅에 기대 살아 온 농민들이 적은 보상액을 가지고 어디 가서 논을 사고 집을 살 수 있겠냐”고 감정가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토지공사 전북지사에 따르면 혁신도시에 속한 전주시내 부지의 보상가 평균은 대지 21만원, 논 10만원, 임야 6만1000원이다. 전체 1000만㎡의 전체 토지 중 보상 대상 토지는 60%로 이 중 22%가 보상됐다고 한다.
그러나 혁신도시 선정에 한 때 큰 몫을 잡을 수도 있겠다는 부푼 꿈을 꿨던 주민들은 지금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농성을 풀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낮은 보상가에 대한 불만에 묻혀 아직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지 않지만 양도소득세는 또 한 번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자녀 세 명에게 각각 3300여㎡를 증여했던 송모씨(70)의 경우 현 보상가에 따라 각 3억원의 재산을 물려 준 셈이지만 양도세를 떼고 나면 자녀들이 물려받은 재산은 1억여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송씨가 이 땅에서 경작을 하고 있지만 실 소유주인 자녀들이 경작자가 아니기 때문에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돼 66%의 중과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3억원 상당의 토지를 물려 줬지만 양도세와 주민세를 포함해 66%의 세금, 1억9800만원을 내고 나면 수중에는 1억200만원만 돌아오는 것이다.
농사를 짓다 7년 전 서울의 한 신학대학에 입학한 주민 이모씨(46)도 66%의 중과세를 내야 할 판이다. 이씨의 부친이 농사를 짓고 있지만 실소유주인 이씨가 경작자가 아닌데다 근접지역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업료와 서울 생활비 등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빚은 진 이씨에게 1억6000만원의 보상가가 책정돼 있지만 양도세를 떼고 나면 빚 갚기에도 벅찬 6000만원만 돌아오게 돼 있다. 그리고 이씨의 집과 논은 사라지는 것이다.
혁신도시 전주주민대책위 최정우 총무는 “농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토지로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국가사업에 순응해 선조의 땅을 내놓는 판에 과도한 양도세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책정자체가 크게 잘못된 현 보상가를 다시 감정평가하는 한편 과도한 양도세도 없애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전북지사 관계자는 “보상가 책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원활하게 진행됐다”며 “과도한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일부 딱한 농민들의 사정을 알고 있지만 현재 세제상으로는 예외사항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