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간스포츠에서 10대 여자솔로가수들의 활약상을 보도하면서 장나라, 유리, 하늘, 죠앤을 소개했었다.
그중에서 장나라는 5월에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란 곡으로 화려하게 데뷔,
7월부터는 시트콤 '뉴 논스톱'에 출연, 연기에도 도전하였고 나쁘지 않은 라이브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인기만으로는 다음 카페 회원수가 8천 명에 이를 정도
(여자솔로가수 통털어서 1위)여서 새로 나온 신인으로 나머지 셋과 묶기는 좀 그렇다.
나머지 세 사람은 아직 데뷔 두달도 되지 않은 정말 신인들이다.이들은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신인들보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장나라는 현재 만 20세라 어린 가수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이들은 아직 10대 중반(!)이다.
이들의 나이를 살펴보면, 유리가 84년생, 죠앤과 하늘은 88년생(!)으로 신인 그룹 C.O.C의 멤버 유미, 민지와 함께 우리나라 여자 가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1997년 고딩가수 열풍(HOT, 젝스키스, 양파, 이지훈 등 인기) 이후 다시 10대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유리(본명 정유리)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흑인음악에 심취했다는 유리. 그녀는 천리안 사이버가요제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것도 자작곡이었다. 그 후 2001대한민국에 참여하며 많은 매니아를 모았던 그녀는 이클립스뮤직과 계약을 맺고 자신의 첫 솔로앨범을 발표하였다. 솔로앨범의 타이틀곡은 '슬픈 영혼'으로, 혼자서 작사도 하고 작곡도 하고 편곡에 코러스까지 맡았다고 한다. 유리는 최근 독일 음악박람회 팝콤에 소찬휘 등과 쇼케이스를 가져 그녀의 실력을 뽐냈다. 물론 그녀의 외모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음악성만으로도 충분히 롱런 가능성이 보이는 가수이다. 최근 m.net의 '쇼킹 엠'에서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그녀의 라이브를 선보였는데, 보컬리스트로서도 유리는 뛰어난 역량을 선보였다. 유리는 9월 7일부터 9일까지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데뷔 2개월 여만에 콘서트를 가지게 된다. 신인으로서는 참으로 드문 일이다. 그것도 데뷔 3개월만에...(사실 3개월도 안된다.)그만큼 자신의 음악 세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01년 'R&B의 가을'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유망주라 생각되며,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가치관만 뚜렷이 갖춘다면 정말 좋은 뮤지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천리안 모델로도 활동, 마스크도 나쁘지 않은 평을 얻고 있다.
사족으로, 스포츠투데이에 유리에 대한 기사가 있는데, 유리가 작년 유망주였는데 보아라는 경쟁자 때문에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다고 기술되었다. 스포츠신문들의 비교적 부드러운 어투로 절반의 성공이라 말한 것은 한마디로 실패라고 서술한 거나 다름없으며, 결국 보아만 높여 써 준 꼴이다. 둘이 1위 대결에서 맞붙었다거나 신인이 아니라면 모르지만 이런 식의 라이벌 붙이기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유리와 보아는 10대란 것 이외에는 별로 공통점이 없다. R&B라 해도 유리는 우리 대중들에게는 아직도 비주류에 가까운 흑인음악 쪽이며, 보아는 약간 변형된 R&B댄스(좋은 말로...)이다. 보아는 완벽한 스타시스템에 의해 가꾸어진 '스타'를 목적으로 한 가수이지만 유리는 자신 스스로 치고 올라온 '뮤지션'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더 서술하다가는 필자의 주관이 너무 외형적으로 확연히 드러날 것 같아서 이만 서술한다.
죠앤(Joanne, 본명 이연지)은 이들 중에서 가장 보아와 흡사하다. 김형석이 만든 보아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심은하+함소원+장나라 정도로 보면 알맞다. 외모가 조숙한 점이나, 타이틀곡 'First Love'의 스타일이나 거의 보아의 판박이이다. 역시나 그녀는 얼마 되지 않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안티를 보유하고 있다. 김형석에게 3년간 많은 훈련을 받았으며, (3년 전이면 초등학교 5학년 --;)보이스 레슨과 안무 연습도 충실히 익혀 왔다. 아직 우리말이 서툴지만, J나 As One의 성공으로 그런 단점은 우리 나라에서 많이 희석된 상태라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다. 죠앤은 현재 외국인학교 8학년에 재학중이며, 카이 CF에도 출연하였다. 김형석은 올해 성시경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으며, 자신의 프로젝트 앨범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과 더불어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올해의 행운을 계속 이어갈지 흥미롭다.
