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의 한시 '독좌'
●서거정의 한시 ‘독좌(獨坐)’
獨坐無來客 독좌무래객 (홀로 앉아 찾아오는 손님도 없이)
空庭雨氣昏 공정우기혼 (빈 뜰엔 비 기운만 어둑하구나.)
魚搖荷葉動 어요하엽동 (물고기가 흔드는지 연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 작답수초번 (까치가 밟았는가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琴潤絃猶響 금윤현유향 (거문고 젖었어도 줄에서는 소리가 나고)
爐寒火尙存 로한화상존 (화로는 싸늘한데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泥途妨出入 니도방출입 (진흙길이 출입을 가로 막으니)
終日可關門 종일가관문 (하루 종일 문을 닫아걸고 있으리.)
< 시어 및 시구 풀이>
* 1구 : 세속과의 거리감 표현.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는 표현은 벼슬길에서 물러났음을 암시 고독하고 외로운 처지를 드러냄
* 2구 : ‘빈 뜰’은 화자가 바라보는 외적 풍경이기도 하지만, 지은이의 공허한 내면을 비유 ‘비 기운까지 어둑함’으로 인해 고독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조성함
* 3, 4구 : 대구를 이루는 시행. 1-2행의 고요함과 3-4행의 움직임이 대비되고 있다.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관찰] 고요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 5, 6구 : 대구법이 사용된 시행. ‘거문고’와 ‘화로’는 화자 자신을 비유한 객관적 상관물. ‘거문고가 젖고, 화로가 차갑다’는 것은 벼슬길에서 물러난 상황의 비유이며,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러나 ‘소리’가 나고 ‘불씨’가 남아 있다는 표현을 통해 화자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자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련이 드러난 행이다. 청각, 촉각을 통한 감각적 표현이 보임
* 7, 8구 : ‘진흙길’은 화자의 출입을 막는 ‘장애물’이고, ‘길’은 세상 또는 벼슬로 나가는 통로의 기능을 한다. 외적인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단절’로 인하여[원인] 8행의 ‘문 걸고 스스로 유폐’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진흙길’은 때에 따라서는 벼슬길의 당쟁 등 어지러운 정치 현실을 암시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8행은 외적 현실과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속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겠다는 담담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음 시구와 의미상 상통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웃절 중이 여섯 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조찰히 늙은 사나히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다? -정지용, ‘장수산 1’
●핵심정리
▶갈래 : 한시
▶형식 : 5언 율시(律詩)
▶성격 : 서정적, 비유적, 상징적, 비판적
▶표현 및 특징
① 자연물을 통해 화자의 처지와 내면 심리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② 자연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현재의 상황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③ 경련에서 ‘거문고의 소리’와 ‘화로의 불씨’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화자는 세상에 나아가 자신의 포부를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아직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제재 : 은일지사의 삶
▶주제 : 홀로 있는 날의 외로움 / 외로운 현실을 벗어나려는 소망 / 은거하는 삶에서 느끼는 고독
▶표현상의 특징
공간적 이미를 통해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고, 화자가 처한 정치적 현실을 우의적 [다른 사물에 빗대서 은연중 어떤 의미를 비춤]으로 표현함.
대구법 : 3,4행 / 5,6행
대조법 : 1,2행 정(靜) ↔ 3,4행 동(動)) / 싸늘한 화로 ↔ 불씨(냉온감각의 대조)
●짜임
*수(1˜2행) : 홀로 외롭게 앉아 있음
*함(3˜4행) :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마음
*경(5˜6행) : 관직에 나가고 싶은 마음
*미(7˜8행) : 세상에 나아갈 때를 기다림
●이해와 감상
출입을 가로막는 진흙길이 상징하듯 불우한 정치적 현실 속에서 문을 닫아걸고 칩거하는 작가의 고독한 모습을 그린 한시이다. 전체적으로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여전히 소리가 나는 거문고와 불씨가 남아 있는 화로라는 상징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다시금 강조하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추가>
1 「독좌 獨坐」의 감상 : <정민-국문학자>
→서거정은 조선 전기의 유명한 문장가
→일견 속세를 떠나 칩거하고 있는 은사의 유유한 생활을 노래한 작품인 듯하지만, 속사정을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찾아오는 손님 없이 혼자 앉아 있다는 1구는, 아무도 나를 찾아올 리 없다는 체념과 그래도 혹시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다림의 마음이 뒤섞인 모순된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2구에서 빈뜰은 시인의 텅 빈 허전한 내면을 상징한다. 빗기운이 어둑하다는 것은 우중충해진 자신의 기분 상태를 말한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고, 시인은 찌푸려 흐린 날씨에 빈 뜰을 그저 허허롭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제3~4구의 이해
→3․4구에서 시인의 시선은 물고기가 흔들어 움직이는 연잎의 살랑거림, 까치가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의 일렁거림을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을 실제로 본 것인가? 그는 지금 서재나 마루에서 빈 뜨락을 내다보고 있을 터이다. 그러니 마당 연못, 그것도 연꽃 아래 물고기의 모습이 보일 까닭이 없다. 그러니까 <물고기가 흔들었다>는 진술은 시인의 추정이다.
