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에 비가 내릴거라 하기에 감자 심느라 끼니도 걸르며 하다가 넘 힘들어서 오늘 할 양 모든걸 내 패데기 치고 후릇밤을 보내고 났더니 새벽부터 보슬비가 내린다. 보아하니 종일 내릴듯 싶다.
비오는 날이면 공치는 날이라 하던데 말 그대로 공 칠듯 하다. 뭘하며 보낸다지? 하고 궁리해 보지만 친구가 있나 애인이 있나. 그런다고 지가용이 있나.... 한마디로 두문불출이다.
갑자기 배가 촐촐하다. 아니게 아니라 배가 촐촐할 수밖에... 어제 아침을 먹은게 전부니 그러지 않으리. 이럴땐 밀가루를 반죽해서 수제비라도 만들어 해 먹으면 좋으련만 얼른 내키지가 않는다.
내려올때 집사람이 뭔가를 가방에 넣어주면서 어떻게 해서 먹어라는데 고개만 끄덕이며 가지고 와 냉장고에 슈셔 넣어 놓았던게 생각난다. 끄집어 내어보니 그래도 마누라는 마누라다. 이것저것 알뜰이도 넣어 주웠다. 황태 양념하여 얼마간 볶아서 먹기 좋게해서 넣었고 고사리,토란줄기 삶아 양념무침해 주웠고 아부라기와 쏘세지를 섞어 이 역시 양념해 넣었고, 조기 구워서 먹기좋게 짧게 찟어 발라서 넣어줬고 커피믹스 10 여개와 사탕 한주먹을 싸 주웠다. 허구헌날 잔소리 해대며 웬수같이 하더니만 속내는 그게 아니였나 보다.
사실 마누라지만 아니 내마누라지만 뭐하나 나무랄게 없는 여자 아니던가. 저리 때론 표덕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다 내 못난 탓에 저리 변하지 않았을가나. 나이 먹어 끼니를 챙겨 주는것도 싫음직한데 평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하다가도 시골 다녀 오겠노라고 하면 은근히 걱정반 하면서 지세상 만난듯 남몰래 좋아하는듯 할때는 사믓 고개를 갸우뚱해 지기도 한다.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서 먹는게 좋은거냐고 묻고 나 허기를 달래고 나니 마루 구석진 곳에 다소곳이 있는 4년째가 되어가는 발효된 유자차가 보인다. 발호되여서 유자향은 제대로 안 나지만 비오는 날 어느 차엔들 비교하랴. 커피보트에 뜨겁게 물을 끓여 살포시 물을 붓는다. 한모금하니 달코름한 유자맛이 온몸을 파고든다.
첫댓글 내 첫사랑이 지금옆에서 30년동안 있다고 고백하면...
뭇 남성들이 돌 던지겠지요?
서울은 새벽 4시부터 쬐끔씩 내리다가
오전에 조금 내리고 그냥 멎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이가 다 알아도 오로지 한사람은 알아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한때는 우겼지.ㅋ
내겐 누구던가???? 벌써 가물가물...
클났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