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詩 읽기] 사는 일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픽사베이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강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김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나태주 (1945~), 시인, 교육인
인생의 여정에는 곧은 길도 있지만, 굽은 길도 있다. 굽은 길이 마냥 고된 길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소박한 행복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여유를 갖고 삶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 어떨까.
나태주는 전직 초등교사로 교사직에서 퇴임한 후 공주시에 위치한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풀꽃'이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공주문화원장을,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제43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였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