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의 장날은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 같은 신통방통한 요술주머니 같았다. 그래서 장날은 으레 기다림과 설렘으로 잘 버무려진 새콤달콤한 눈깔사탕 같은 유혹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을 어귀 혹은 신작로 어디선가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목이 한 뼘쯤 쏙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필경 그 기다림 끝에 맞보게 될 꿀맛 같은 과실이야말로 하루 종일을 허비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몸서리쳐지는 짜릿함을 안기곤 했으니까.
마을 앞에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마중을 나왔던 악동들의 마음은 풍선처럼 마냥 부풀어 오르곤 했다. 버스가 제아무리 매연과 먼지를 긴 꼬리처럼 매달고 내달릴지라도 와하고 일제히 버스 꽁무니를 뒤쫓던 악동들의 마음은 그 순간만큼 세상에서 가장 풍족한 부자가 된 까닭이다.
비록 그 기대가 무참하게 허물어지는 배반의 순간이 오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윽고 눈물 콧물 다 빼고 "니 엄니 죽었을 때도 그렇게는 서럽게 안울 것"이라는 핀잔 속에 군밤 몇 대 쥐어 박히고 난 후 손에 쥘 수 있었던 갠 엿은 너무도 달았다. 까맣던 손이 하얗게 표백이 될 때까지 핥고 또 핥던 기억 속의 장날은, 그러나 이제는 없다.
이제 아이들은 장날 따윈 기다리지 않는다. 젊은 축들도 별반 장을 찾지 않는 눈치다. 이제 24시간 영업하는 슈퍼나 마트에 가면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지천에 깔려 있으니까. 당연 기다림의 미학도 가슴 떨리는 설렘의 재미도 없다.
눈알이 핑핑 돌아가게 만드는 이 엄청난 속도와 소비의 시대에, 나는 곧잘 길을 잃곤 한다. 백화점에서, 지하상가 모퉁이에서 그리고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
좁아터진 시장골목. 그리고 왁자지껄 흥정하는 사람들. 하지만 시장에서 사람들은 웬만해서 길을 잃거나 뒤엉키지 않는다. 시장에도 나름대로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5일을 기다려 장을 찾을 줄 아는 사람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에 가면 여유가 있다. 그래서 5일장은 여전히 정겹다. 사람의 정이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들은 한번쯤 시골장에 가볼 일이다. 아직도 메마르지 않은 인심이 있어, 한 바구니 가득 그 인심 담아온다면 다음 장날이 또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얼마 전 무심코 화순장엘 갔다가 느꼈던 생각을 적어봤다.
뱀발=동면중학교 6회 동창회(회장 김두환)가 오는 28일 오후 7시 화순읍 광덕지구 미륭아파트 옆 화성숯불갈비에서 모임을 갖습니다. 동창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