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음대 로비에서.
프라이부르크 음대 로비에는 둥근 원형 탁자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그곳은 학생들이나 방문객들이나 누구든지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10월 2일, 독일에 도착하여 아이가 교수님으로부터 레슨을 받을 때나 개인 연습을 할 때, 그리고 독일어 공부반에서 독일어 공부를 할 때나 매주 금요일 오후 내내 음악 이론과 청음, 리듬, 성악을 공부할 때 저희 부부는 그곳 원탁에 앉아 글을 쓰고 일을 하며 아이를 기다립니다.
현재 저희가 머물고 있는 곳(Schallstadt)이 학교로부터 떨어져 있어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 시내로 와서 다시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겠기에, 그리고 아직 아이가 13살이고 낮 선 이국땅이기에 안전을 위하여 늘 학교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학교 로비에서 기다립니다. 다시 집으로 갔다 오기엔 거리가 적지 않게 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를 두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곳에 앉아 있으면 학교 총장님도, 지도 교수님이나 학교 직원들도 항상 지나며 다가와 인사를 건넵니다. 그 누구도 그곳에 머물면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앉을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이곳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곳이어서 좀 비켜주시기 바랍니다”
“네?, 우리가 이곳에 앉으면 안 되나요?”
“이곳은 학생들만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전혀 가당치도 않은 요구였습니다.
학생들만 사용하는 곳이니 앉아 있는 저희 부부에게 일어나 비켜 달라는 것입니다.
자그마하지만 날카로운 논쟁이 있었는데 그런 말과 행동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나에게 그 학생은 상당이 감정적이었고 뭔가 평소부터 기분이 나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혀 상관이 없는 말들을 꺼내었으니까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며 비난했고 그 말들이 이미 학생들에게 퍼져 있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저희 가족과 아주 가까이 지내는 리투아니아 쌍둥이 자매가 피아노를 잘 못 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며, 안내직원들을 욕했다며 말입니다.
전혀 로비에 머물고, 머물지 못하고 하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다음카페에 올린 글들을 읽어보았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쓴 글을 전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글은 이미 써졌기에 수정이 불가합니다. 그러니 제가 쓴 글에(리투아니아 쌍둥이 자매, 엠팡 놈들) 전혀 잘못된 말이나 직원을 욕한 내용이 없거든요,
리투아니아 자매는 피아노를 대단히 잘 친다는 칭찬의 글이고 엠팡에 대한 글은 그들의 분명히 잘못된 근무 태도를 정당하게 나무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들을 욕했다고 공격을 해 옵니다. 로비에 머무는 것과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더 안타까운 것은 그의 말하는 태도였습니다. 대단히 공격적이고 냉소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많이 무례했습니다.
“여기 탁자들이 학생들만이 사용하는 곳이고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지 못하니 자리를 비켜달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학교 규정에 있으면 알려달라”고 요청하니 저보고 규정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대단히 불량한 태도로 말입니다.
학생들만이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본인이 말했는데, 그 말이 곧 규정을 말한 게 아닌가요? 그런데 자신이 말한 규정을 왜 제가 찾아야 합니까?
또 내가 언제 사람들을 나쁘게 평했는지 알려달라고 하니까 제가 글에 그렇게 썼답니다. 저는 쓰지 않았는데. 제 글은 지금도 그대로 온라인에 올려져 있는데.
뭔가 많이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말을 하느냐고 하니까 자기는 공격적인 게 좋답니다.
무엇이 정상적인 것이고 올바른 것인지를 알려 주려고 말을 시작했다가 봉변만 당했습니다.
마침 지나던 학생처 책임자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여기 정말 학생들만 사용하는 곳이어서 저희는 머물면 안 되냐고 물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느냐고 깜짝 놀랍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습니다.
어느 학생이 저희들이 앉아 있는데(그분은 저희들이 그곳에 앉아서 아이를 기다리는 것을 수도 없이 보신 분이고 자주 대화를 나누는 친숙한 분입니다) 와서 이곳은 학생만이 앉는 공간이고 그래서 자신들이 앉아야 하니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더라고 하니 기겁을 하며 어느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느냐며 이름을 알려 달라고 합니다. 직원이라도 그런 말을 절대로 하면 안 되지만 학생은 더구나 그런 말을 할 권리가 없다며 많이 놀랍니다.
그냥 얘기를 잘 하고 마무리를 했다고 해도 굉장히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학생은 제가 그곳에 앉아 있을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곳 독일에서는 누구라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려 하지도 않고 침해당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죄송한 마음은커녕 도리어 대단히 무례하게 대드는 모습에 진심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야 그냥 안타깝게 여기며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그 학생의 장래가 많이 걱정됩니다. 가끔 로비에서 지나치면서 본 적은 있어도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며 무슨 전공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참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그런 모질고 비뚤어진 마음으로 어떻게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낼 수 있겠는지요.
아주 짤막하게나마 “제가 잘 모르고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그렇게도 온갖 불필요한 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멀리 독일까지 유학 와서 좋은 공부를 하는 학생인데 그렇게밖에 말을 못 할까 해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설령 규정이 학생들만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해도 자기가 앉아야 하니 이미 앉아 있는 사람에게, 그것도 학교를 찾아온 손님이자 학부모에게 일어나 자리를 비켜달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어, 하고도 미안한 마음조차 없는 것을 보니 다시 한번 더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혀지나 봅니다. 만약 다른 나라 학생이 그랬다면, 더구나 독일 학생이 그랬다면 혼을 내어 주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온 학생이어서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저를 돌아봅니다.
저도 너무나 황당한 말을 갑자기 들어서 당황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혹 그에게 무례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사실 저는 물론이고 제 아내까지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그의 행동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또 그가 한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