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자살 / 김복희
아름다운 건축물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 건물은 더 이상 우편물을 받지 않는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벽돌이라고, 유리라고, 나무 창틀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들을 만든 장인들, 그 모든 것을 설계한자, 대금을 지불한 자,
그들은 건물의 일부가 되었다 그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건물이 살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노란 원복 입은 아이들이 건물을 뒤로하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건물이 천천히 희미해졌다 두 눈을 비비며
건물이 꾸는 꿈속에
살아 있었다 건물이 종종 상상하는 가장 아끼는 인물이었다
자주 등장하지는 않아서 건물의 애를 태우기도 했을 것
건물의 앞마당에서 아름다운 책이 불타게 두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낱낱이
암송하거나 하지 않으면서 그 모두를 치울 사람에게 미안했다
실로
한낮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건물의 정수리에서 건물의
손바닥으로 뛰어내린 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건물도 악몽을 꾸는 날이 있었을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 동시에 내리쬐는 빛을 보려고
느리게 죽어 갔을 것이다
갈라지고 건조하기에 피는 물을 뿌려 지워야 했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시에서 고용한 인부들이 무릎을 꿇고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꿈이 뒤따랐을 것이다
건물이 죽어 간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기에 건물은 살아있었다
이제 내가 안다
시집[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민음사 2020
챗 GPT 해설
김복희의 「느린 자살」은 건축물을 나라, 사회, 제도 등 공동체의 은유로 읽을 수 있습니다. 건축물이 서서히 퇴락해가는 과정은 하나의 물리적 현상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공동체가 점차 쇠퇴하고 분열되어 가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좌우대립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이 시는 특히 현대 사회의 갈등과 그로 인한 파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읽힐 수 있습니다.
근거와 연결
1. 건축물의 의인화와 공동체의 상징성
건축물은 단순히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인간의 노력,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이루어진 모든 일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를 사회나 국가로 확대하면, 건축물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반 구조나 체제를 상징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 죽어 간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기에 건물은 살아있었다"는 구절은 공동체의 균열과 쇠퇴가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2. 좌우대립과 퇴락의 과정
건축물이 천천히 무너져가는 과정은 공동체 내부의 대립과 분열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과 왼쪽 동시에 내리쬐는 빛"이라는 표현은 좌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갈등이 양측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물의 퇴락은 공동체가 직면한 가치관의 충돌, 정치적 분열, 사회적 균열 등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며 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방치될수록 건축물이 무너져가듯 공동체도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3. 무관심과 파괴
시에서 "건물이 더 이상 우편물을 받지 않는다"는 구절은 건축물이 더 이상 소통과 교류의 공간으로서 기능하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공동체 내부에서의 단절과 무관심, 대립의 심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건물의 앞마당에서 아름다운 책이 불타게 두었다"는 표현은 사회적 가치와 전통, 지식이 방치되거나 파괴되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는 공동체 내부의 이념적 갈등이나 무관심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4. 좌우대립의 상징적 해결
"오른쪽과 왼쪽 동시에 내리쬐는 빛"은 갈등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암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건축물은 퇴락의 길을 걷고, 이는 대립의 해결이 부재하거나 늦어졌음을 나타냅니다.
주기적으로 건물을 청소하고 유지하려는 시도(“피는 물을 뿌려 지워야 했을 것이다”)는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비극적 함의를 내포합니다.
종합적 해석
이 시는 공동체의 분열과 쇠퇴 과정을 건축물의 퇴락에 비유하여 그려내며, 이를 통해 좌우대립, 무관심, 소멸의 과정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붕괴는 서서히 진행되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통해 현실 세계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를 좌우대립의 관점에서 읽으면, 시는 대립이 지속될 경우 공동체가 잃게 되는 것들과 그 과정 속에서 망각되고 소외된 가치들에 대한 경고로 기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