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박지성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언젠가 한 선수가 건넨 말입니다. 가슴에 담아두었던 멍울을 조심스레 풀어내듯 말을 이었습니다. 자기 고백으로 다가온 건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꺼내기 힘든 속내의 토로이기도 했습니다.
2002월드컵 이전까지 박지성의 이력은 대단치 않았습니다. 뚜렷이 내세울 것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스펙을 갖추지 못한 20대 초반의 박지성이었습니다.
가냘프고 여렸습니다. 대표팀은 다른 선수의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대학 진학도 쉽지 않았습니다. 박지성의 성실한 자세를 아끼고 안타까워한 은사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인지 모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박지성은 밝고 꾸밈없었지만 오늘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솔직히 어려웠습니다.
한 선수의 자기 고백
어렵게 운을 뗀 한 선수의 고백과 맞닿아 있는 회상입니다. 2002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도, J리그를 거쳐 유럽무대에 진출 했을 때도 마음 한편엔 성공보단 실패의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다 할 이력이 없고 타고난 재능이 부족했다고 여긴 탓입니다.
사실 박지성은 천부적 재능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축구의 단편적 이해에서 출발하지만 공을 다루고 슈팅을 시도하는 축구적 재능을 타고난 선수는 아닙니다. 박지성의 최대 강점은 후천적 재능에서 비롯합니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이 뛰고 또 훈련하는 전형적인 노력형의 선수입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육상 등 전 종목 선수들이 참가한 태릉선수촌 불암산 달리기에서 전체 3위를 차지한 일은 잘 알려진 일화입니다.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또 재능보단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박지성 선수가 보여주었습니다."
소리 없이 스러져 간 천재들
기회의 차이일 뿐 경쟁력은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던 이전의 생각이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합니다. 프로선수가 돼 치열하게 경쟁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서기도 하면서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적인 클럽에 입단하고 또 그 곳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상상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한 선수의 성찰적 고백은 선수 전체를 너머 우리 모두의 삶에 투영할 교훈일 것입니다. 출신과 재능만을 앞세워 가능성을 마름질하고 노력을 게을리 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과 닮아 있습니다. ‘천재’라 불렸던 선수들이 소리 없이 스러져 간 기억이 스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육상 200m 한국 신기록 보유자 장재근 코치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선수는 크게 천재형과 노력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스무 살까지는 타고난 재능의 선수가 경쟁에서 앞선다고 합니다. 노력이 적더라도 선천적인 운동능력이 뛰어난 탓에 비교 우위를 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재능만을 믿고 노력하지 않은 선수는 일반적인 단계 그 이상의 운동능력을 요하는 나이가 되면 급격히 무너집니다. 이때부터는 꾸준히 몸을 만든 노력형 선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지요. 이상적으로는 재능과 노력이 합쳐지면 가장 좋지만 천재형 선수들은 지속적인 훈련 없이도 일정 이상의 기록이 나오는 까닭에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체력과 지구력은 반복한 훈련에 의해 10대 중후반 이후 길러지고 또 성인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무명의 학생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박지성의 극적인 반전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재능 아닌 노력의 신뢰
박지성의 끊임없는 진화를 말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론 박지성의 진일보는 플레이스타일 자체보단 포기하지 않는,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노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에 진출한 뒤 박지성을 만났을 때 그의 몸이 부쩍 커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은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집을 키웠다고 합니다. 두 달 전 박지성을 다시 보았을 때 우연히 그의 몸을 스쳤는데 마치 돌과 부딪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존경쟁의 치열함이 전해졌지만 박지성의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노력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개인 통산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맨유 100경기 소화라는 기록 자체가 의미 있고 값지지만 우리가 주목할 대상은 그가 과정에서 보여준 성장과 진화를 향한 땀과 눈물입니다.
'자신의 재능은 과신 말고 자신의 노력은 신뢰해야 한다.'
한국축구 젊은 재능들에게 전하는 박지성의 맨유 100경기 출전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by:박문성 풋볼리즘
첫댓글 누구냐 넌.
박문성씨.
박문성이 한말이아니라 박문성한테 한말아닌가요?
박문성이 박지성에대해 말한것 같네요
어떤선수가박문성씨한테 말한거아닌가요
글은 박문성씨가 적었다는 말입니다..;;
반 봄멜 나올지 알았네.
솔직히 박지성 좋아했지만 이렇게 잘 될줄은 정말 몰랐는데..노력이 엄청난가봐....
2002년때는 이천수가 더 대성 할 줄 알았지 자신감넘치는플레이 때문에
02월드컵전 스포츠뉴스 박지성 단독인터뷰보고 난 후 울 아버지 "자는 와저래 촌놈같이 생겼노???"
우리할머니는 ㅋㅋㅋㅋㅋ 더심한말
우리아버지 왈: 와이리 구수하게 생겼노 하하하~
윗분들 경상도분들이군요
02년 월드컵 엔트리 발표전에 박지성이 탈락 유력 후보군이었는데
왠지 저선수는 이천수일것 같다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이동국 아니면 이천수 2명중 하나일듯 싶어요
나는 02 월드컵 전부터 박지성이 성공 할 거 같았음. 쿠웨이트인지 사우디아라비아인지 중동팀하고 붙을 때 한 해설위원이 박지성 선수는 지구력이 좋다고 칭찬할 때 부터 알아봤음 ㅋ 그 경기에서 멋진 발리슛 까지 넣었던걸로 기억하고 잇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