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풍경(風景)
- 조 찬 구 -
내 삶은 스물 셋 젊은 나이에
와자장창 내려 앉고 말았다
그 후 질질 끌려온 피눈물 자국 이십구년여
산더미로 쌓인 술병과 술병
깊고 넓은 강물로 흐르고 흐르는 담뱃갑과 담뱃갑
너그럽고 온유한 마누라 병신 만들어 놓고
어질고 영민한 아들 먼저 먼 길 보내놓고 나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불효 독초(毒草)
그래도 남편, 애비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불룩 튀어나온 복부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끈질긴 무좀
마음은 교활하여 때론 거짓말하나
몸은 정직하니 몸언어 잘 읽어야 하고
마음 거의 다 털어놓아 텅 비고 썰렁한 한 채 원두막
누구는 나를 보고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비웃기도 하고
누구는 나를 보고 바라지도 않는 시인(詩人)이라 부른다
맑게 개인 날도 있고 구름 잔뜩 끼인 날도 있고
퍼붓는 장대비 가시거리 일 센치미터 않되는 날도 있고
거센 태풍 속에서 '하느님 죄인(罪人)들 구하여 주십시요.'
모처럼 기도(祈禱) 드리는 날도 있다
생존, 생활 해결되어야
한두 자 나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올 해 들어 어김없이 따라붙는 까마귀 소리
기꺼이 안고 갈 마음 든든한 나날
텃밭은 잡초 투성이
환기(換氣) 오랫동안 하지 않아
소중한 백 호 한국화(韓國畵) 한 폭
가로 양쪽에서 서서히 물드는 습기(濕氣)
버린다, 내려놓는다
말만 먼저 매일 앞서고
스트레스 주기보다는 받는 성격 고집 강한 성격(性格)
다섯 변 밀려오고 밀려가는 너울 파도(波渡)
한 움큼 쥐었다 놓아버린 바람 백여 움큼 이상(以上)
'니가 월 아느냐. 바람,바람 전부 바람이다.'
마음 속 진실 건져내어 툭 툭 던지는 윤 보살(菩薩)님
정작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하루 사십여 분에서 한 시간여 체력에 맞는 운동(運動)인데
'체력은 국력!!' 뻔히 알면서도
월화수 마시고 목요일 쉬고 금토일 마시면 되는 걸
알면서도 아침부터 오전 두시까지 이어지는 술과 담배
어 ~ 어~ 어~허~ 어~ 어~ 어~허~
에잇 모르겠다
'살라고 만들어 놨지, 죽어라고 만들어 놨겠나.'
몸 아프면 즉시 진료(診療)하라는 귀한 말씀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니
몸은 몸대로 고생하고 돈은 돈대로 깨지네
스물 셋 젊은 나이에
와자장창 무너져버린 내 인생(人生)
여기 저기 질질 끌려온 핏자국 자국 선명하네
우물 안 개구리
온실 안 화훼(花喙)
울음 흐르면 흐르는 대로 그냥 두고
엉엉 울고 싶으면 엉엉 소리내어 크게 울자
비교하지 말자
무엇보다 아집(我執)애서 벗어나자
'삼독(三毒)-탐욕, 진애, 치암'
어느 하나에서 제대로 벗어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양약(良藥)은 고어구(苦於口)하고,
충언(忠言)은 역어이(逆於耳)니라'
허구헌 날
헛삽질 헛삽질만 계속하고 있을 건가
수많은 시시티비(CCTV), 블랙 박스
있든지 말든지
놓여진 조경석(造景石) 백 년 천 년 그대로인데
초봄 심어놓은 옥잠화 옥잠화
청단풍 잎새 잎새 어느듯 많이도 자랐구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
'창랑(滄浪)의 물결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결 흐리면 내 발(足)을 씻으리라.'
내리 꽂히고 꽂히는 계속 계속 내리꽂히는
장대빗발 속
홀로 산길 여유로운 걸음
한 여인(女人) 생각나고
가마솥 더위 거센 폭풍우 내리쬐면 내리쬐는대로
한 바탕 온통 다 뒤집어 놓고 놓으면 놓는대로
한 그루
의연한 무궁화 무궁화(無窮花) 오늘도 영원히 의연(毅然)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