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근 개인전
치유의 미학
시간과 공간을 망각하고 나의 존재의 가치도 잊어버리는 망아의 세계에서 그림을 그려 나갔다.
내 마음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고 원망과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마음속에서도
상처 받은 영혼의 상처가 희망으로 변하고 마음 속 깊이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2. 11. 19 - 11. 30 아주대 의료원 웰빙센터 대강당 갤러리]
(T.031-203-3646, 010-5759-3646, 수원)
글 : 김현주 기자
작가는 의사였던 남편을 대장암으로 잃고 슬픔과 고통을 이기기 위해 캔버스에 일기를 쓰듯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쏟아내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치유의 빛을 발견하였다. 예전에는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 데 있어 의술의 힘을 빌려 병든 곳을 도려내기도하고, 약을 조제해주고, 더러는 멀쩡한 세포도 죽이며 삶의 시간만을 연장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얀 천장만을 멀뚱하게 바라보며 생명을 연장한들 그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늘날엔 이와 다르게 의술과 예술이 점점 크로스 오버되면서 대형 병원에선 각종 예술행사를 벌이며 환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영육(靈肉)의 동시 치료인 셈이다. 미술계에도 이러한 즐거운 현상들이 조금씩 싹 트고 있다. 그 안에는 설향(雪鄕) 오기근 작가(69, 아주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갤러리아트힐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설향’이라는 호처럼 “나를 필요로 하는 (고향)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는 의사로도, 그리고 작가로도 부족함이 없는, 진정으로 아프고 힘든 이들을 치유하는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자작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강하게 자란다. 겉으론 많은 상처를 입고 모든 희망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이 피부를 치유하며 살아간다. 그 상처의 끝에 은회색의 피부들이 자라나고, 완전히 자라면 상처들을 덮어 없어지게 만든다. 이렇게 자작나무와 같이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노력의 과정을 화폭에 담았다. 작가는 ‘이 상처를 치유시킨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감정을 화폭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입시킨다. 상처 속엔 평화로운 비둘기나 원앙새나 힘이 센 용, 영구불멸을 뜻하는 십장생, 그리고 작가가 대화하고픈 남편 등이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그림들을 그려 넣으며 작가 자신이 감동이 되고 몰입이 되는, 망아(忘我)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고 감상자는 치유의 미학으로 승화된 그 그림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 받고 있는 것이다. 김종근(미술평론가)은 “작가의 풍경 속 나무들은 나무 이상으로 우리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존귀함 모두를 가져다 준다. 때로는 그림이 탁월한 치료의 효능을 알고 있지만 그의 작품이야 말로 사랑이 남긴 상처와 함께 하지 못하는 그리움의 상처와 흔적을 뜨겁게 전해준다. (중략) 이것이 바로 그녀가 우리에게 내미는 따뜻한 자작나무 선물이자 거울이다. (중략) 그녀의 그림은 그래서 우리에게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우리들의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를 송두리째 치유 해 줄 것만 같다. 이것이야 말로 그의 그림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라고 언급하면서 상처의 미학으로 승화된 작가의 작품을 서술하고 있다.
-오기근 작가노트-
“시간과 공간을 망각하고 나의 존재의 가치도 잊어버리는 망아의 세계에서 그림을 그려 나갔다. 내 마음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고 원망과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마음속에서도 상처 받은 영혼의 상처가 희망으로 변하고 마음 속 깊이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상처에 약을 발라서 치유를 해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본인의 상처도 사랑하는 이의 그리움도 행복한 감정의 단계로 순화되었다. 본인은 중점적으로 자작나무의 상처에 실재 희망하고 꿈꾸고 경험하는 삶의 리얼리티를 그려 넣었는데. 그 아름답고 세밀한 은색 피부와 상처를 표현하기 위하여 여러 번의 아크릴을 입혔다. 또한 경건한 기도나 고사로서 상처의 속까지 예쁘게 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필을 이용하여 부드러운 곡선과 수많은 가는 선과 점을 이용하여 자작나무를 재현하였다. 자작나무는 나와 하나 된 물아일체(物我一體)된 대상으로서 그 상처는 곧 본인의 상처이며. 그 상처의 형상은 삶의 리얼리티 즉 염원하고, 꿈꾸고, 아파하고, 사랑하고, 경험하는 등의 실재를 재현한 것이다. 본인에게 그리는 행위는 상처를 치유하는 행위이며, 그 상처는 치유의 결과물인 것이다. 유려한 강직한 힘을 가진 모필은 수술하는 집도와 합일한다. 그리고 그림 속 곳곳에는 숨은 그림처럼 삶의 얘기들이 재현되어 있기 때문에 감상자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보아가는 그림으로 감상을 했으면 한다.”라고 하면서 감상자로 하여금 자작나무의 상처가 아물면서 마음의 상처도 같이 아름답게 치유되기를 염원한다.“ 작가에게 있어 그리는 행위와 의사로서의 직업은 하나로 통하며 그 결과물은 치유의 미학이 내재되어 있는 결과물이다.

눈오는 날의 자작나무 캔버스위에 아크릴 채색 24x33Cm 2011

치유 자작나무 축제 캔버스위에 아크릴 채색 91x65Cm 2012

자작나무와 비파소리 캔버스위에 아크릴 채색 24x33Cm 2012

자작나무와 황혼 캔버스위에 아크릴 채색 24x33Cm 2011

외로움 캔버스위에 아크릴 채색 91x65Cm 2011

자작나무와 희망의 하늘 캔버스위에 아크릴 채색 24x33Cm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