→주변의 사소한 변화도 민감하게 포착하는 그의 반응을 통해서 우리는 변화에 대한 그의 강렬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이렇듯 전 4구는 시인이 고독할 뿐 아니라 몹시 권태로워서 변화를 갈망하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5~6구의 이해
→습기를 잔뜩 머금어 눅눅한 거문고와 싸늘하게 식은 화로가 등장한다.
→거문고는 비 기운에 습기를 잔뜩 머금어 소리가 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퉁겨보니 뜻밖에 소리가 난다.
→화로는 손을 대어보니 싸늘하여 불씨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헤집어보니 불씨가 그래도 남아 있다.
→그는 왜 갑자가 거문과와 화로로 화제를 돌렸을까.
⇒소리가 안 나는 거문고와 불씨가 꺼진 화로는 제 기능을 상실해버린 상태를 의미하고, 소리가 안 날 줄 알았는데 소리가 나고, 불씨가 없을 줄 알았는데 불씨가 있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여도 아직 쓸모를 간직하고 있음을 뜻한다.
→거문고와 화로의 원관념은 바로 시인 자신인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은 결국 지금 세상이 쓸모 없다고 자신을 버려도, 나는 아직 가슴 속에 경국제세의 포부를 아직 간직하고 있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7~8구의 이해
→이제 7, 8구의 문맥이 비로소 소연해지고 명백해진다.
→진흙탕 길이 정상적인 출입을 가로막고 있으니 나가지 않고 문을 닫아걸고 있겠노라는 것이다. 진흙탕 길은 곧 뜻있는 인사가 자신의 경륜과 포부를 펼칠 수 없도록 억압하고 제한하는 현실의 상황을 말한다.
→서거정이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홀로 앉아 있음>의 참 의미는 하수상한 시절에 때를 기다리는 오롯한 몸가짐과 기다림이었던 것이다.
소결론
⇒이 시를 표면적으로 볼 때는 선비의 유유자적한 생활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시인이 세워 놓은 이미지들―[젖은 거문고] [싸늘한 화로] [물고기] [까치] 등―을 잘 되짚어 읽어보면 이 시가 시인의 말도 못할 갈등과 좌절, 그리고 숨은 열정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독좌 獨坐」의 감상 : <말타-말하지 않고 말하기>
서거정(徐居正)의 〈독좌(獨坐)〉란 작품이다. 일견 속세를 떠나 칩거하고 있는 은사의 유유한 생활을 노래한 작품인듯 하지만, 속사정을 따져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찾아오는 손님 없이 혼자 앉아 있다는 1구는, 아무도 나를 찾아올 리가 없다는 체념과, 그래도 혹시 누군가 오지는 않을까 하는 기다림의 마음이 뒤섞인 모순된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결국 아무도 오지 않고, 시인은 찌푸려 흐린 날씨에 빈 뜰을 그저 허허롭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3.4구에서 시인의 시선은 물고기가 흔들어 움직이는 연잎의 살랑거림, 까치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에 나뭇가지의 일렁거림을 포착하고 있다. 주변의 사소한 변화도 민감하게 포착하는 그의 반응을 통해 우리는 변화에 대한 그의 강렬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지금 서재나 마루에서 빈 뜨락을 내다보고 있다. 그러니 마당 연못, 그것도 연꽃 아래 물고기의 모습이 보일 까닭이 없다. 그러니까 `물고기가 흔들었다`는 진술은 시인의 추정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까치도 보지 못했으나 나뭇가지의 일렁임을 통해 상황을 짐작하고 있다. 이렇듯 전 4구는 시인이 매우 고독할 뿐 아니라 권태롭고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5.6구를 보자. 이번에는 습기를 잔뜩 머금어 눅눅한 거문고와 싸늘하게 식은 화로가 등장한다. 거문고는 비 기운에 습기를 잔뜩 머금어 소리가 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뚱겨 보니 뜻밖에 소리가 난다. 화로는 손을 대어 보니 싸늘하여 불씨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헤집어 보니 불씨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왜 갑자기 거문고와 화로로 화제를 돌렸을까. 소리가 안나는 거문고와 불씨가 꺼진 화로는 제 기능을 상실해 버린 상태를 의미하고, 소리가 안날 줄 알았는데 소리가 나고, 불씨가 없을 줄 알았는데 불씨가 있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쓸모 없이 보여도 그 안에는 아직 쓸모를 간직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거문고와 화로의 원관념은 바로 시인 자신인 것을 알 수 있겠다. 시인은 결국 지금 세상이 쓸모 없다고 자신을 버려도, 나는 아직 가슴 속에 경국제세(經國濟世)에의 포부를 간직하고 있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비로소 7.8구의 문맥이 소연해진다. 진흙탕 길이 정상적인 출입을 가로 막고 있으니 나가지 않고 문을 닫아 걸고 있겠노라는 것이다. 진흙탕 길은 곧 뜻있는 인사로 하여금 자신의 경륜과 포부를 펼칠 수 없도록 억압하고 제한하는 현실의 상황을 말한다. 대개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야 우리는 서거정의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홀로 앉아 있음`의 참 의미는 하수상한 시절에 때를 기다리는 오롯한 몸가짐과 기다림이었던 것이다.
