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이사슬(鏗爾舍瑟)
거문고 연주를 늦춰 젱그렁 소리를 내면서 일어섰다는 말로서, 다른 사람과 다름을 이르는 말이다.
鏗 : 금옥 소리 갱(金/11)
爾 : 너 이(爻/10)
舍 : 집 사(舌/2)
瑟 : 큰 거문고 슬(王/9)
출전 : 논어(論語) 선진편(先進篇) 第11
이 성어는 논어(論語) 선진(先進)편에서 공자의 제자 증석(曾皙)의 행동에서 연유한 말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자로(子路)와 증석(曾皙), 염유(冉有)와 공서화(公西華) 등 네 제자가 (공자를) 모시고 앉았더니 공자가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보다 연장자 이기는 하나, 나로써 (어려워) 하지 말라. (너희가 평소에) 거처하면서 말하기를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니, 만약 어떤 이가 너희를 알아주면(등용) 무엇을 하고 싶으냐?”
자로 염구 공서화는 스승인 공자의 가르침을 충실히 이어받은 수제자급에 속하는 제자들이다. 이들은 직접 옆에서 공자가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는 모습을 지켜본 제자들이기에 현실정치 참여를 당연시 여겼다. 이들은 공자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 출사하여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공자가 “점아(증석), ‘너는 어떠한고?”
증석이 비파를 간간히 뜯더니 ‘당~’ 하고서 비파를 내려놓더니 일어나 대답했다. “세 사람이 하는 것과는 다르옵니다.”
공자가, “무엇이 걱정이리오. 또한 각자가 그 뜻을 말함이라.”
증석이 대답했다. “늦봄에 봄옷이 다 되었거든 갓쓴 자 대여섯 명과 동자 예닐곱 명으로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다가 돌아오겠나이다.”
공자가 ‘아’하고 감탄하시며 말하기를 “나는 증석과 더불겠노라.”
「點,爾何如?」鼓瑟希,鏗爾,舍瑟而作;對曰:「異乎三子者之撰。」子曰:「何傷乎!亦各言其志也。」曰:「莫春者,春服既成;冠者五六人,童子六七人。浴乎沂,風乎舞雩,詠而歸。」夫子喟然歎曰:「吾與點也!」
(註)
공자가 증석의 말에 깊숙이 탄식하면서 ‘내 너와 뜻을 같이 하겠노라’라고 말한 것은 증석이 말한 冠者와 童子의 숫자 속에 선후천의 이치를 담은 주역의 깊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에서 冠者는 상투를 틀고 갓을 쓴 사람으로 이미 장가를 갔다는 뜻이고, 童子는 어린 소년으로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곧 冠者는 先天을, 童子는 後天을 상징하는 말로 해석한다.
또한 여기에서 말한 숫자는 앞서 위정편 제4장에서도 설명하였듯이 단순히 대여섯 명, 예닐곱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역의 이치를 數理學으로 풀이한 소강절(邵康節)의 황극경세(皇極經世)의 이치를 빌어 설명한다면, 冠者 五六人(5×6=30)과 童子 六七人(6×7=42)이라는 뜻 속에는 이미 선천인 30會를 마치고 42會 뒤인 72會에는 후천이 된다는 뜻이다.
또한 60年을 1甲이라 하므로, 冠者 五六人은 30甲×60年=1800年으로 요임금 이후 공자(기원전 551~479) 이전의 지나온 햇수를 말하고, 童子 六七人은 42甲×60年=2520年으로 공자 이후 2520년 만에 후천이 옴을 암시하는 뜻으로 본다.
곧 일 년 360일(周天常數)에 72候가 있듯이 요임금 탄생인 기원전 2372년(己丑年, 堯紀는 등극을 기준으로 함으로 요임금 16세 때인 2357년 甲辰年이다)으로부터 72甲이 되는 4320년이 되는 때에 후천이 시작됨을 말하는 것이다.
서기로는 1948년이다. 단군이 등극한 해인 기원전 2333년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도 1947년에 선천의 시대를 마감하고, 1948년부터 새로운 후천의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선후천의 비결을 요임금은 가로 세로 19줄의 바둑판을 만들어 아들 丹朱에게 전했고, 단군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사방 7수(七宿)를 윷판에 담아 후세에 전했다고 한다.
⏹ 다음은 정민 교수의 갱이사슬(鏗爾舍瑟)의 글이다.
공자가 어느 날 자로와 증석, 염유와 공서화 등 네 제자와 함께 앉았다. "우리 오늘은 허물없이 터놓고 얘기해 보자. 누가 너희를 알아주어 등용해준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
제자들은 신이 나서 저마다의 포부를 밝혔다. 다들 나랏일에 참여하여 큰일을 해내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너는?" 스승의 눈길이 마지막으로 증석을 향했다.
鼓瑟希, 鏗爾, 舍瑟而作.
