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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명상요가
 
 
 
 
 
카페 게시글
기본 게시판 스크랩 시골살이 10년
中然 추천 0 조회 12 09.11.05 10: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내일이면 낯선고장에서의 살림살이가 시작된지 꼭 10년째다.

1998년 8월 29일 토요일

그날도 이번 늦여름처럼 무척이나 더웠었다.

 

무더운 여름밤 4층 이웃들이 마련해준

401호 다휜이네집에서의 송별회도 잊지 못하겠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있는 집이 많아서

낮에도 시끄럽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며

이웃들도 우리집을 부러워 했었다.

오후 5시면 땡칠(칼)퇴근 해오는 남편이 있었기에...

 

좋은 보직자리 내놓고 농촌으로 내려가서 살겠다고

갑작스레 희망퇴직을 했었는데 믿지 못하던

남편의 직장동료들이 근무중에 잠시나와

이삿짐을 옮겨 주어서 수월하게 떠나올수 있었다.

 

울산에서 하동 화개까지 세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사비용을 절감한다고 2.5톤 용달트럭에 짐을 싣고 내려왔다.

 

우리 두사람 다 겁이 없어도 너무 없었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살면서 여름날씨를 잘 지켜보니

여름날씨는 변덕이 워낙 심해서 언제 쏟아내릴지 모르는

소낙비가 있다는것도 염두에 두지 않고

지붕 없는 트럭에 이삿짐을 꽉 채우고 고속도로를 달렸으니

오는 중간에 비한방울 안맞았던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날은 아마도 하늘에서도 우리에게 이사부조를 해주신것 같다.

옳은 농사를 지으러 가는 자연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벌써 겨울준비를 해야하는 철이다.

팔월말인데도 한낮엔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텃밭이 작아서 미련없이 고추대를 뽑아내고

그곳에 김장배추를 옮겨 심을 준비를 한다.

 

 

 

우리밭은 동물성 퇴비는 가끔 보이는 잔잔한 노루똥이 전부다.

오직 풀베어서 퇴비만들어 쓰고 고추와 배추대만

모종심기전에 고무통에 만들어 놓은 액비 단 한번 준다.

 

액비통은 두개인데

재, 깻묵, 쌀겨, 은행잎 등등등~~~~~~~~~~~

 

 

 

옥수수대는 다 뽑아졌고 지금은 무밭으로 변신을 했다.

무싹이 이쁘게 잘 올라 왔는데

오늘 비가 내려서 사진은 미쳐 못 찍었다.

 

 

 

고구마밭엔 밤에 가끔 노루가 내려온다.

고구마 줄기는 놔두고 순만 따먹고 가는데

고구마줄기는 끊어다 껍질 벗겨서 볶아주면 애들도 좋아한다.

 

 

 

참외는 힘들게 팔월 중순부터 겨우 하나씩 익어간다.

 

 

 

지난 주중에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나타난 무지개

 

내가 사는 마을사람들만 볼수 있는 자리에

올 여름도 오색 무지개가 떴다.

 

오색무지개는 2~3분간 머물기 때문에

관심두지 않으면 좋은 구경거리 놓치기 쉽상이다.

 

 

 

약치고 거두는 홍고추여서 더 소중하다.

겉은 성해 보여도 반으로 잘라보니 큰벌레가 든 것도 있었다.

 

태양초고추를 말리는 일이 쉽지 않아서

전부 반으로 잘라서 말리는데도

처음부터 햇볕에 바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 말리기까지는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조금씩 따서 말리면 전부 여섯근 정도 나올것 같다.

 

 

 

풍족한 것은 겨울준비를 한다.

가지도 썰어서 말리고 풋호박도 썰어서 말려 둔다.

옥수수 수염까지...

가을느낌은 나는데 날씨는 한여름보다 더 더웠었다.

 

 

 

지난 주중부터 한톨씩 떨어지는 알밤

밤은 일찍 떨어지는 올밤, 맛이 제일 좋은 중간밤,

늦게 떨어지는 늦밤들이 있다.

 

올밤은 연한밤색을 띠어서 그런지 맛은 싱거운 편

매일 저만큼씩만 주워와서 밤밥을 짓는다.

 

 

 

가을색을 찾은 호박

 

 

 

발디딜 틈도 없는 호박 지뢰밭에서

호박잎을 끊어다 주는 녹차아저씨

 

 

 

161cm인 이 엄마 키를 훌쩍 넘기고 딸들은 167~8cm 이다.

 

우유, 생선, 육고기도 거의 안먹이고 풀만 먹고 자란셈인데도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키는 알맞게 컸던것 같다.

 

이제 더이상 크면 안되는데...

 

여고생이 된 자매

초등 1학년과 3학년 2학기때 전학하여

하동에 있는 반친구들은 화개가 고향인줄 안다.

 

사람은 한 뱃속이라도 저마다 생김새도 틀리고

성격도 틀리는게 당연하니 쌍꺼풀이 없어도 이쁘니까

절대로 남들따라 쌍꺼풀수술도 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도 참 희안하게

명품은 다른 사람하고 똑같은 것을 갖고 있으면 싫다고 하면서

얼굴은 누구처럼 닮아지고 싶어서 성형을 좋아 하는지 모르겠다.

 

 

 

각시야 참말로 고맙데이~~

나도 당신따라 시골로 들어오길 참 잘했는걸요 뭘.

지금은 서로 고맙다고 하며 산다.

 

더 고마운것은

우리 두 사람다 가방끈이 짧다는 것이다.

 

아직도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아서

산골생활이 지겹지 않고 즐겁다면 별로 믿어주질 않을 것 같다.

 

한사람이라도 가방끈이 더 길어서 차이가 났더라면

부부가 되었겠나 지금도 농담삼아 얘기한다.

 

천만다행이라고...

 

우리부부는 만나서 35일만에 결혼했는데

결혼식때까지 만난게 열번도 안된다.

 

10대부터 70대까지 후회되는 일중에 한결같이

공부를 안한것이 후회 된단다.

 

하루를 멍청하게 그냥 보내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남편이여서

사실 난 솔직히 공부를 적게 한것에 대해 후회는 안 해봤다.

 

모르는게 무슨 죄고 배우면 되는 것을...

 

살면서 모르는건 모른다그러고

배울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더 좋아해주는 남편이

내곁에 있기에 같이 흙만지는 소꿉장난을 좋아한다.

 

 

 

집마당은 호박줄기가 뻗어가고...

 

 

 

봄부터 집을 짓고 있는 말벌집

어스름한 새벽부터 붕붕 소리를 내면서 매일같이 열심으로 짓는다.

 

 

 

벌들을 화나게만 안하면 될것같아 그냥 조심스럽게 지켜만 본다.

뛰어난 예술가도 못 만드는 자연품이기에...

 

아침부터 오전까지 비가 내렸다가 오후엔 그친 상태다.

내일 모레까지 내리면 이번 비로 더위는 주츰해지겠다고 하는데

화개골은 밤산에 풀베는 예초기 소리가 오늘도 들린다.

 

녹차아저씨는 배추모종 사서 심어 놓고나서

더위가 수그러드는 9월부터 밤산에 풀베러 갈 예정이다.

산을 한번 둘러보고 오더니

올해는 밤벌레가 더 심하게 들었을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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