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는 새롭게 선보인 2020년형 재규어 XF는 기존보다 다양한 안전 및 편의사양을 강화해 상품성을 높였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경쟁 상대로 표방하고 그 이상의 포지셔닝을 노리고 등장해 지금은 재규어의 볼륨 모델로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신세대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존재감 향상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재규어는 독창성과 혁신성에 더해 희소성이라는 무기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전체 판매대수에서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상승세만큼은 랜드로버와의 시너지효과를 내며 독보적이다.
그 중 XF는 재규어 브랜드의 대표 세단으로 2019년 1만 5,600대가 판매되어 브랜드 전체 판매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E페이스와 F페이스 등 SUV의 판매가 증가하며 과거와 같은 존재감은 다소 무뎌졌지만, 과거 재규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데 큰 역할을 한 세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XF는 재규어의 새로운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린 모델이다. 2007년 초 디트로이트오토쇼를 통해 데뷔했고 2008년에 판매가 개시된 모델이다. XF에 앞서 XK도 21세기 재규어의 서막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재규어 라인업의 뿌리를 보면 XK는 과거 XK120부터 E타입으로 이어져 온 재규어 스포츠카의 정신을 구현한 GT카다. XF는 1950년대 말에 등장한 마크2의 흐름을 이어받았다고 재규어측은 설명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영국식 스포츠카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XF는 비즈니스 세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당연히 가장 안정적인 판매대수를 기록하는 세그먼트이자 수익성에도 지대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세대 XF의 2020년형 모델로 재규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트림이다. 스포츠 바디 킷과 블랙 팩, 18인치 글로스 블랙 피니시 휠을 적용해 스포티해진 외관이 특징. 스티어링 휠과 알루미늄 트레드 플레이트 등 내외관에 체커드 플래그 (자동차 경주에 사용되는 깃발) 로고 커스텀 디자인이 추가되었다.
시승차량을 처음 마주하고 놀랐던 부분은 바로 칠흑같은 외관 컬러에서 오는 강렬함이었다. 스포츠 바디킷등이 적용되면서 스포트한 분위기도 더해졌지만, 재규어 로고를 제외하고 모두 블랙컬러로 마감된 외관은 그 어떤 화려한 색상보다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외관 색상명은 산토리니 블랙(Santorini Black)으로 별도의 추가 금액없이 선택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유롱 화이트와 아이거 그레이 2가지 메탈릭 컬러도 선택할 수 있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된지도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만, 전체적인 레이아웃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여전히 유효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측면에서는 쿠페라이크한 형상의 루프 라인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여기에 오버행을 더 짧게 해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닛과 트렁크 리드의 비율이 스포츠카의 전형을 기본으로 더 강조되어 있다. 어깨선의 사용도 충분히 억제되어 있으면서 힘을 표출해 내고 있다. 뒤쪽에서는 헤드램프와 마찬가지의 랩 어라운드 LED 컴비내이션 램프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실내에서도 외관의 강렬한 인상은 이어지고 있다. 시트와 대시보드, 센터콘솔 모든 부분을 블랙컬러로 마감했다. 스티치가 포함된 가죽 스포츠 시트와 함께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다운 실내 분위기는 스포티한 세단의 분위기를 높이고 있다.
재규어는 의외로 디지털화에 빠른 행보를 보인 브랜드였다.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일찌감치 발전된 향상된 사용자 환경을 보여주었다. 물론 현재 XF에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소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사들도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커넥티드카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재규어 브랜드의 차량들은 다소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SUV의 인기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같은 그룹 내 랜드로버 브랜드에 더 무게가 실리면서 재규어 브랜드의 기존 세단은 연식 변경 모델로 상품성 개선을 이루고 있지만, 디지털화에 있어서는 다소 느린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센터 콘솔 상단의 정전식 터치 스크린의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는 손가락으로 화면의 확대 축소는 물론이고 옆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부드럽게 원하는 만큼 반응하는 감각이다. 전화, 문자, 이메일, 지도, 음악, 일정 등의 스마트폰 어플은 물론, T map 내비게이션 기능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 실내 조명의 색상과 조도를 조정할 수 있는 설정 가능한 인테리어 무드 라이팅도 기본적용 된다.
12.3인치 HD TFT 계기판의 버추얼 인스트루먼트는 네 가지 디스플레이 스타일 중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과 달리 아예 내비게이션 화면만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 스포크의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틸팅& 텔레스코픽 기능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이 좋다. 림의 두께도 적절하다. 계기판의 속도계의 수치가 300km/h가지 새겨져 있는 것은 그대로다. 스포츠 세단을 추구하는 재규어의 성격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시트는 5인승으로 조수석 동승석 모두 전동 조절식이다. 앞 시트에 히팅 기능은 있는데 시트의 통풍구와 달리 통풍 버튼은 보이지 않는다. 천연가죽 시트의 질감은 두 트림 모두 수준급이다. 루프에 인조가족인 알칸타라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리어 시트는 40 : 20 : 40 분할 접이식. 트렁크 용량도 505리터로 좌우 폭은 좁은 편이지만, 깊이가 깊어 활용성이 나쁘지 않다.
엔진은 2.0 디젤과 2.0 가솔린 터보차저로 구성된다. 2세대 모델 출시 초기에는 배기량 3.0리터의 디젤과 가솔린 엔진 모델도 있었지만, 현재는 모델 라인업이 정리되었다. 시승차는 모듈러 엔진인 2.0디젤의 20d 체커 플래그 에디션. 변속기는 ZF제 8단 AT로 구성된다.
내외관에서의 분위기는 강렬한 스포츠세단을 표방하고 있지만, 가속할 때의 반응은 오히려 매끄럽고 부드러운 분위기이다. 강하게 운전자를 자극하는 모습보다는 부드럽게 엔진회전을 올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시내 주행에서는 조용한 럭셔리 세단에 가까운 모습이다. 가솔린과 디젤의 사운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조용한 디젤이라는 재규어의 명성에 걸맞는 수준이다. 그래도 디젤엔진 답게 토크감이 저속에서부터 살아난다. 2세대 모델 출시 때도 언급했었지만,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좋은 감흥을 전한다.
서스펜션은 전륜은 더블 위시본, 후륜에는 인테그럴 링크 타입이 적용되었다. 댐핑 스트로크는 짧은 편으로, 독일의 스포츠 세단을 의식한 셋팅이다. 주행모드는 일반모드와 스포츠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효율성을 위한 에코 모드와 원터 모드도 있다. 스포츠모드에서는 확실히 차량의 거동변화가 느껴진다. 토크벡터링도 스포츠 모드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모드보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좌우 롤 각도 억제되면서, 일반모드보다 고속도로나나 와인딩로드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준다. 안전장비로는 긴급제동시스템과 후방 사각지대경보 시스템, ACC 등 ADAS의 기본 장비들이 채용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재규어 XF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차량이었다. 여전히 유효한 디자인과 2020년형 모델에 새롭게 적용된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이 더한 분위기는 아름다운 스포츠 세단의 가치를 여전히 이어오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소 시간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실내모습은 아쉬운 부분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E 클래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 5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 등 경쟁 모델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모델들의 완성도에 따라 현재의 XF에 대한 평가도 바뀌게 될 것이다. 이제 차량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누가 더 앞서가느냐, 누가 이끌어 가는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