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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廣場] 되살아난 박원순의 ‘원전 하나 줄이기’ 망령
자유일보
박상덕
11차전력수급계획 최종안에서 초안에 있던 대형 원전 3기를 2기로 하나 줄였다. 사실, 초안 자체도 잘못된 계획이었다.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아 전력 요금을 대폭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재생에너지는 확정 설비라 칭하며 무조건 3배 확대하는 것을 기본으로 정해놓고, 원자력은 목표 설비 중 재생에너지로 채우고 남은 용량에 끼워 넣었다. 대형 원전 3기와 소형 원전 1기를 설치하는 계획이 만들어진 연유다. 그런데 그나마 대형 원전 1기를 다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렸다.
원자력은 추진하는 책임기관이 있지만 재생에너지는 그런 기관도 없다. 실행 주체가 없다는 말이다. 목표대로 되든 안되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데 그것을 국가 계획이라 할 수 있는가? 지난 정권 때 태양광 과다 보급으로 전력망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에도 그냥 목표치만 구겨 넣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태양광 설비 용량은 원전을 넘어섰으며 경제성이 좋은 부지는 다 포화 상태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책임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를 설득하기는커녕 시간만 흐른다는 핑계로 스스로 먹이를 가져다 바쳤다. 물론 탈원전 망령이 꿈틀대는 민주당을 설득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이념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최대의 노력을 쏟아야 하지 않는가?
이처럼 원전 하나 줄이기를 통해 형식적으로 면피한 산자부의 행태는 과거 박원순의 ‘원전 하나 줄이기’를 생각나게 한다. 2012년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비상식적 캠페인을 펼쳤다. 태양광 확대 및 소비 절약으로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만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박 시장이 재직했던 10년간 서울시는 미니태양광 설치 사업에 시예산 680억 원을 소비했다. 이 기간 32만3909건을 설치했으나 목표로 내세웠던 100만 가구의 3분의 1에 그쳤다. 미니태양광의 에너지 생산량은 8년간 4만5487TOE로 원전 1기의 한해 생산량인 200만TOE의 2.3% 수준에 불과했다.
소비는 어떠했나? 서울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367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소비를 감축했고, 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연 1조6000억 원, 원전 건설비로는 4조5000억∼5조4000억 원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발간하는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의하면 서울시 에너지 소비는 사업시작 전년도인 2011년 1550만TOE에서 2016년 1540만TOE로 0.6%(10만TOE)만 감소했을 뿐이다. 더구나 같은 기간 서울시 인구가 1007만 명에서 985만명으로 2.2% 줄어든 점을 감안한다면 서울시의 성과 발표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었다.
박 시장 스스로도 ’원전 하나 줄이기’에 동참했는지 의심이 간다. 보도에 따르면 은평구 관사에 머무를 때 이웃보다 전력 사용량이 1.8배 많았고 전기/가스요금도 같은 면적 평균의 2.3배였다고 한다.
2021년 녹색원자력학생연대·미래대안행동·원자력국민연대·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원자력정책연대·사실과과학네트워크·환경운동실천협의회 등 7개 원자력 시민사회단체가 원전 하나 줄이기에 대해 공개 질의까지 했었다.
2022년 서울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미니태양광 보조금 사업에 참여한 업체 중 14개 업체가 보조금을 받고 폐업했다. 이들 업체가 수령한 보조금만 모두 76억9800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32곳에서 무자격 시공, 명의 대여, 불법 하도급, 영수증 위조 사례 등도 적발했다.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운동권 대부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탈원전 망령에 의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이 참변을 당하고 있음에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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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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