증석은 슬(瑟) 연주를 늦춰 젱그렁 소리를 내면서 슬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선생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늦봄에 봄옷이 이루어지면 어른 대여섯과 아이 예닐곱을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고 시를 읊으며 돌아오렵니다."
공자가 감탄하며 말했다. "나도 너와 같이하마."
논어 선진편에 나온다.
처음부터 증석은 슬을 연주하고 있었다. 제가 말해야 할 차례가 되자 그는 슬 연주를 늦추더니 젱그렁 맑은 울림을 내고는 무릎에서 바닥으로 슬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놓인 슬은 계속해서 길고 잔잔한 소리를 낸다. 이어서 나온 그의 말처럼.
임원경제지 중 이운지(怡雲志)에는 금실(琴室)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대부의 거처에는 볏짚을 엮어 세운 정자나 외진 구석방에 금을 연주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바닥에 커다란 항아리를 하나 묻어둔다.
주둥이 부분에 큰 구리종 하나를 매단다. 그 위에 나무판자를 깔아 덮는다. 그 위에서 금을 연주하면 항아리가 공명통 역할을 해서 더욱 맑고 은은한 느낌을 낸다.
그 사이로 들릴 듯 말 듯 끼어드는 종의 진동. 솔숲이나 대숲에 작은 이 층 누각을 세워 금실을 지을 때도 바닥을 나무판으로 하고 그 아래는 텅 비워 울림판 역할을 하게 했다.
다산의 초당 12경시 중 하나.
松壇白石牀, 是我彈琴處.
소나무 단(壇) 바위 평상, 내가 금을 타는 곳.
山客掛琴歸, 風來時自語.
금을 걸고 손님 간 뒤, 바람 오면 혼자 소리.
이것은 바람에 저 혼자 우는 거문고 소리다. 도연명의 거문고는 애초에 현(絃)조차 없었다. 그는 북창 아래서 벽에 걸린, 줄 없는 거문고의 깊은 가락을 들었다. 인생에도 젱그렁 길게 끌리는 여운이 필요할 때가 있다.
▶️ 鏗(금옥 소리 갱)은 형성문자로 铿(갱)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堅(견, 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鏗(갱)은 ①금옥(金玉) 소리 ②거문고를 타는 소리 ③기침하는 소리 ④(종 같은 것을)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거문고 연주를 늦춰 젱그렁 소리를 내면서 일어섰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과 다름을 이르는 말을 갱이사슬(鏗爾舍瑟)에 쓰인다.
▶️ 爾(너 이)는 상형문자로 尔(이)는 통자(通字), 尔(이)는 간자(簡字), 厼(이), 尒(이), 尓(이)는 동자(同字)이다. 爾(이)는 실을 가락옷에 잘 감을 때 쓰는 물레를 본떴다. 그래서 爾(이)는 너희의 뜻으로 ①너 ②성(姓)의 하나 ③어조사(語助辭) ④같이 ⑤그(其) ⑥뿐 ⑦이(此) ⑧그러하다 ⑨가깝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지나간 얼마 동안의 아주 가까운 때를 이래(爾來), 그 뒤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을 이후(爾後), 너의 간절한 뜻이라는 뜻으로 품계가 낮은 벼슬아치의 상소에 대한 임금의 비답에 쓰는 말을 이간(爾懇), 구차한 모양을 요이(聊爾), 벌레나 무엇이 움찔움찔 움직임 또는 무지하고 하찮음이나 사람들이 수선거려 움직임을 준이(蠢爾), 빙그레 웃는 모양을 완이(莞爾), 급작스러움 또는 성질이나 언행이 신중하지 않고 소홀함을 솔이(率爾), 왈칵 일어남을 발이(勃爾), 몹시 작음을 촬이(撮爾), 네 각담 아니면 내 쇠뿔 부러지랴는 뜻으로 자기 잘못으로 입은 손해를 공연히 남에게 들씌우려고 억지로 트집을 잡는 말을 이장절각(爾牆折角), 사물이 우연히 잘 들어 맞음을 이르는 말을 우이득중(偶爾得中),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출이반이(出爾反爾) 등에 쓰인다.
