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1시간-299명’ 어기고… 서울도심서 4000명 불법집회
법원이 허용한 통의동 인근 대신… 신고안한 종묘광장공원 기습 집결
“尹당선인의 노동개혁정책 규탄”… 체온측정-거리두기 등 방역도 위반
8500명 동원 경찰도 불법 막지못해… “채증 자료 분석 불법책임자 수사”
‘차별없는 노동권’ 결의대회… 한쪽선 준법, 한쪽선 불법 13일 오전 법원에 의해 민노총 집회가 허용된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주변 차로에 경찰 기동대와 경찰버스 등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민노총 산하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집회를 벌였다(왼쪽 사진). 하지만 이날 민노총 조합원들은 당초 집회 장소로 신고하지 않았던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약 40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뉴시스·송은석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13일 서울 도심에서 방역 지침상 가능한 참가 인원(299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4000여 명(경찰 추산)이 집결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민노총 산하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 기습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 정책을 규탄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경 지도부가 집회장소를 긴급 공지하자 여의도, 종로 일대에 있던 노조원들이 공원으로 모여들면서 순식간에 인원이 불었다. 공간이 부족하자 일부 참가자는 공원 인근 주택가 골목에까지 자리를 잡았다.
○ 방역 지침, 법원 결정 어겨
이날 민노총 집회는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집회를 허용하면서 조건으로 내건 장소와 시간, 참가 인원 제한을 모두 어겼다. 법원은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과 가까운 경복궁 고궁박물관 남쪽 인도와 1개 차로에서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299명 이하만 참석해 집회를 열도록 허용했다.
당초 민노총은 ‘1만 명 집결’을 예고하며 인수위 사무실 앞, 광화문광장, 여의도 등 서울 도심 60여 곳에 참가 인원 299명씩 집회 신고를 했다. 그러나 대규모 인원 집결을 우려한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이들 집회를 8일 일괄 금지 통보했다. 민노총은 서울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12일 일부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법원은 △체온 측정과 손 소독제 사용 후 집회 장소 입장 △참석자 간 2m 이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 조건도 제시했지만 집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상당수 참석자 간 거리는 한 뼘이 채 되지 않아 이동 시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다.
○ “윤 당선인 정책 불평등 악화시킬 것”
민노총은 이날 연 ‘차별 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결의대회’에서 윤 당선인의 정책이 ‘반(反)노동적’이라고 규탄했다. 민노총은 “윤 당선인이 예고한 근로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노동개혁 정책을 규탄한다”면서 “민노총과의 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연사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시장만능주의 정책은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노정 교섭 쟁취하자”, “불법 파견 척결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윤 당선인은 (민노총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 해도 귀를 열어야 국민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찰, 기습 집결 막지 못해
불법 행위 시 엄정 대응을 예고했던 경찰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주변을 경찰차벽으로 둘러싸고 세종대로 등을 중심으로 펜스를 치는 한편 도심에 134개 중대 8500여 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민노총이 종묘광장공원에 기습 집결하는 바람에 집회를 막지 못했다. 경찰 기동대는 불법 집회임을 고지하며 자진 해산을 요청했지만 집회는 오후 4시 반까지 계속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광장에서 5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 전국농어민대회’를 개최했다. 전농 집회 역시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전 신고된 제한 인원(299명)을 한참 넘겼다. 서울시는 이 집회는 참가 인원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사전에 금지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집회를 강행한 민노총, 전농 소속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채증 자료를 분석하고 책임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응형 기자,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