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7월 현대중공업이 민간에 매각한 울산 동구 동부회관 때문에 해당지역 주민들이 주민소환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곳을 맡아 운영하는데 난색을 표한 동구청장을 주민소환제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주민소환제로 기초단체장이 직위를 상실한 예도 거의 없고 그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은 사실상 의문이다. 하지만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마땅히 행해야할 사회적 책임을 헌 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바람에 엉뚱한 사람들이 서로 티격태격해야 한단 말인가. 그간의 상황이야 어찌됐든 현대중공업이 이를 다시 매입해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문제의 근본책임은 당연히 현대중공업에 있다. 동부회관은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회사직원용으로 운영해오던 문화체육시설 가운데 하나다. 인근 지역주민 절대다수가 회사원과 그 가족들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복지차원에서 설립, 운영해 왔다. 그런데 지난 2017년 7월 조선경기 불황을 이유로 민간에 매각한데 이어 민간업자가 운영했지만 적자가 누적되는 바람에 금융권에 압류돼 현재 경매절차를 밟고 있다.
결국 현대중공업이 민간에 팔아넘긴 19억원 때문에 인근 주민 수만명이 복지사각지대에서 헤매고 있는 셈이다. 지역 주민들이 울산시에 회관 매입을, 동구청에 운영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공기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거쳐야할 과정이 한둘이 아니다.
민간인들은 한 순간에 결정하고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지만 공공기관은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 결정하기까지 여러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예컨대 적자를 무릅쓰고 동구청이 동부회관을 운영하면 다른 시설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형평성을 거론하며 동일한 조치를 요구해 올게 분명하다.
현대중공업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동부회관은 현재 2차 경매까지 유찰돼 약 13억원 정도에 매입할 수 있다고 한다. 17일 3차 경매에서 임자가 나서지 않으면 다시 20%가 감액된다. 약 10억원이면 현대중공업이 다시 사들여 주민들에 되돌려 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매각 당시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주민들이 이제 와서 지자체를 상대로 주민소환 운운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근원적 책임을 물어야 할 현대중공업은 제쳐두고 만만한 지자체에 들이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갈등을 빚는 배경에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업의 이윤추구 생리가 깔려 있다. 현대중공업이 결자해지 자세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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