하늘은 정말 좋은 말로 '대.중.적'인 가수이다. 타이틀곡 '웃기네'는 유명한 팝송 'Venus'를 차용, 매우 사람들이 알아듣기 좋으며 그녀가 무대에서 세 번 옷을 벗는 것도 분명 대중에게는 흥미로운 일이다. 하늘이 예전 '진실게임'에서 댄싱퀸으로 출연했다는 것이라든지 그것 때문에 이성미가 가수로 추천했다는 것이라든지 그녀의 외모가 상당히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얼굴이란 것도 대중에게는 관심거리가 될 만하다. 게다가 하늘은 중1. 하늘을 한 번 보고 중1이라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이것도 화젯거리가 될 만하다. m.net에서는 그녀를 노골적으로 Push하고 있다. 또한 하늘의 기획사는 겁도 없이 하늘색 풍선을 쓰려다 god 팬들에게 카페와 홈페이지를 공격당했다. 모두 화제가 될 만하다.
다 화젯거리지만...음악성은 절대로 화젯거리가 안된다. 노래도 정말 금방 만든 듯 하며, 가사는 단순한 데다가 유치하며 진부하다. 하지만 아까 서술했듯 대중성은 세 명 중 최고이며, 자두를 능가할 수도 있어 보인다. 걍 음악성 생각 안하고 재밌는 노래 듣고 싶을 때 가끔 들으면 좋을 듯 싶다..물론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안무나 한번 따라해 보면서...
왜 갑자기 어린 여자솔로가수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것일까?
첫째, 무엇보다도 SM의 막내 보아의 영향이 크다. 1999년은 여자 그룹의 해였다. 핑클은 대상을 차지했었으며 베이비복스도 두 곡을 1위 후보에 올려 놓았었다.
클레오, T.T.Ma, O-24 등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의 '노출 자제' 발언 이후 여그룹은 엄청난 퇴조를 보였다. 베이비복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인기 하락세를 보였으며, O-24와 T.T.Ma는 큰 인기 하락을 기록했다. 클레오의 경우에는 전보다 인기는 상승했음에도 순위는 제자리를 기록하였다. 1999년 같았으면 10위권 안팎을 무난히 차지해야 할 티니와 SZ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애당초 이수만의 2000년 하반기 계획은 여자그룹이었으나, 이 상황에서 여자그룹을 내놓을리 없었다. 그는 보아를 선보였으며, 안티도 많았지만 변함없이 SM당원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강제규, 이수만의 "자본 의형제"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때는 마침 김현정, 박지윤, 이정현, 백지영, J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시기였으며, 박진영이 량현량하를 데뷔시킨 상황이었기에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비난도 면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이를 장사하는 데 이용한 건 사실이다. 보아 홍보 CF에서 그녀의 얼굴 옆에 자막을 기억하시는가? 바로 "만 13세"였다.) 아류 상업주의자들은 10대, 어린 가수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리같은 경우는 자신이 직접 실력으로 가수가 된 것이지만 하늘, 죠앤, 그리고 곧 데뷔할 다나, 써니까지... 춤 좀 잘 추고(솔직히 말하면 연습시키면 잘 출 정도이고) 얼굴 반반한, 물론 음악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대두는 시작되었다. 박진영이 미친 듯이 방송에서 영재를 찾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둘째, 음반시장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가수를 키우는 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실패할 경우엔 엄청난 몰락을 감수해야 햐는 상황...그리고 지속되는 음반시장의 위축과 거대가수로의 집중...남자댄스그룹은 자본 없이는 성공이 99.99%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여자그룹보다는 여자솔로가수가 유지하기는 더 쉽다. 홍보하기도 좋고, 해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혼자인데 어떻게 해체를 하나...) 안정성도 있다.
셋째, 가수의 역량 과시를 위해서이다. 남자가수들은 최근에 그런 일이 상당히 드물지만 우리 여자그룹들 중에는 워낙 급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과연 가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는 멤버들이 많다. 우리 나라 최고의 여자그룹 음악연예인 핑클에게도 이진, 성유리 두 명이 있으며, 파파야의 강세정과 주연정, 쥬얼리의 유진과 은미, 클레오의 한현정 등이 가수 자질에 대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SES의 유진과 슈도 포함시킨다.) 또 클레오나 파파야는 데뷔 이후 라이브를 한번도 안해서 많은 욕을 먹고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노래 잘하는 애하고 얼굴 예쁜 애 다 뽑아서 노래 잘하는 애는 못생겼다고 욕먹고 얼굴 예쁜 애는 노래 못한다고 욕먹느니 노래도 어느 정도, 얼굴도 어느 정도 되는 사람 하나 뽑아서 이미지 잘 주는게 더 이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최근 불고 있는 10대 여자솔로가수 열풍을 알아보았다. 필자는 음악적 역량만 있다면 어린 나이에 가수 데뷔하는 것을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단 여기서 이야기하는 음악적 역량이란 단순히 연예인의 끼가 아니다. 정말로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이 자신의 음악을 장차 어떻게 발전시킬지 뚜렷한 계획이 있으며, 기본기가 뛰어난 사람...
그런 사람들만이 진정 가수가 될 자격이 있으리라...나이는 상관없다. 가수된 지 3년이 넘었어도 노래 실력 떨어지는, 음치가 멤버의 반인여자그룹 음악연예인이 우리나라 최정상이며, 장난감 마이크, 부채 따위나 들고 다니는 고집센 아가씨가 테크노 여전사가 되가는 판국이다. 여자가수는 정말로 어떻게든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