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나 지난 지금, 자꾸 옛날 얘기를 하는 것이 저도 참 싫습니다만
최근 한용덕의 모습을 보면서 전감독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저는 김성근 전감독에게 (투수를 무리하게 쓰는 것 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불만이 있었는데
그 불만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이런 겁니다
김성근은 <지금이 타고투저 시절인데 투고타저 시절 야구를 했고, 144경기 체제인데 126경기 스타일 야구를 했죠>
쉽게 말해서, 시대에 맞지 않는 야구를 한 겁니다.
과거의 그는 분명히 명장이었습니다
약팀을 상위권으로 끌어 올린 경험이 굉장히 많고
비교적 잘 만들어진 07SK를 맡아서는 왕조 시대도 누렸습니다
그 시절의 성과를 굳이 우리가 깎아내릴 필요는 없죠
문제는, 그 시절이 모두 하나같이 투고타저였고 또 경기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는 겁니다
경기 초반부터 1~2점 짜내고 그 점수를 지키는 것이 (그 시절에는) 좋은 야구였습니다
투수가 흔들리면 한 박자 빨리 교체하고 불펜을 타이트하게 운용해도 (그 시절에는) 시즌을 치를 수 있었고
불펜 에이스 한명을 빡세게 돌리면 (그 시절에는) 몇년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습니다
타자들의 득점력이 지금같지 않고
게임수가 적고, 선수단 두께도 그만큼 두껍지 않은 시대였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야구의 정석도 바뀌었죠
던지고, 치고, 달려서 점수를 겨루고 1점이라도 더 많은 팀이 이긴다는 기본 룰은 똑같지만
상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기 위해 팀이 해야만 하는 것들은 달라졌습니다.
1-2점이 아니라 4-5점 또는 그 이상을 내야 하고
많아진 게임수, 늘어난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여러명의 투수가 필요하며
불펜의 힘만으로 그것을 채울 수 없으니, 선발이 좀 맞더라도 긴 이닝을 세워둘 필요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력 선발과 불펜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서는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도 실전에서 뛰어야 하고
때로는 중요한 상황이어도 큰 맘 먹고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전감독은 그런 것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죠.
태평양 쌍방울에서 '꼴찌신화'를 쓴 것은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대신 겨울산 가서 얼음물 깨고 극기훈련 하던 시대고
SK왕조 시대도 가까운 과거 같지만 벌써 10년 전이며
07년은 리그에서 투수의 힘이 가장 세고 타자의 힘이 가장 약하던 시대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2018년에 맞는 야구를 해야 합니다.
적은 점수차에도 김범수 올려 1이닝을 맡기는 야구
안영명 정우람을 매경기 출첵하는 게 아니라, 박상원 박주홍에게도 중요한 이닝을 책임지게 하는 야구
주자가 나가면 타자로 하여금 풀스윙을 유도해 2점 이상을 노리는 야구
144경기를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해 적당한 휴식을 보장하는 야구
그런 야구 말입니다.
세부적인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위에서 언급한 저런 부분들을 한용덕호는 비교적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5:3으로 앞선 8회에 안영명-정우람 대신 김범수를 선택하는 감독이라면
분명, 2018년에 맞는 야구를 시도할 것 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앞으로 우리가 계속 잘해서 욕심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페이스가 떨어져 조바심이 생길 수도 있는데
어떤 상황이 오든, 오늘 8회의 그런 대범함을 계속 유지해주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본인이 내건 <3년 후에는 강팀>이라는 공약을
실천할 확률이 더 높아질테니까요.
첫댓글 김범수야? 하는 생각이 들다가, 김범수 공 던지는 거 보고 역시 잘 선택했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독이 믿으니까 선수는 알아서 즐겁게 춤을 추네요. 한화가 잘 나가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겠죠. 빙그레 시절을 오랜만에 한화를 통해 느끼네요.^^*
하나같이 투고타저까진 아니었죠. 14년부터 미친듯한 타고 시즌에 뒤로 밀렸지만 09, 10시즌도 꽤나 타고투저 시즌이었으니..
공교롭게 3타자 연속 좌타였죠.. 김재환,박세혁,오재원 이었던가요? 타이밍 좋고.. 범수선수도 자신감 얻었을듯... 제구만 되면 김범수는 쵝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