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공부 할까 말까?
어느 고등학교에서 ‘다음’의 뜻을 묻는 질문에 한 학생이 이를 ‘다음 검색 사이트’의 이름으로 이해하였다고 한다. ‘다음’은 본래 ‘어떤 차례의 바로 뒤’를 뜻하는 일반 명사이나,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다수 국민이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해력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글자를 읽을 수는 있으나, 복잡한 문서나 수치 자료, 비판적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통계도 제시되고 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어휘 구성의 문제이다. 일상 언어에서 한자어가 약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순우리말과 외래어가 그 뒤를 잇는다. 예컨대 “주말인 오늘 전국이 흐린 가운데 눈이나 비가 오겠습니다. 특히 강원도 영동은 70센티미터 이상의 폭설이 예보되어 피해가 우려됩니다.”라는 비교적 평이한 뉴스 문장 속에도 다수의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다. 겉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주말, 전국, 특히, 이상, 폭설, 예보, 피해, 우려’ 같은 말이 전부 한자어이다. 어린 학생이 정확히 뜻을 모르면 문장은 읽어도 내용은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어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문장을 읽더라도 내용 파악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한자 교육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것도 중학교부터 선택 과목으로 배우는 정도라고 한다.
한자를 버려야 하느냐, 다시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쓰는 말의 뿌리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한 것 아닐까? 글자를 읽는 나라에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게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다시 문맹의 기로에 서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2026년 2월 21일 안성환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