●더 알아보기
●출제목록
-2007년 6월 2학년 성취도 평가
== 출처: '이문수의 국어사랑'에 첨가함.
독좌(獨坐)
서 거 정
獨坐無來客 독좌무래객 찾아오는 손님 없어 홀로 앉아 있자니
空庭雨氣昏 공정우기혼 빈 뜰엔 비 기운만 어둑하구나.
魚搖荷葉動 어요하엽동 물고기가 흔드는지 연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翻 작답수초번 까치가 밟았는가 나뭇가지 흔들린다.
琴潤絃猶響 금윤현유향 거문고가 젖었어도 줄에서는 소리가 나고
爐寒火尙存 노한화상존 화로는 싸늘한데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泥途妨出入 니도방출입 진흙길이 출입을 가로막으니
終日可關門 종일가관문 하루 종일 문을 닫아걸고 있으리.
<시어 및 시구 풀이>
* 1구 : 세속과의 거리감 표현.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는 표현은 벼슬길에서 물러났음을 암시
고독하고 외로운 처지를 드러냄
* 2구 : ‘빈 뜰’은 화자가 바라보는 외적 풍경이기도 하지만, 지은이의 공허한 내면을 비유
‘비 기운까지 어둑함’으로 인해 고독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조성함
* 3, 4구 : 대구를 이루는 시행. 1-2행의 고요함과 3-4행의 움직임이 대비되고 있다.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관찰] 고요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 5, 6구 : 대구법이 사용된 시행. ‘거문고’와 ‘화로’는 화자 자신을 비유한 객관적 상관물.
‘거문고가 젖고, 화로가 차갑다’는 것은 벼슬길에서 물러난 상황의 비유이며, 세상에
서 버림받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러나 ‘소리’가 나고 ‘불씨’가 남아 있다는 표현
을 통해 화자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자 자신의 능력과 가
치를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련이 드러난 행이다. 청각, 촉각을 통한
감각적 표현이 보임
* 7, 8구 : ‘진흙길’은 화자의 출입을 막는 ‘장애물’이고, ‘길’은 세상 또는 벼슬로 나가는 통로
의 기능을 한다. 외적인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단절’로 인하여[원인] 8행의 ‘문
걸고 스스로 유폐’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진흙길’은 때에 따라서는 벼슬길의
당쟁 등 어지러운 정치 현실을 암시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8행은 외적 현실과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속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
적’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겠다는 담담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 다음 시구와 의미상 상통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
다 - 백석, ‘나와 나타샹하 흰 당나귀’
웃절 중이 여섯 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조찰히 늙은 사나히의 남긴 내
음새를 줏는다? - 정지용, ‘장수산 1’
■ 핵심 정리
* 해제 : 이 시는 적막한 집에서 홀로 외로이 지내는 심정을 노래하면서, 자신의 존재와 가치
를 세상에 다시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자세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거문고
소리와 화로의 불씨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 아직 건재함을 내보이고 흙길과 같은 혼
탁한 정치 현실 속에서도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드러내는 등 화자의 심리가 적절한
사물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 갈래 : 한시(오언율시)
* 성격 : 서정적, 묘사적, 감각적, 비유적
* 주제 : 은거하는 삶에서 느끼는 고독
* 표현 : 공간적 이미를 통해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고, 화자가 처한 정치적 현실을 우의적
[다른 사물에 빗대서 은연중 어떤 의미를 비춤]으로 표현함.
대구법 : 3,4행 / 5,6행
대조법 : 1,2행 정(靜) ↔ 3,4행 동(動)) / 싸늘한 화로 ↔ 불씨(냉온감각의 대조)
* 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