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을 때, 제가 운영진 단톡방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어제 김재영이 진짜 잘 던진거였구나>라고요. 그때 다른 운영진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민우도 지금 잘 던져요>.
두산은 강합니다. 오늘 우리가 점수 내면 다음 이닝에 곧바로 홈런으로 따라 붙으며 저력을 보여줬죠. 김민우는 그런 타선을 상대로 일단 5이닝을 채웠습니다. 8개의 출루를 허용했으나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고, 큰 타구 2개를 맞았으나 박건우-김재환-오재원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연타를 줄였죠. 승리를 챙긴 건 장민재지만 오늘 경기 중반 이후까지 접전을 벌이다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건 5이닝을 버텨 준 선발 덕입니다. 김민우 잘 던졌습니다. 덧붙이자면 오늘 팔을 살짝 비틀어 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부분은 다음 번 등판에서 한번 더 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 같네요.
모처럼 등판해서 2이닝을 막아준 장민재, 적은 점수차에 등판해 1이닝을 삼진 2개로 삭제한 김범수, 그리고 공 6개로 마무리한 정우람 모두 오늘 굉장했습니다. 어제 주력 불펜들이 줄줄이 실점을 허용했는데 오늘은 다시 상대를 꽁꽁 묶었네요. 팀방어율 1위팀 답게 말입니다. 선발이 버텨주면 이런 경기가 자꾸 나오죠. 앞으로 긴 시즌이 남았는데, 선발들이 최소한 오늘 김민우처럼은 던져주기를, 그리고 중반 이후 나오는 불펜들이 오늘처럼 효과적인 투구수로 이닝을 지워주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자꾸 이기니까 정우람의 등판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비책을 좀 더 세워두어야 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이기는 경기가 많아진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 계속 더 많이 이길 수 있을테니까요.
오늘 승리가 기쁜 이유는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 인상적인 것 하나는 8회 등판한 김범수입니다. 7회말에 2점 달아나 2점차로 벌어진 8회, 혹시 1년 전의 한화이글스라면 어땠을까요. 뻔하죠, 어제 공 17개 던진 안영명이 또 올라와 연투했을거고, 아니면 정우람이 8회부터 올라와 공을 던졌을겁니다. (그리고 아마 안영명 정우람은 이미 지금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지고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력 불펜들이 예전보다 더 적게 등판하고 있죠. 그러면서도 훨씬 위력적인 공을 던집니다. 왜냐구요? 당연하죠. 원래 투수가 적당히 쉬고 나와서 던지면 훨씬 더 강력한 공을 던지는걸요. 5월 23일은 <1년 전 그 날>인데, 바로 오늘 8회 2점차에 김범수 올리면서 2연승 기록하는 한용덕을 보니 3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갑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야구를 해주기 바랍니다. 덧붙여서, 5회 위기에 김민우를 교체하지 않은 것이 결과도, 그리고 과정도 모두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야구를 해주기 바랍니다 (2)
김태균이 결승홈런을 쳤습니다. 제가 최근에 중계방에서 항상 하던 말이 있습니다. <김태균은 스윙을 줄여야 지금보다 더 강하고 좋은 타구가 나온다>. 맞습니다. 김태균은 그런 타자입니다. 이 선수는 안타도 잘치고 2루타도 잘치고 홈런도 잘치는 타자입니다. 그런데 김태균이 그것보다 더 잘하는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나쁜 공을 골라내는 것>입니다. 존에 걸치지 않는 공, 본인이 원하지 않는 공에는 방망이를 내지 않고 기다리다가 입맛에 맞는 공을 골라 때리기 때문에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든거죠. 그런 와중에 가벼운 안타만 치거나 소극적으로 볼넷만 얻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김태균은 통산 장타율이 심정수와 똑같고, 299홈런을 쳐낸 선수죠. 게다가 곧 2천 안타를 칠 선수고요.
덕아웃에서 타자들에게 "공격적인 스윙을 하라"고 주문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김태균이 타석에 있을 때 좋은 타구를 원한다면 '기다리지 마라'는 주문을 하면 안 됩니다. 김태균은 느긋하게 쳐야 됩니다. 초구 그냥 보고, 만일 초구가 멀리 빠져 볼이 됐으면 2구를 한번 더 보고 천천히 타격해야 됩니다. 그러면 좋은 타구 날아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스트라이크 그냥 보내면 답답하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김태균이 홈런 치던 순간의 상황을 보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김태균은 그런 타격을 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물론 오늘 두산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사사구가 많았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죠. 하지만, 라인업의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덤비더라도 김태균만큼은 방망이를 신중하게 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김태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나쁜 공을 골라내는 눈>이니까요.
1구 : (직구) 볼
2구 : (커브) 스트라이크
3구 : (직구) 볼
4구 : (직구) 타격 : 좌중간 홈런 (홈런거리 125M)
두산을 스윕한 것이 2005년 이후 한번도 없습니다. 내일 꼭 이겨서 스윕했으면 좋겠네요. 이런 얘기를 선뜻 입 밖으로 내면, 그러니까 소위 <설레발>을 떨면 되려던 일도 잘 안 될 것 같아 불안한 게 사람 마음이죠. 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내일 스윕하자"고 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한화는 그런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만큼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최근에 이상한 감독들을 만나서 좀 부진했지만, 과거의 우리는 어땠습니까.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싸우면서 "져도 좋다"고 했나요? 두산과 플옵에서 붙으면서 "설레발 떨지 말고 조용히 응원하자" 했습니까? 안 그랬죠. 싸워서 이기기를 바랬습니다. 맞습니다. (투수진을 쥐어짜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내일 두산 스윕하고 주말 문학 3연전에서 선두 탈환을 노려야 합니다. 왜냐구요?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우리는 페넌트레이스 2위팀이니까요.