▶️ 舍(집 사/버릴 사, 벌여놓을 석)는 ❶형성문자로 捨(사)의 간자(簡字), 舎(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혀 설(舌; 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余(여, 사)의 생략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余(여, 사)는 여유(餘裕) 있음을, 口(위)는 건물의 모양으로 뜻이 합하여 舍(사)는 '나그네가 머무는 곳', 또 '쉬다', '내버려 두다' 따위의 뜻에도 쓴다. 또한 舍(사)는 나중에 亼(집)과 十(십), 口(구)를 합(合)한 글자, 또는 人(인)과 舌(설)을 합(合)한 모양으로 생각되었다. ❷상형문자로 舍자는 '집'이나 '가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舍자는 舌(혀 설)자와 人(사람 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舍자는 舌자가 부수로 지정되어는 있지만 '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舍자의 금문을 보면 집을 받치는 토대 위에 기둥과 지붕이 얹어져 있었다. 이것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간이 쉼터를 그린 것이다. 舍자에 아직도 '휴식하다'나 '여관'이라는 뜻이 남아 있는 것도 본래는 간이 쉼터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일반적인 '집'이나 '가옥'을 뜻하고 있다. 그래서 舍(사, 석)는 ①집, 가옥(家屋) ②여관 ③버리다 ④포기하다 ⑤폐하다 ⑥내버려 두다 ⑦개의(介意)하지 않다 ⑧기부하다 ⑨희사하다 ⑩바치다 ⑪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⑫놓다 ⑬쉬다, 휴식하다 ⑭화살을 쏘다 그리고 벌여놓을 석의 경우는 ⓐ벌여놓다(석) ⓑ풀리다, 의심이 사라지다(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실(室), 집 가(家), 집 궁(宮), 집 옥(屋), 집 저(邸), 집 원(院), 집 호(戶), 집 헌(軒), 집 각(閣), 집 관(館)이다. 용례로는 집의 안채와 따로 떨어져 있어 바깥 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곳을 사랑(舍廊), 기숙사에서 기숙생들의 생활을 감독하는 사람을 사감(舍監), 정부 고관의 개인 소유의 저택을 사관(舍館), 남에게 자기 삼촌을 일컫는 말을 사숙(舍叔), 자기의 형을 남에게 겸손하게 일컫는 말을 사형(舍兄), 남에게 대하여 자기 아우를 겸손하게 일컫는 말을 사제(舍弟), 집을 달리 일컫는 말을 사옥(舍屋), 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을 사음(舍音), 기숙사나 숙사 따위의 규칙을 사칙(舍則), 군영의 건물을 영사(營舍), 감옥으로 쓰이는 집을 옥사(獄舍), 풍치가 아름다운 곳에 지어 놓고 거처하는 정자 모양의 집을 정사(亭舍), 나아감과 머무름을 취사(趣舍), 관청의 건물을 청사(廳舍), 곳간으로 지은 집을 고사(庫舍), 정신을 수양하는 곳을 정사(精舍), 역으로 쓰는 건물을 역사(驛舍), 가축을 기르는 건물을 축사(畜舍), 승려가 불상을 모셔 놓고 불도를 닦으며 교법을 펴는 곳을 승사(僧舍), 관리가 살도록 관청에서 지은 집을 관사(官舍), 정당의 사무소로 쓰는 건물을 당사(黨舍), 객지에서 기거하는 집이나 딴 곳에서 온 관원을 대접하여 묵게 하는 집을 객사(客舍), 사람이 사는 집을 가사(家舍), 일정한 돈을 받고 여객을 치는 집을 전사(傳舍), 외국 사신을 머물러 묵게 하는 집을 관사(館舍), 학문을 닦는 곳 또는 그 건물을 학사(學舍), 집짐승을 기르려고 지은 우리를 목사(牧舍), 앓는 사람을 수용하는 집을 병사(病舍), 자기의 이전 행위를 버리고 타인의 선행을 본떠 행함을 일컫는 말을 사기종인(舍己從人), 의견이 서로 달라서 일을 결정하지 못함을 일컫는 말을 작사도방(作舍道傍), 뜻하는 바가 천리에 어긋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지불사명(志不舍命),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해어진 초라한 모습으로 한데서 잠을 일컫는 말을 반수발사(反首拔舍), 논밭과 집을 구하고 문의하여 산다는 뜻으로 자기 일신 상의 이익에만 마음을 쓰고 국가의 대사를 돌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구전문사(求田問舍) 등에 쓰인다.
▶️ 瑟(큰 거문고 슬)은 형성문자로 현악기(絃樂器)의 모양을 본뜬 玨(각)과 음(音)을 나타내는 必(필, 슬)로 이루어졌다. 큰 거문고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瑟(슬)은 ①큰 거문고(우리나라 현악기의 하나) ②비파(琵琶: 악기의 하나) ③엄숙하다 ④곱다 ⑤쓸쓸하다 ⑥많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바람 부는 소리가 우수수하여 쓸쓸하고 적막함을 슬슬(瑟瑟), 맑은 거문고 소리를 청슬(淸瑟), 거문고와 비파로 부부 사이의 정을 금슬(琴瑟),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소리라는 뜻으로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을 이르는 말을 금슬지락(琴瑟之樂), 거문고와 비파 소리가 조화를 이룬다는 뜻으로 부부 사이가 다정하고 화목함을 이르는 말을 금슬상화(琴瑟相和),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비파나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여 놓으면 음조를 바꾸지 못하여 한가지 소리밖에 내지 못하듯이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전혀 없다는 말을 교주고슬(膠柱鼓瑟)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