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표준화된 영문 불교용어 표기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지현 스님)이 9월5일 ‘템플스테이 영문용어 표준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조의연 동국대 번역학연구소장은 이날 발제에서 “현재 한국불교와 사찰을 소개하는 홍보책자와 리플릿 등에 사용되는
영문 불교용어는 대부분 영어를 음차해 사용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국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 따라 수요자 중심으로 표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의연 동국대 번역학연구소장.
조 소장은 지난 6월부터 ‘Templestay Guidebook’ 등 문화사업단이 발행한 템플스테이 관련 소개서
3종을 분석해 이날 수행, 의식, 건축, 문화 등과 관련한 247개 영문 불교용어 표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현재 사용되는 영문 불교용어의 문제점으로 로마자 표기법 오류, 일관성 결여, 의미의 부정확성 등을 지적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영문 불교용어 가운데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오류가 로마자 표기법이다. ‘관음전’을 예로
로마자 표기법에 의하면 ‘Gwaneumjeon’으로 표기해야 하지만 상당수 사찰이 ‘Gwan-eum-jeon’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 예불만 하더라도 ‘yebul’, ‘yeabul’, ‘yebool’을 비롯해 ‘daily sevice’ 등 10여 가지로 표현되는 등 일관성이 결여됐다. 의미의 부정확성은 108배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 108배를 ‘108bow’로 표현하는데 오체투지란
의미의 ‘배’는 ‘prostration’로 표기해야 한다.
이러한 오류들을 극복하고 외국인들에게 올바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조 소장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제정한 로마자 표기원칙을 준수하고, 외국인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역(英譯)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 영역의 경우 ‘불교용어 이국화의 최소화’라는 전제아래 △보살(Bodhisattva)과 같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불교용어는 그대로 사용할 것 △간화선 등 한국불교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용어는 한국어 음역과
의미를 병기해 사용할 것 △일반용어의 경우 의역한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조 소장은 “선의 경우 조계종에서 확정한 영문표기법에 따르면 ‘Seon’으로 표기해야 하지만
외국인들의 이해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 고유의 표기법을 알리고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Seon(Zen)’과 같이 ‘Zen’을 부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님, 합장, 화두, 발우공양, 예불 등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한국불교 용어를 음역하고, 뜻을 병기해 외국인들이 한국불교에 다가오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또 “약사여래의 경우 대부분 ‘Yaksayorae Buddha’로 표기하는데 외국인에게 ‘Yaksayorae’는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용어일 뿐, 의사소통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Medicine Buddha’로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특히
‘깨달음’, ‘삼매’와 같이 한 차원 높은 용어 역시 의역한 단어를 사용하는 게 외국인들의 이해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관음종 묘각사 포교국장 여여 스님, 진우기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
초대원장, 홍희연 동시통역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그간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국제대회 등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문 불교용어 표준안 제정을 위한 조언을 이어갔다.
미산 스님은 “영문 불교용어 표기를 보면 한국말을 그대로 음역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수요자 입자에서 영역이 진행돼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여여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찾는 외국인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며 “참가자
중심의 영문 불교용어 제정만큼 운영자들의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한국불교를 찾는 외국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우기 원장은 “외국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경우 대부분 불교수행을 접해본 경우가 많아 ‘한국불교가 최고’라는 등의
표현은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며 “국제불교학교를 추가로 건립하는 등 불교와 영어에 능통한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희연 동시통역사는 “몇 년 전만 해도 국제대회에서 ‘선’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최근에는
국제대회 등을 통해 한국불교가 알려지면서 선에 대한 이해도 크게 증가했다”며 “용어는 수학적 공식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관계된 만큼 한국불교 용어가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범불교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