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2..월요일
마음먹고 떠난 고창행이지만
모든 일이 마음처럼 되진 않는다는걸 또 실감하다.
지천을 핏빛으로 물들인
꽃무릇을 보겠다고 나섰지만
아놔~ 떡이다...
날씨도
시간도...ㅠㅠ;;
한송이든
군락이든 멋지긴 하다만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는구나.
왜 이리 섭섭하니?
시들어가는 꽃무릇에서 눈을 거두고
부도전의 백파선사비 한번 쓸어주고,
선운사 경내로 들어가
실망한 마음 들키지 않으려 대웅전 앞마당을 거닌다.
만세루를 개방하고
일반인들에게 차를 마실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락한 선운사.
차는 선운사에서 직접 재배하여 수확한 발효 백로차를 주셨다.
동백나무 아래서 딴 차라 백로라 이름하였다 한다.
만세루가 없었다면
선운사행을 오래도록 아쉬워했을것이다.
무화과...
어릴적 배고픔의 기억을 한번에 씻어준 무화과
꽃이 피지 않고 유일하게 열매를 맺는 천상의 과일,
과학적으로 근거하면 꽃이 피지 않는게 아니라
꽃이 안으로 숨어서 그렇게 보인다고 아는분은 그러더라만
그런들 저런들 내게 무화과는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친구를 불러온다.
우리집 커다란 무화과 나무를 부러워하던 동네 녀석들
저녁에 무화과 서리를 왔는데 담장에서만 땄으면 되었을것은
담장 이어서 얹혀진 돼지우리 지붕을 밟고 올라선것이다.
밤이라 해도 먹어야 할 무화과는 탐스런 녀석을 따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먹고 살기에도 녹녹잖은 시골인지라
돼지 우리 지붕은 슬렛트? 한장을 걸쳐 놓았을 뿐인데
사람이 밟는 순간에 와장창~
친구는 우리에 떨어지고
새끼를 밴 돼지녀석은 아닌밤중에 홍두깨였을것이다.
돼지는 얼마나 놀랬는지 1M도 넘는 목책을 뛰어넘어
마당밖으로 튀어 나왔다.
ㅎㅎ
지금 뭐하니?
아쉬움을 달래며 점심을 먹기 위해 구시포로 달리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칠면초가 가을을 부르고
황금 벌판을 보던 운전자와 동시에
와~아~를 외친다.
구시포해수욕장 안에 있는 털보네 횟집이다.
가지를 채종하려고 말리는 중인가보다.
어렸을때 우리집도
흥농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큰오빠때문에 채종(採種) 농사를 많이 지었다.
수박 채종
호박 채종, 호박도 둥근호박 길쭉한 호박
대파 채종
당근 채종 등등
농사가 많았던 기억이다.
학교 다니다 방학해서 집에오면
해뜨기 전 부터 해가 꼴딱 넘어갈때까지 죽어라 일했던 기억이다.
참 힘들고 어려웠는데 지금의 나는 이정도에 무너지려 하는가 뒤돌아 볼때가 많다.
채종농사의 기억중엔
당근 채종이 제일 힘들었던것 같다.
털이 부숭부숭한 당근씨앗을 수확하여 그 털이 몽땅 제거될 때까지
멍석에 비비고 또 비비는 과정이
가렵고
뜨거움을 견디며
막강한 힘을 요했기 때문이다.
제일 예쁜 씨앗은 대파 씨앗이었다.
자잘한 비즈 처럼 윤기를 내며 손에서 좌르륵 빠져나가는 그 촉감이란...
하도 힘들고 힘들어서
농사 짓는 시골로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작심을 했던때였고
소원대로 나는 목포시내에 사는
광혀니와 결혼을 했다.
^^;;
구시포 해수욕장 털보네 횟집
쥔장님이 진짜 털보였다.
처음 들어서면 쥔장의 인상이 무서버 그냥 가시는분도 있다 한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나선 다 단골이 되어버리는 곳!
자연산 도미회에 찜
생새우
생백합등등
기가 막힌 자연의 맛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까?
그냥 궁금해 하시길...
특별 메뉴로 주인장이 직접 담근 복분자주...
약 세 주전자는 비웠으리라.
