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전, 나는 4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졌어.
예쁘장한 얼굴이라 대학 때부터 남자들의 고백을 많이 받고 연애도 해봤지만
모두 내 쪽에서 이별을 통보했어.
그 많은 남자 중에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야.
왜 남자를 만나도 설레지 않을까?
스스로 머리가 복잡해져 혼자 여행을 떠났어.
그렇게 잠시 차를 세워두고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보는데.
어떤 여자가 혼자 걷고 있어.
멀리서 봐도 예쁜 얼굴과, 여리여리한 몸매가 눈에 들어오고
순간, 나는 남자를 보고는 뛰지 않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걸 느껴.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와.
그리고 내 바로 앞으로 다가오더니.
"혼자 오셨어요?"
맑게 웃으며 질문을 건네.
"네, 혼자 왔어요."
내가 어색하게 대답하자,
"저도 혼자 왔는데... 같이 다닐래요?"
분명 혼자 머리를 식히러 온 건데, 게다가 낯선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타입도 아닌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홀리듯이 여자와 동행을 시작해.
함께 차를 타고 가며, 나는 운전에 집중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설레임을 느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여자는 귀여운 듯 미소를 지어.
여자가 꼭 가보고 싶다는 오일장에 들러 구경을 하고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면서
뜻밖에 털털하고 수수한 여자의 모습에, 내 마음은 더욱 요동쳐.
그렇게 데이트하는 기분을 느끼며 하루를 보냈고
여자를 데려다주기 위해 여자의 숙소 앞에 도착했어.
나는 하루가 너무 짧아, 여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뭐라고 얘기를 할까? 용기가 나지 않아.
그때
" 혹시 술 한잔... 어때요?"
너무 듣고 싶었던 대답이라, 얼른 좋다고 말을 하고.
여자의 숙소로 함께 들어가.
"내 개인 공간에 들어온 여자는 처음이에요, 환영해요"
무슨 뜻이지? 이제껏 남자만 들어왔기 때문에 여자는 처음이라는 뜻인 건가?
나는 헷갈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여자는 안주를 만들겠다며, 나를 앉혀두고 요리를 시작해.
"잠깐만 기다려줘요. 오래 기다리게 안 할게."
여자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기 시작해.
온종일 힘들었을 텐데 생글생글 웃으며 요리를 하는 여자의 뒷모습이.
이상하게 자꾸 내 얼굴을 붉게 만들어.
금세 안주를 만들어 온 여자와 술을 마시기 시작해.
여자는 흘러내리는 머리가 귀찮다며 질끈 묶고 눈이 아프다며 렌즈를 빼고 안경을 껴.
그런 모습조차 내 눈에는 이미 너무 예뻐 보여.
술을 마시는 모습도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마음인가 싶어.
여자는 술기운이 조금씩 오르는지,
자기 얘기를 하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의사고 집안도 좋아.
그에 반해 나는 먹고살기가 바쁜 사람이고.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눈앞에 이 여자를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아니 이미 좋아하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져.
결국, 더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밤이 늦었으니 돌아가겠다고 하고 내가 일어서는데.
"자고 갈래요?"
여자의 말에,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르던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하지만 다시 침착하게,
"아니에요, 굳이"
하며 말을 하는데
여자가 내 앞으로 와서
"굳이... 안 숨겨도 돼요. 떨리는 거. 사실 나도 그렇거든."
여자의 맑고 확신에 찬 눈을 보며 나도 내 마음에 확신이 생겨.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음 날,
아직 잠들어 있는 여자를 보며 나는 난생처음 정말 행복하다고 느껴.
그렇게 연인이 되어, 둘은 함께 서울로 돌아와.
지방에서 올라와 취업을 준비하던 나는
여자친구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내게 돼.
동료들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한 나와는 달리,
여자친구는 의국에 있는 시간이 많아, 보고 싶다며 병원으로 날 오라고 해.
나는 건강이 걱정돼서 보약을 챙겨 가면,
쓰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잘 마셔주는 여자친구가
안쓰럽고 예뻐.
여자친구는 일하는 시간 빼고는 온전히 날 위해서만 써.
만난지 100일이 되는 날, 직접 선물과 카드를 만들어 주고
퇴근해서 피곤한데도, 독서실에서 오는 날 밖에서 기다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나는 이런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 죽겠지만, 좋으면 좋을수록 불안해.
서로를 드러내놓고 사랑할 수 없는 게 마음이 아프고.
또 아직 미래가 불안한 나를 여자친구가 언제까지 좋아만 해줄까 겁이 나.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여자친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 짠. 자기야 나 왔어."
"수고했어. 오늘도 힘들었겠다."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여자친구를 보니 조금 전 우울한 생각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야.
나는 여자친구의 가방을 받아주고 옷을 걸고 있는데.
"이번 주말에 병원에서 주최하는 파티가 있는데, 거기에 와줘.
