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하우스의 설교
드와이트 무디(D.L.Moody,1837-1899)는 영국여행의 목적을 이룬 후 앞날의 일에 대한 새로운 결심과 희망을 가슴에 가득 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여행을 한 후 만 3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시카고에 이르러 몇 주일이 지나서 그는 뜻밖의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존경하는 무디 선생님
저는 영국에서 선생님과 작별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곳 미국으로 건너와 잠시 지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뵈었을 때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만 저는 이번 기회에 시카고에 있는 당신의 교회에 찾아가 꼭 설교를 하고 싶습니다. 오는 목요일과 금요일 사이에 시카고를 방문하겠습니다.
무어하우스 드림.
무디는 영국 여행 중 더블린과 아일랜드까지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거기서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하면서도 벌써 설교자로서 명성을 드러내고 있던 해리 무어하우스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소년은 무디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전 여기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전도자인데 허락된다면 언제라도 선생님이 계시는 시카고로 건너가서 한번 설교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가능할 것입니다."
무디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의례적인 것이었지 꼭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모습이 워낙 어리게 보여 그의 설교 역시 신통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무디를 뒤따라 미국까지 건너온 그는 오는 목, 금요일 사이에 시카고를 방문하여 설교를 하겠다는 결심을 다시 전달해왔던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할까. 하지만 별수 없잖은가. 오겠다고 벼르는 손님을 박대할 수도 없고.'
이렇게 생각한 무디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곧 그에게 답장을 썼다.
-이곳 시카고까지 찾아오겠다니 반갑습니다. 희망한 대로 그때 오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하필 그때 나는 다른 지방으로 출타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교회에 없더라도 다녀가기 바랍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무디 씀.
그후 예정된 날짜에 출타하기 위해 시카고를 떠나면서 무디는 교회 직원들을 향해 미리 일러두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한 소년이 우리 교회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데 깍듯이 대접해 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그가 설교하기를 청하거든 들어주는 것이 예의일 것 같습니다. 설교를 잘하든지 못하든지 그런 문제를 떠나서 말입니다. 나는 오늘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렇지만 상대편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면서 설교를 맡긴다는 것은 무모한 것 같은데 그러다가 유익은 커녕 도리어 해나 끼치게 되면 어떻게 하죠?"
"그런 점도 없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유익한 방향으로 간섭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지나친 염려는 하지 마십시오."
토요일에 집으로 돌아온 드와이트 무디는 그동안의 일이 궁금하여 아내를 향해 물었다. 그랬더니 아내는,
"아주 좋았어요. 아니 좋은 정도 이상이었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건 예상밖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없이 기분좋은 대답이기도 했다.
"당신도 직접 들어봤소?"
"그럼요."
"그럼 당신도 그의 설교가 훌륭했다고 생각하오?"
"정말 훌륭했어요. 아직 어린 소년이어서 더욱 그렇게 들렸는지 모르지만."
"본문 말씀은 어디였는데?"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었어요. 그는 두 차례 설교했는데 두 번 다시 본문을 읽었어요. 그리고 이 소년의 설교 방식은 당신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래도 너무나 건실한 설교였답니다."
"설교 방식이 어떻게 달랐다는 거요?"
"주제는 하나님은 어디까지나 죄인을 사랑하신다는 것이었어요. 정말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몰라요."
무디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성난 목소리로 아내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하니님이 죄인을 사랑하시다니."
그의 기본 사상은 하나님께서는 선한 사람만 사랑하시고 악한 사람은 미워하신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놀라며 다그쳐 물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당신에게서는 한번도 들어볼 수 없었던 말이었으나 너무나 감동스러웠기 때문에 무어라 형용할 수 없었다구요. 오늘 밤도 설교를 계속키로 했으니까 당신도 직접 들어보세요. 그러면 다 알게 될 테니까 말이에요."
드와이트 무디는 그날 밤 무어하우스를 먼저 만나지 않은 채 조용히 뒷 좌석에 앉아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소년 설교자의 메시지가 너무나 많은 감동을 끼쳐서 온 교인들의 요청에 의하여 모임이 연장되었던 것이다.
그 소년 설교자 무어하우스는 이날 밤에도 먼저 본문 말씀으로 요한복음 3장 16절을 펴 들고서 차례로 읽어내려갔다. 그런 후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형제 여러분, 이 밤에도 지난번과 똑같이 방금 읽어드린 말씀을 가지고 그 안에 들어있는 무진장한 진리의 보화들을 캐내어 볼까 합니다."
그런 다음 그는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기록되어 있는 전체적인 맥락을 살핀 후 하나님께서 어떻게 세상을 사랑하시고 또 죄인들을 사랑하셨는지 차근차근 증언해나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형제들이여, 하나님은 세상이 의롭게 된 후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죄악의 도탄에 빠져 있을 때에도 여전히 세상을 사랑하셨습니다. 또한 죄인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도 하나님께서는 그가 의롭게 되어진 다음에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죄인 그대로였을 때부터 그를 사랑하셨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죄 많은 세상과 죄인이 구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여러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와 예수님을 영접하시기 바랍니다."
드와이트 무디는 그렇게 많은 집회를 열고 설교를 하였지만 하나님께서 세상의 죄인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기야 사도 바울도 일찍이 하나님께서 우리가 아직 원수되었을 때에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리게 하셨다고 증언하지 않았던가.'
무어하우스의 설교는 드와이트 무디의 마음을 완전히 감동시켰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만들었다. 정말 이런 일은 마치 세번째의 회심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다음 주일 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때는 스트리트교회의 신자들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 교회 신자들까지도 소문을 듣고서 찾아왔다. 그리고 이런 모임은 다음 수요일 밤까지 계속되었다.
본문은 일곱 차례 모두 요한복음 3장 16절이었고, 주제도 여전히 하나님께서는 세상과 죄인을 사랑하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재는 같았지만 성경을 토대로 증거하는 예증은 그때마다 달랐기 때문에 집회는 날마다 새롭게 열기를 더해갔다. 무어하우스는 이윽고 다음과 같은 말로서 그동안의 설교를 마무리했다.
"형제들이여, 저는 한 주간 동안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가를 증거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우둔하기 짝이 없는 제 혀를 가지고는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지금 제가 야곱의 사닥다리를 빌어서 하늘에 올라가 전능하신 하나님 곁에 서 있는 가브리엘 천사에게 부탁하여 하나님께서 세상과 죄인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들려달라고 청한다면 그 역시 제가 그동안 들려주었던 말들을 반복할 것입니다."
드와이트 무디는 무어하우스의 설교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은 한 귀절이라 할지라고 거의 무한에 가까운 계시적인 진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 깊이도 헤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후 무디는 성경을 겉으로만 읽지 않고 거듭 숙고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감격스러웠던 일은 무어하우스와 같은 유능한 설교자를 동역자로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무디의 전도활동에 무어하우스의 역할은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큰 힘이 되었다.
< (신앙위인전기시리즈) D. L. 무디>(규장문화사) - 오병학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