배합이 중요하고 발효시간이 중요한 복분자.
먹어보니 설탕맛도 소주맛도 없이 깊은 복분자 맛이 올라온다.
큰일 났네. 사무실 늦어도 6시까지는 들어가야 하는데 벌써 4시네...ㅠㅠ;;
구시포 해수욕장의 소나무밭...
제철도 아닌데 심심찮게 들어오는 일반인들
서해인데도 섬이 없이 툭터진 바다를 불수 있다며
구시포 일몰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셨다.
다음 길 떠날 땐 누가 내 옆에 있어줄까?
하긴 언제 그거 두려워 못떠났던가?
지금 앉은 이 자리가 꽃방석인것을!
복분자에 밀려 사무실 귀소는 물 건너갔고
학원농장으로 들어선다.
붉은 땅 남도!
김지한 시인은 가도가도 황톳길이라 했던
남도를 그리워하며 오랜 시련을 견뎌냈다.
개인 소유라는데 봄엔 보리를 심어 개방하고
가을엔 메밀을 심어 놓아
가는 이를 부른다.
드넓은 남도땅의 풍만함에 눈이 자꾸 시큰거리며 눈물이 났다.
아!
나도 내려올까봐...
오두막 한개만 있어도
남도땅이라면 나는 덜 외롭지 싶은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아둥바둥 살아가야하는지...
선운사의 아쉬움이 일시에 녹아 내리는 시간이었다.
하롱하롱 꽃이 지듯
아쉬움도 져내리고 나는 이곳에서 다시 돌아가리라.
그리고 오래도록 그리워하리라.
어딘들 코스모스 한송이 없고
어딘들 가을이 없겠는가마는
나를 위로하는 코스모스는 너이고
지금 이 순간이었음을 ...
첫댓글 모든 사물들 사진도 멋지게 잘담아 사이 사이에 고운글 가득채우시고 가을이 오기전에 그 찐한향을 전해 주셨군요,,
가을이 오기전에 벌써 가려 합니다. 만끽하고 싶을뿐입니다. 건안하시길빕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아둥바둥 살아가야하는지...이생각하고 있었는데...떠나고 싶게 하네요...책임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게요~ 날마다 지지고 볶고 사는것이 사는것이러니 했다가도 한번씩 후닥닥 떠나고픈거 잇잖아요~ ㅎㅎ~ 누구나 떠나 살면서 꿈꾸는 일이겟지요~
하루의 짧은 시간에 많은곳들러서 좋은 것 많이 느끼고 온 여행이었군요. 평일 훌쩍 떠나 다녀올수있는 그 여유가 더 부럽습니다...
운이 좋앗다고 봐야겠지요. 돌아와야 할 상황이었는데 눌러앉아서 별일 없엇으니 말입니다. ㅎㅎ~ 호달이님께서도 훌쩍 떠나보셔요~ 오늘 당장...ㅎㅎ 물론 책임못집니다^^
기행문인감...여행기인감... 암튼 사진도 글도 미풍부는 오솔길 같네요. 언제나 멋지시구 ~
안개꽃님~ 칭찬이시죠? 감솨~감솨~ 미풍부는 오솔길아면 좋겠는데 언제 불지 모르는 돌풍같은 삶이라 광혀닌 무지 힘들어합니다. 하하하하
음~~멋져부러~~!! 나 가보지못한 대리 여행~~ 여유로움 ~~해사사 이래서 반한다니까요^^^0^^^덕분에 여름날의 남해상주 해수욕장의 고운 밤바닷가 모래사장... 봉평의 아름다운 메밀꽃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꽃님황후님~반갑습니다. 여행이란 특히 계획하지 않은 여행이란 나에게도 다른이에게도 항상 꿈꾸게 하는게 잇잖아요~ 남해쪽은 내년 휴가때 꿈꾸고 잇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셔요~