첫댓글 김태균이 내일 300홈런 채우고.. 다시 그게 결승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도 승리하길 바랍니다~!
성지예감
맞습니다 이글스는 페넌트레이스 2위팀입니다..이제 내려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늘 경기의 백미는..
김태균. 하주석의 홈런도 좋았지만,
8회 김범수 등판입니다.
10개구단 그 어떤 감독도, 그 상황에서 2군에서 엊그제 올라온 신인급 선수를 올릴수는 없었을겁니다.
언급하신대로 송은범, 서균, 안영명중 1명이 나왔어야할 상황인데, 김범수를 내더군요.
결과도 좋았고, 불펜도 아꼈고, 선수에겐 경험치를 올려줬네요.
한용덕 감독 대단합니다.
너무 행복 하네요
이런 야구 너무 좋네요
너무 오랫만이라 더 .....
스윕 말꺼내기두려웠는데
1번선발님이 먼저 말씀하셨으니
저도 자신있게 말해볼랍니다.
두산 스윕 갑시다!!!
갑시다!!!
아~~ 전 아직도 스윕..1위.. 이런걸 얘기하면 죄짓는거 같아요ㅋ
쫄지마세요,
2위팀 팬은 그러는거 아닙니다!
1번선발님의 어깨가 하늘로 승천하는 게 느껴집니다. 이글스라 자랑스럽습니다^_______^
오늘 경기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 설레발일지 모르지만 베테랑들 힘이 남아있는 올해 우승을 노려볼 적기가 아닐까 생각이... 1999년 우승 당시.. 사실 제대로 그 당시 경기를 보지 못해 몰랐는데 한화 다큐를 보면서 안 사실인데 전반기에 못하다가 후반에 힘을 내고 베테랑들이 버텨주며 우승을 한 한해더군요. 요즘 경기보면 뭔가 기세가 한화를 업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뻘소리 해봅니다.
두산을 스윕한 그때가 박지성이 맨유입단
할때시기라더군요...ㅎㄷㄷ
김민우선수 수고했어요~~
5이링만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결과 올것입니다
힘내세요~~
역시 제가 생각한 승부처도 5회 무사 1,2루에서 박건우를 삼진, 김재환 플라이, 박세혁 삼진 이 투구가 오늘 경기의 압건이었습니다.
장민재, 김범수를 내보낸 한용덕감독님의 뚝심도 마음에 들었지만, 시원시원하게 던져준 두 선수와 김민우의 5이닝 투구가 최고였습니다.
팡팡우럿습니다ㅠ
기분이 너무 좋은 승리. 이겨도 내일이 걱정이던 1년 전과는 상전벽해입니다.
오랜 기간 팬들을 억눌렀던 패배의식을 깨 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는 이럴 때 가장 높은 곳을 찍어보면 좋겠네요.
오늘은 충분히 그런 기대를 가질 만큼 강팀의 모습이었습니다.
1년이전의 그 팀이라면 8회 범수를 논하기전에 4회 김민우 내려가고 필승조가 돌아갔겠죠
팔을 살짝 비틀어던진다 ㆍ 이게 무얼 의미하는건가요ㆍ ~ 안좋은게 아니면 좋겠습니다
공의 무브먼트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그럴수도 있어요. 다만.. 부상위험도 좀 있죠
5회 김민우선수 버텨내도록 한것과, 김범수선수가 가장 좋았습니다~~~~ 우리팀 강팀된거 맞죠???ㅎ
우연이 아닌 진짜 실력으로 이긴경기
행복합니다, 정말. 갖춰지고 있어서..
1번선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는 1위를 탈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강팀 이글스이기 때문에요.
정우람이 지칠때 쯤에 권혁이 올라와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ㅠ ㅠ
역설적으로 그런 김태균이기에 가끔 적절히 초구를 노리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백투백 홈런도 초구였구요. 정형화 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에 변화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최근에 초구 타격비율이 높아진것도 그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장코치의 코칭과는 상관없이요.
1위라... 너무 설레네요^^
매번 1선발님의 글을 정독하는편인데 오늘은 다른때보다 글에 힘이 잔뜩 들어간기분이네요..뭐 제 기분상일수도 있지만만요~승리도 승리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완벽한경기였구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얻을수있는 멋진 운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팀의 영건인 두선수도 많이 성장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예전이었다면 아마도 8회에 샘슨 나왔겠죠.
1위팀과의 승차가 얼마 되지 않으니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면서요.
다시한번 박단장님한테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8~9월쯤 신예들이 힘떨어질 시점에 송창식 권혁 박정진이 힘을 보태서 완전체가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그것도 꿈은 아니겠지요.. 차마 입밖으로 내기가 두려운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