예쁘게 입고 와야 되. 나 사람들한테 너 소개하고 싶어,
그 날 너한테 줄 서프라이즈 도 있고."
잠시 놀라서 멍해 있던 나는, 걱정되면서 마음이 뿌듯해.
여자친구가 당당히 나를 사람들한테 알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꿈꿨거든.
또 서프라이즈는 뭘까?
나는 두근거리고 설레여.
그렇게 파티 당일이 됐어.
여자친구의 병원에서 본 적 있던 동료들이 많이 눈에 보여.
일부러 여자친구에게 방해되지 않으려고
멀리 떨어져 눈으로만 여자친구를 찾는데.
멀리서 여자친구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손을 들어.
늘 의사 가운 아니면, 집에서 대충 입은 모습을 보다가,
저렇게 꾸민 모습을 보니... 나는 넋이 나간 듯 보고만 있어.
여자친구는 이따 2부에 보자 고 입모양으로 말을 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
나는 자랑스럽게 그 모습을 계속 지켜 보고 있는데.
"저기 선배?"
누가 불러 돌아보니,
"어? 지은이?"
나는 한 번에 후배를 알아봐. 대학 때 유달리 나를 많이 따랐던 아이였어.
"그런데 선배 여기 어쩐 일이세요?" 후배가 물어.
" 아... 나 애인이 여기 의사라서 잠깐 왔어."
애인이라는 말에, 후배의 얼굴이 잠깐 굳어지는 걸 느껴.
더 얘기를 나누려던 찰나,
"아, 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자친구가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섰어.
드디어 때가 된 건가 싶으면서 긴장이 되는데.
"사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축하받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내 심장이 점점 빨리 뛰어.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나는 예상치 못한 여자친구의 프러포즈에 너무 놀라면서도
너무 벅차 눈물이 그렁해져.
모두 여자친구의 발언에 술렁이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무대로 올라와.
그 남자는,
" 쑥스럽지만, 제가 이 친구와 결혼할 사람입니다!"
...
순간,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을 받아.
그 남자 옆에 서 있는 여자친구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
하지만 이미 장내는 축하의 박수와 환호성으로 가득 차고 말았어.
나는... 더는 있을 수가 없어 밖으로 뛰어나와.
방금 벌어진 일이 도대체 어떤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서러움에 눈물이 흘러.
나는 눈물을 훔치면서 로비 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아까 그 후배가 어느새 밖에 나와 있어.
" 선배 우산 없는 거 같아서. 기다렸어요 "
고마운 마음과 지금의 심정이 뒤섞여 후배를 보고만 있는데.
뒤에서 여자친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배의 손을 잡고 뛰어가고 말아.
얼마나 뛰었을까.
비가 그쳤을 만큼 달리고 나와 후배는 멈춰.
" 선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몸 좀 녹여야겠어요."
"응, 나 때문에 너까지... 미안해. 지금은 내가 여유가 없어서 나중에 연락할게. 지은아."
하고 돌아서는데,
후배가 내 손을 잡아.
" 나중에 연락한다고 해놓고... 안 할거잖아요. 그때처럼 "
나는 후배의 말에 잠시 잊었던 옛일이 떠올라.
입학하자마자 살갑고 다정하게 구는 후배가 예뻐 함께 수업도 듣고
꽤 가까워져 갈 때쯤, 후배에게서 고백을 받았어.
하지만 나는 나중에 연락할게. 라는 말 뒤로,
단 한 번도 후배에게 연락하지 않았어.
그때는
나도 후배의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
눈물을 글썽이는 후배를 보니, 나는 갑자기 진심으로 미안해져.
그리고 어차피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
후배의 집으로 향해.
집으로 들어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후배가 머리를 말리고 있어. 예전보다 성숙해진 모습이 새롭게 느껴져.
마음을 가라앉히고, 후배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해.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예전 얘기를 하다 보니까
추억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좋아져.
후배는
" 당분간 선배 여기서 지내도 돼요. "
라고 말해.
나는 괜찮다고 하며,
여자친구가 걱정이 돼서 꺼놨던 핸드폰을 켜는데,
바로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여보세요"
"어디야 지금!"
다급한 여자친구의 목소리야.
" 후배네 집이야. "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해.
" 내가 지금 갈게. 만나서 얘기하자 우리."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여자친구의 목소리에
나는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러운데.
"다녀와요 선배. 나는 여기 있으니까"
나는 후배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을 제쳐두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
여자친구는 나한테 차마 못 했던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해.
사실 여자친구의 병원은 아버지 병원이고,
외동딸인 여자친구에게 거는 기대도 크셔서 좋은 남자와 결혼하길 바라시는데,
그 상대가 아까 그 남자였던 거야.
그 남자는 여자친구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병원이 욕심나 어떻게든 결혼하려고 했던 거고.
"나는 다 버리고 너한테 갈 수 있어."
여자친구가 울먹이며 말해.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어.
모든 걸 다 버리고 오는 여자친구를 행복하게 해 줄 능력이 없으니까.
