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가슴마다 (40편)
/ 모네타
분식집은 조그마한 실내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5-6개 세트로 놓여있다
낡은 벽지가 붙어있는 실내벽에는
아이들의 낙서가 괴발새발 적혀있고
낙서는 친구의 이름이나 노래가사
좋아하는 남친이나 여친이름이 검정 볼펜으로
빼곡히 겹쳐져 써 있다
해순이와 지우가 안쪽 테이블에 앉자
분식점 아줌마가 ‘지우왔구나’
하면서 반갑게 다가온다
“지우야 요샌 뭘 하느라 안 왔어
니가 안 오니 니 친구들도 못 보잖아“
친근한 인사말을 건네며 주문을 받아간다
해순이는 지우를 보며 활달한 성격은
꼭 K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씨 도둑질은 못한다고’
“지우는 학교에서도 인기가 좋은 모양이야”
“아니에요
그냥 아이들 하고 여러 번 떡볶이랑
라면을 먹으러 왔어요
반에서 아주 친한 7명 친구들이 있거든요
개네들하고는 2학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같은 반이었어요“
조금 있다 주문한 튀김이랑 떡복이가
나오고 분식점 아줌마는 해순이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러자 낌새를 챈 지우가 아줌마에게
해순이대신 말해준다
“아줌마
이 아줌마는 우리 엄마 친구분이래요
우리 엄마가 프랑스에 유학갔는데요
이 아줌마에게 나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을 해서 나를 보러 우정 온거에요“
“그렇니
난 또 너와 아주 많이 닮아서...“
분식점 아줌마는 해순이가 아무런 말이 없자
무안해서 혼자 중얼거리며 주방으로
간다
“아줌마 괜찮아요
저 아줌마는 잘 모르고 하는거에요
그런데요
우리 엄마는 아직도 프랑스에 계셔요
할머니가 그랬는데요
엄마는 프랑스에 유학갔는데 소식도 없고
돌아올 생각도 안한다고 그랬어요
아마 거기서 살 모양이라고요“
해순이는 지우의 말에 가슴이 막히고
말문이 막혀온다
사실은 말 못할 사정이 많았는데
자기가 지우를 남기고 떠난 것은 분명 나쁘지만
돌아오지 못한 것은 불가피하고
피할 수없는 사정이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말해보았자 과연 누가 이해해주고
같이 공감해줄까
해순이는 할 말을 눈물로 감추고
서러운 감정을 숨기고 말한다
“응, 너희 엄마는 프랑스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아마 귀국이 늦어질 모양이다
그래서 나에게 국제전화가 와서
지우를 찾아보고 잘 지내는지 알려달라고
여러 번 부탁을 했어“
“엄마가 프랑스에 유학간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지우는 떡볶이를 입에 넣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린다
잘 이해가 안되는 표정이다
그러자 해순이는 지우를 위해 자신이
프랑스에서 겪은 사실을 남 얘기처럼
말해준다
“지우야 !
너희 엄마는 거기에 살려고 돌아오지
않은 것은 아니야
그래서 니가 걱정도 되고 엄마를 원망할까봐
이 아줌마를 너에게 보냈잖아
엄마는 프랑스에 2년 유학일정으로 갔는데
현지 사정으로 적응을 못해 2년 연장되었고
그동안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하느라고 귀국이 늦어졌던거야
곧 귀국하면 너를 찾아올거야
너 엄마 보고싶지 않어?"
지우는 엄마 얘기를 듣자 보고 싶은 지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맺힌 눈물을 소매깃으로 훔치고
지우는 해순이에게 묻는다
“저는 엄마를 원망 안 해요
아빠가 늘 저에게 말하고 했어요
엄마는 절대로 지우를 버리지는 않는다고
단지 무슨 사정이 있는거라고
우리 엄마 다친데는 괜찮아요?