왐마~~걍 ~~우수에 젖게 해부요,,,,난 고향에서만 산께 긍가 새만금을 가봐도 삭막하고 그 옆에 뭔천강을 가봐도 느낌도 없고 애송리를 가봐도 독팍밭으로 뵈끼는 안보이듬말로,,,이분은 아조 보고 느낀것이 소설이싱마이,,,잘 보고 갑니다,,,가실아 인자 오믄 절때로 가들 마로 부러라,,,,,,나는 쪼깐 있음 사무실 옆 궁굴러뎅긴 은행잎 비찌락질 할생각에 징하구마요,,,,
ㅋㅋㅋㅋ독팍밭ㅋㅋㅋ비찌락질ㅋㅋㅋㅋ
백송님~ 부럽사옵니다. 고향땅에 살수있는것도 행운이지요. 떠나본자들의 하나같은 외침이구요. 비찌락질할때 부르셔요~ 도와드릴텡께~ 독팍밭~하하하하~초등학교 댕길때 넘어다니던 독팍재 생각나네요~ 여우 나온다고 울엄만 거기서 놀지 말고 항상 바로 오라고 시켰는디 지금 생각해봉께 빨리 와서 소 뜯기라고 그랬던거 가터요~하하하
햐^*^지천이볼거리~~먹거리~~가보고싶당~이쁘다,,,
가을이잖아요~정말 지천이 이쁘지 않은데가 한군데도 없습니다. 다 이뻐요~초록이님~얼른 가보세요~
알찬 하루 보내고 오셨군요.저도 내일 보따리 꾸려 떠나볼랍니다.거기가 어디든.........
소왕국의 왕비님~ 떠나셨나요? 저두 또 델꼬 가주세요~^^
박씨를 많이 미워할려고 했는데 미화 후배님 보고 생각을 접어야 겠소
선배님~ 박씨가 왜요? 어느 박씬가 궁금하네요~ ㅎㅎ~ 호옥시~~~사모님께서 박씬가요? 하하하하하~ 늘 이쁘게 봐줘서 감사드립니다.
구시포해수욕장일몰도 좋지요...하지만, 그 옆 자그마한 동호 해수욕장 일몰은 더 기가막히다우~
동호해수욕장 바로 옆이던데~ 그렇군요~ 언젠가 일몰보러 떠난다면 동호든 구시포든 꼭 가볼게요~ 별일 없으시죠? 저두 그만그만~짱구도 많이 컷어요~ 딛고 올라가 오만거 다 꺼내고 의자 밀고 가서 사방 다 헤집고~ 누가 달라고 하믄 줘불고 싶어요~ㅎㅎ~ㅠㅠ;;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름다운것들을 볼때면 까닭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합니다...올 가을엔 없는 시간 쪼개어 목적지 없이 그냥 국도로만 다녀보자~~ 지인들과 약속은 해 놨지만 실현이 될지는 글쎄? 입니다...
와~멋진 계획이네요~ 국도만 따라서~ 홀수길로만 갈것인지, 짝수길로만 갈것인지도 정해보세요~떠나기가 훨씬 수월해질텐데~ㅎㅎ~꼭 실현되길 빕니다_()_
우측에 재래종 무화과가 제일 먹음직스럽읍니다 아고 침넘어 가부네
물론 우측 무화과 먹었습니다. 항개에 처넌이나 달래서 눈 튀어 나올 뻔했지만요~ ㅎㅎ~ 친정집에 무화과 나무 다시 심어달라고 모동할매 졸라봐야겟습니다.
방송에서 광고 보고 가보고 싶었는데 대신 잘 다녀 오셨네요 돼지우리에 떨어진 님은 다치지는 않았는지?
어째 안다쳤겠습니까? 며칠간 절룩절룩했지요~ㅎㅎ~
가을아..올해는 널 곱게 보내주기로 마음 깡깡히 묵었니라..ㅎㅎㅎ열심이사는모습이 좋습니다
어쩐지 얘들이 벌써 떠날라고 채비하드라 했더니 마람님께서 보내부렸구만요~ 어제 오늘 기온이 넘 떨어져서 후달달입니다. 오늘 샌들 벗고 구두 신었어요~하하하하~
울 님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철학 여행이 되어 버렸네요 ... 깊은 가을의 ...
그렇게 보엿나요? 깊은 가을이 되긴해도 철학씩이나요? 암튼 어려운말은 모두 칭친ㅇ라고 생각하믄 된다고 보는 놈인지라...하하하하~ 돌아보면 안이쁜게 없네요. 늙어가는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