" 처음부터 어렵겠다 생각했어. 그 끝이 오늘일지는 몰랐지만...
나는 너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너처럼 잘난 애인을.
그동안... 고마웠어."
난 일부러 차갑게 말을 하고, 독하게 마음먹고 돌아서 나와.
그런 내 뒤를 따라 나와, 여자친구가 앞을 막아서.
" 니가 날 안 잡아주면, 나는... 사랑하는 니가 아니라, 그 남자랑 결혼해야 해.
그러니까 나 버리지마... "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 노력해.
노력하면, 그 남자도 사랑해 질 거야."
나는 그렇게 여자친구를 매몰차게 떼어놓고 돌아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나는 여자친구가 집에 없는 시간을 틈타 짐을 다 정리해서 나와.
새로운 집을 구할 때까지 잠깐 후배네 집에 있기로 해.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서,
후배는 노래를 불러주고
일부러 내 앞에서 장난을 치기도 해.
나는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고 느껴져.
그런데, 후배가 물어와.
"그분이랑 헤어진 거에요?"
안 그래도 계속 생각이 나는데, 후배가 물으니 마음이 아파져.
" 그 친구가 부모님도, 직업도, 편안한 환경도 다 버리고 온대.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어. 나 때문에 모든 걸 잃게 하고 싶지가..."
금세, 내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여자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그런데.
"그런 거면... 나한테도 다시 기회 있는 거죠?"
당돌하면서도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후배가 물어.
나는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혼란스러운데.
" 난 여기 있어요. 늘. 선배가 날 봐줄 때까지 있을게요. "
후배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나는 머리가 복잡해져.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나를 기다렸다는 후배가 고맙고, 나도 싫은 건 아니지만
아직 마음이 비워지지 않아서,
이렇게는 후배에게도 짐이 될 거 같은 생각에,
다음 날 짐을 챙겨서 나와.
그렇게 한 달 후,
가끔 후배를 만나면서 지내고,
여자친구의 소식은 아예 들을 수가 없었어.
집도 옮겼고 번호도 바뀌었으니까.
어느 날, 집에서 청소하다가 구석에 박아두었던 카메라가 눈에 들어와.
카메라 사진을 넘기다, 여자친구의 사진에 시선이 멈춰.
이제 결혼을 했겠지... 잘 지낼까...
옛 추억이 떠오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후배에게서 전화가 와.
"선배 어디에요?"
후배의 울음 섞인 목소리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나는 놀라서 다급하게 물었어.
"지금 당장 나 좀 보러 와줘요... 제발."
나는 카메라를 내려두고 대충 옷을 걸치고 나가려는데.
누가 문을 두드려.
누구지.
혹시 후배가 집까지 왔나 싶어서, 다급하게 나가서 문을 열어.
그런데.
"노력해도 안돼...
니가 보고 싶어서. 죽을 거 같아"
1.문채원
2.아이유
(급하게 올리느라 오타가 너무 많아 수정했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맙습니당ㅠㅠ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ㅠㅠ 열심히 올릴게요♥
문채원ㅠㅠㅠ 쓰니 즐찾했다ㅠㅠㅠ 자주 써줘♡♡!!
고마워 정말♥ 더 힘내서 써야겠다!!
으아....좋아 대박대박 쓰니 정말 글도 잘쓰고 몰입도짱이야 ㅠㅠ 누구골라 ㅠㅠㅠ 아 ㅠㅠㅠ
칭찬 넘 고마워요.ㅠㅠ 더 열심히 쓸게요♥
ㅠㅠㅠ아이유
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못골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111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글쓴이 사랑해 진짜 고맙다능
읽어줘서 내가 더 고맙다능♥
문채원ㅠㅠㅠㅠㅠㅠ임ㄱ수정언니 글보고 옴 다 볼거임 진짜ㅠㅠ
1
1111 나때문에 불행해질까봐 겁이 나도 놓쳐서 후회하는거 보다는 차라리 같이 후회할란다...ㅠㅠㅠ
문채원이 훨좋지만...가서달래만주고 사귀진못할거같아ㅜㅠ 둘다힘들어지는거자나..ㅜㅜㅠ
무조건 아이유지
글 솜씨봐... 문지은@@@!!!! (양다리)
잘 봐줘서 고마워요ㅠㅠ 좋은 하루 보냈길 바래요♥
@난언니가젤이뻐요송혜교 항상 잘보고있어요 정말 은혜로운 쓰니의 필력에 치얼쓰..☆
ㅋㅋㅋㅋㅋ미치겠다못고르겠엌ㅌㅋㅋㅋㅋ
난일
아 이건 절대 못골라ㅎㅎㅎ
아머야.....힘겹게 문채원을 고른다...
세상에....111
111...진짜 나중에야 후회하지 말고 빨리 잡아 나레기야!!!
글 진짜 잘쓴다 ㅋㅋㅋ 나는 닥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