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권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신서혁신도시, 금호신도시,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대형 택지개발지구가 조성되고 도시철도 3호선, 4차순환도로 개통 등 교통 인프라 구축으로 상권이 크게 변모할 전망이다. 특히 동성로 등 대표적 도심 상권은 다양한 개발 호재와 지자체 지원으로 상권이 강화되는가 하면 개성 만점 상권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동성로 상권 30년 만에 중앙로 넘다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대구 북성로, 교동, 종로골목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심 상권은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대구백화점이 1969년 현재의 동성로 자리로 옮겨오면서 본격적인 동성로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동성로 상권은 2011년 큰 변혁기를 맞는다. 현대백화점이 개점하면서 30여 년간 동성로에 묶여 있던 중앙로 상권이 중앙로를 월경하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개점 소식이 전해지자 반월당역 17, 18번 출구(현대백화점 방향) 주변 메트로 지하상가 미분양 물량이 한 달 만에 동났다. 백화점 주변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1970, 80년대 화교와 요정 등 중앙로를 중심으로 한 북서편 상권이 명성을 떨친 이래 30년 만에 동성로 상권이 중앙로를 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심 상권은 중앙로를 경계선으로 오랫동안 동성로에 머물렀다. 오히려 대구역과 중앙로역을 중심으로 롯데영플라자, 교보문고 등으로 연결되는 롯데백화점 대구점 상권과 합쳐져 더욱 견고해졌다. 그러나 현대백화점발 상권 변화는 300여 년간 명성을 이어온 약전골목에 악재로 작용했다.
상권이 중앙로를 넘으면서 교통난이 일고 있는데다 임대료마저 들썩거리고 있다. 30여 년간 약재상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한약 구매력이 없는 젊은 손님과 차들만 넘쳐난다”며 “영세상인들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약전골목은 과거 약방이던 곳이 미용실, 커피숍, 식당, 옷가게 등으로 바뀌는 등 규모가 예전의 3분의 1로 축소됐다.
◆개성 만점 상권 탄생
도심 속 명물 상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걷기 좋은 거리 조성 같은 도심재생 사업이 활발한 데다 기존 상권에 문화가 입혀지면서 개성 있는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구의 명물로 자리 잡은 앞산 카페거리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카페가 많아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곳은 1970, 80년대에는 잔디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이 많아 ‘부자 동네’로 불렸다. 1990년대부터 아파트 건축 바람에 밀려 쇠락했지만 최근 카페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앞산네거리∼현충삼거리(약 800m)에 50여 곳의 개성 있는 카페가 들어서면서 거리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
한 달 평균 4만여 명이 찾는다.
김시현(34) 씨는 “주변 경치뿐만 아니라 골목골목의 개성 있고 이국적인 모습의 카페를 살펴보는 게 즐겁다”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정현숙 씨는 “주중에는 식사와 디저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점심 저녁으로 찾아오고 있고, 주말이면 거의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중구 방천시장도 명물 거리로 재탄생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찾는 이가 없어 시장 기능을 거의 잃어버렸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연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중구청의 방천시장 살리기 문화사업과 더불어 시장 바로 옆에 김광석길을 만든 넥타이족과 연인들 등 상점마다 자리가 없어 갓길에까지 야외 식탁을 차릴 정도로 인파가 넘쳐난다.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곳도 여럿 눈에 띄었다. 공인중개사는 김모(51) 씨는“목조건물 등 오래된 집이 운치가 있는 데다 하나의 상권이 됐다"며 "과거 3.3㎡당 300만~400만원이면 점포를 충분히 매입했으나 요즘은 1천200만원을 줘도 땅을 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서대구 7호광장 상권도 연일 불야성을 이룬다. 또 다른 동성로다. 이곳은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범위가 다양한 게 특징이다. 시민들의 최대 휴양처로 통하는 두류공원과 가깝고 역세권(도시철도 2호선)을 끼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012년 11월에 서구지역에 처음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시지`칠곡 상권도 택지개발 조성과 함께 자급자족 거대 상권이 됐다. 1990년 택지개발과 함께 성장하기 시작한 이들 상권은 고립의 산물로 통한다. 칠곡 상권의 경우 도심으로 나오려면 팔달교를 넘어야 하는데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음식부터 유흥까지 밤을 잊은 상권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