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과 항생제
몇 년 전에 응급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10년 정도 동안 독일 뮌헨에서부터 시작된 배앓이가 단순히 체한 것으로만 알고 지내며 유럽과 필리핀, 터키선교지를 다니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 한 번 제대로 못간 탓에 그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그저 음식을 잘못 먹어 체한 배앓이가 아니었습니다.
10년 세월 동안 아프다 참다 견디다 못한 제 몸이 결국 무너져 내린 것이었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그래도 이전처럼 체한 줄로 알고 이틀 밤을 뜬눈으로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은 견디지 못해 응급실로 갔습니다.
제 몸이 저를 많이도 원망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타인인 양 내 몸을 아끼지 않고 돌보지 못했습니다. 참 무지하고 무심했습니다.
담낭이 견디다 견디다 못해 다 썩고 터지고 녹아내렸습니다. 담낭을 잘라내는 수술인데 잘라 낸다기보다는 썩어 괴사(壞死, necrosis)한 담낭 조각들을 집어 낸다는 말이 더 적합할 정도로 누더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새끼손톱 크기 이상의 돌이 70개도 더 나왔습니다.
4시간여 수술을 마친 후 집도하신 강구정(대구 동산으료원 일반외과, 간담낭췌장분야 권위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넨 아직 아내도 젊고 아이도 어려서 좀 더 오래 살라고 속을 열심히 씻어 내었다”고.
썩고 문들어진 담낭을 다 긁어내고 그곳에 가득 차 있던 염증을 깨끗하게 씻어 낸다고 힘들었답니다.
(강구정 교수님은 제 모교회에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한 살 위의 형이고 현재 대구서현교회 시무장로님입니다)
그리고 곁에서 수술을 도왔던 전문의께서 한마디 거듭니다.
“선생님, 24시간만 병원에 늦게 오셨다면 패혈증이 와서 99.99% 돌아가셨을 겁니다”
염증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면 생명을 잃고 맙니다.
수술하면서 몸속의 염증을 정성껏 닦아내고 말끔히 씻어 내어 주신 교회 형님의 사랑이 큽니다. 주님 안에서 함께 자란 그 깊은 사랑 덕분에 저는 건강을 되찾고 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배앓이도 없으며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몸속의 염증도 생명을 위협하지만 교회 속의 염증은 더더욱 위험합니다. 교회를 병들게 하고 쓰러지게 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도 병들면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습니다. 몸도, 교회도, 국가도 건강하여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 속의 염증을, 곪은 부분을 긁어내고 씻고 닦아내어야 합니다. 필요하면 적당량의 항생제도 써야 합니다.
특별히 교회를 곪게 하는 염증인 사탄의 계략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러니 영적 수술이 필요하고 천국의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해야 합니다.
혹 당신께서 속한 교회는 배앓이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건강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