그리고 언제 온데요 “
해순이는 그말을 듣고 마음이 아려오면서
‘지우야 내가 엄마다’ 라고
외치고 싶다
“그런데요
아빠는 늘 엄마를 그리워하고
가끔 시간이 나면 엄마 얘기를 해주지만
할머니는 절대로 말하지 못하게 해요
엄마 얘기를 하면 혼나고요
회초리를 맞아요
그래서 엄마를 보고싶다고 그립다고
말 못해요“
지우는 말하면서 엄마가 그리운 모양이다
가슴속에 맺힌 한을 삭이면서
해순이는 조용히 말한다
“아줌마가 지우를 만났고 지우의 건강한
모습을 너희 엄마에게 전할게
아마 이 소식을 들으면 너희 엄마도
무척이나 좋아할 걸“
“맞아요 아줌마가 엄마에게
빨리 오라고 말씀해 주세요
지우가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요
저 우리 엄마 많이 보고싶어요“
지우는 바로 앞의 아줌마가 엄마인지도
모르고 마냥 엄마를 그리워한다
“그래 그럴게
그런데 아줌마가 지우를 자주 보러와도
될까? “
그 말에 지우는 활짝 웃으면서 좋아한다
엄마 친구이니 자기 엄마같이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세요
그런데요 제가 일주일에 4일은 학원에
다녀요
2일은 학원 공부하고요, 2일은 플루우트
배우러 예능 학원에 다니고
토요일은 안 되고요
금요일만 시간이 나요“
“그러니?
그럼 금요일에 올게
저기 건너편에 보이는 제과점있지
우리 거기서 만나자
시간은 3시쯤이면 어떨까?
그리고 아줌마 전화번호를 적어줄테니
간직하고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줘
참, 그리고 할머니에게는 비밀이다
지우와 아줌마만 알아야 돼“
“예, 알았어요
저도 비밀로 할거니 우리 엄마 소식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주셔야 돼요“
“할머니가 매일 지우가 하교할 때
지우를 마중나오니? “
“예, 거의 매일 나와요
아빠가 지금 외국에 출장 중이거든요
아프거나 바쁜 일이 있는 날은 빼고요“
“그럼 아줌마가 지우를 보러
금요일에 와도 할머니가 있으면 지우를
보기 곤란하잖아“
“아줌마 그건 걱정하지 미세요
제가 할머니에게 금요일에는 학교에서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니 오지 말라고
할께요“
지우를 처음 만난 그날 이후
해순이는 일주일에 한 번 지우를 보러
잠실에 왔고
지우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은
모두 사 줄려고 노력했다
단지 할머니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약속하고.
K의 어머니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해순이다
얼마나 미웠으면 자기 엄마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을까
K가 참 고맙다
무정하게 떠나버린 자기를 아직도 잊지 않고
이해할려고 하며
아직도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지우를
키우고 산다고 지우가 말했을 때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
자기는 K를 배신하고 결혼까지 하고
또한 이혼도 했지 않았는가
해순이는 지우를 위해 모든 헌신의 노력을
기울였고 지우의 근처만 맴돌았다
그러나 거짓말도 시간이 지나면
들통이 나는 법
처음에는 자기 엄마 친구인 줄 알고
좋아했던 지우는 해순이가 지극정성으로
지우에게 잘하자
어렴풋이 무언가 낌새를 채어 갔다
어느 날 지우는 해순이에게
자기 엄마같다고 했으며
혹시 우리 엄마 아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여러 번
아니라고 부인하던 해순이는 감정이 복받혀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지우를 만난 지 반년이 지난 금요일에
자기가 지우의 엄마라고 말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무척 미안해하고
거짓말과 지우를 버린 것의 용서를 빌었다
지우는 자기가 생각했던 엄마의 모습과
똑같이 일치하는 해순이가 엄마이고,
할머니 보살핌에 자라면서
늘 엄마있는 아이들이 부러웠는데
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너무 좋았다
해순이는 지우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알까봐
할머니 눈에 안 띠는 것만 챙겨주었고
할머니가 알면 이 행복도,
지우를 만나 행복한 시간들도 모두
끝날 것을 생각하면 노심초사 하루에도
여러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K는 일본에 1년 기한으로 출장가서
곧 돌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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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시길요
다행이네요,,,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약간은 선선하 날씨입니다
즐거운 시간들로 꾸며보시길요
잘 보고 갑니다 저는 딸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