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하루사이에 벚꽃의 개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퇴근후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나가며 어디로 갈지를 고민하게 된다.
아직 산에는 꽃들이 덜 피었고 천변길에는 활짝 피기 시작했는데 이쪽 성복천 보다는 죽전 이후 탄천변이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고...
그런데 무작정 뛰어서 가기엔 왕복으론 거리가 너무 길어져 부담이 되기에 적당히 어디 중간쯤에 주차를 해두고 한쪽 방향을 잡아 왔다갔다 하는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분당지역을 다음지도로 살펴보다보니 시가지의 맨 아래쪽 격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부근이 주차를 해놓기엔 적당한 곳으로 보이길래 거기를 네비로 찍고 뽀뽀녀석을 데리고 출발~
퇴근시간대라 여기저기 교통이 밀려 혼잡한 틈을 뚫고 목적지에 이르니 굳이 교회 주차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천변 자체가 공원주차장으로 열려있어 얼마든지 편하게 주차를 할 수가 있다.
하긴 여기는 주택이나 상가 밀집지역이 아니니...하지만 수도권에서 이렇게 아무 조건도 없이 차를 세워놓을 곳도 흔치는 않은데... 어쨌든 다행이다.
7시 무렵에 무사히 주차를 마치고 탄천 산책로로 내려서니 날이 잔뜩 흐려서 이미 어둑어둑 해진 상태이고 가로등이 막 켜지기 시작했지만 여의도나 도심처럼 꽃구경을 할 정도로 밝지가 않아 그냥 꽃들이 죄다 흑백으로만 보인다.
여기까지 큰맘 먹고 왔으니 일단 본전은 뽑아야 되는데...
그런 마음으로 천변 자전거길을 속보로 걸으며 다리를 하나둘씩 지나고 또 지나게 된다.
불정교, 금곡교, 신기교, 정자교, 궁내교, 백궁교, 백현교, 수내교, 서현교를 지나고 뚝방위로 올라가 중앙공원을 둘러보고 역순으로 내려오는데 돌아오는 길엔 급기야 참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속보모드에서 런닝모드로 바뀌고 비에 젖은 강아지와 세입자 아저씨가 쫄딱 망해가지고 싼타페를 타게 된다.
갈때 이동거리가 5.5Km쯤 되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탄천이 아닌 분당천으로 잘못 들어섰다가 시내구간을 관통하기도 했는데 거리는 거의 차이가 없는 듯.
촌놈이 도심 멋지다는데에 가서 꽃구경 한번 하려다가 혼쭐만 나고 돌아왔지만 그것도 나름 좋은 추억이 될 듯.
다음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와서 적당한데다 놔두고 한강까지 뛰어갔다가 오던지 하는 것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