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있었습니다/이기은
참 예쁘고 여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해묵은 기억 건너편에 있지만
아직도 햇살 같은 미소 잊히지 않는
눈물 많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파르라니 봄빛 물든 뒷동산에서
작은 대바구니 옆구리에 끼고
팔랑팔랑 나비 쫒던 키 작은 소녀
진달래 한 아름 꺾어다가
투박스런 옹기에 꽂아 두고
배고프면 한 잎 두 잎 따 먹으며
꽃보다 예쁜 꿈을 키우던
보리 익는 오월 기억하기 싫은 날
살림살이 가득 실은 달구지 타고
검정고무신 흔들며 이사 가는 길
잘 가란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남 몰래 바라만 보다가 눈물 훔쳤던
강산이 몇 번인가 변하였지만
가슴 속 한 자리 차지하고서
까만 밤이면 수줍게 웃고 있는
눈물 많던 소녀 지금도 있습니다
첫댓글 규성님하세요좋은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