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가지 않았어야 할 길
지금도 가지 않은 길
길에 서서 방황할 때 방향을 알려 주시고 바른 길로 들어서길 오래도록 기다려 주셨던 분.
모교 창문여자 중학교...
학교앞 등교 시간을 지나는데....노인 한분이 학생들 등교 지도를 하고 있다.
옛적 담임 선생님 생각이 나서 ...자세히 보니..그분이셨다.
오늘 문득 딸아이의 교복을 다녀놓고 슬쩍 입어 본다.
훌쩍 커버린 아이의 몸집.
때문에 교복이 헐렁하다.
거울에 서 있는 늙은 학생...ㅎㅎㅎ.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의 어디를 봐도 애쓴 흔적만 있는 것 같다. 피식 웃음이 난다.
....
우연히 은사님을 뵈니 참 미묘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 시절 부담 없는 평범한 외모로 내가 중학 2학년에 담임을 맡으셨던 역사 선생님.
선생님은 학교 옆 조그만 단독 주택이었던 사택에 사셨는데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쪼로록 달려가
토마토니 과자니 알아서 찾아먹고 놀이터처럼 놀다오곤 했었다.
얼굴은 가물하지만 사모님이 무척 예쁘셨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선생님과는 안 어울린다며 친구들과 농을 나누던게 선연하다.
사시는 집과 학교가 가까우니 당연히 등교 시에 학교 정문 앞 문지기 역할을 중학 삼년 내내 하셨다.
물론 내가 학교 다니기 전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하셨을 터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선생님이...
역시...그시절 그 특유의 몸짓을 하시고 교문앞을 지키고 계신 것이다.
학창시절 밝고 명랑했던 나는 수업시간에 뭐 장난 칠꺼리 없나하고 궁리를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
남녀 공학이 아닌 여자중학교에서 짖궂은 남학생 역할을 두루 맡아 한 것도 나였다.
가끔은 딴 생각을 하다가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수업시간이란 것도 잊어버리고
딴짓을 하다가...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기가 빈번했다. 그러면 선생님도 무슨 생각이신지 수업 중에 설명을 하시다 말고는 응하고 마주 인사를 받아 주시기가 일쑤였다.
그리고는 아참 이거 아닌데 하셨는지 너 인사한놈..왈순아지매.. 나와 ..하고 단상 앞으로 부르셔서는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부른 나의 별명이다...왈순..아지매..아지매...하셨다...
점심시간이면 나무젓가락만 들고 교실로 오셔서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탐 내시곤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점심시간을 지내는지, 어떤 친구가 어떤 반찬을 싸왔는지,
누가 도시락 없이 점심시간을 보내는지 살피 셨던 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하다.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늘 활발히 웃으시고 아이들에게 장난하시고, 재미있으셨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선생님이라고 지금의 나처럼 더러는 화나고 더러는 힘겨운 일 없으셨겠나 하고 생각을 하니,
마치 학교로 와서 학생들을 보면 엔돌핀이 솟는 분이 아니셨었나 싶다.
직업이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면 얼마나 세상이 좋을까?
돈 버는 일은 겁이라고 한다.
돈이 무거울수록 겁이 많아서 근심도 많아진다고..,
겁이 많이 쌓이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이 행복하다면 더 바랄게 없을 텐데 말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돈을 버는 직업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 잘 적응하고 인격적 인간을 만들어 가는 훌륭한 직업 임에는 틀림이 없다. 무엇이 되었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가르치려는 목적을 떠나 가르치는 사람에
동화 되어가는것도 중요한 것이므로...
조, 종례 시간에 한마디씩 남겨주신 선생님의 말씀들이 오래도록 남아, 나에게 곧은 길을 가게도, 길에 서서 되돌아 보게도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내쳐 그 길을 달려 나가게도 하니 말이다.
물컹한 떡을 맞추어서 처음 교복 입은 신입 중학생이었던 딸아이와 몇년전에 은사님을 찾아 뵈었었다.
아이가 커가고 내가 나이 먹은 만큼 선생님도 꼭 그 세월만큼 저 만치로 물러가 얼굴과 표정에 힘겨움이 계셔 보였지만,
그 사그라 들지 않는 청년의 눈빛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계셨다.
일년을 다시 이렇게 살았노라고 선생님을 찾아가 응석을 피우는 귀여운 제자가 되리라.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국사 교과서 어느 대목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선생님이 전해 주셨던 학생들의 대한 사랑의 말씀과 웃음은 아직도 마음에 가득하다.
오래도록 선생님이 건강하게 사시길 기도해본다.
첫댓글 부럽네 요코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분도 안계신데....언니가 둘 있는데 둘 다 학교 선생이고 올케도 학교선생인데...나는 학교선생이 싫어..선생님에 대한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걸랑...학창시절에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릴라는 지금 훌륭한 선생이여~~
^^ 건강조심하고....바쁜 릴라...
고마웡 산호세~그나마 검도 하면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지....
누구나 선생님들을 많이 거쳐가지만 자신에게 각별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한두분쯤은 있을것입니다
많이 맞아서 기억에 남는단건 잘못된거고 유달리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선생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중학교때 여자 국어선생님.. 고등학교1학년때 담임선생님.. 전 이두분의 선생님이 남더군요..
찾아뵌적은 없지만... 두분의 공통점은 체벌을 하여 올바른 길로 가게 하신분이 아니라
이상하게 나에게 사랑으로 대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편애하는건 선생님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일텐데요.. 아마도 착해보이는 학생.. 뭔가 돌봐주고픈 학생에게 그러겠죠...선생님들은^^
그러고 보니 내가 만난 좋은 선생님은 붓다, 노자, 장자, 공자, 오쇼......등등인 것 같다....
선배님! ㅎㅎ 전 좀 있다가 그 학교를 다녀서인지 어느 선생님이신지 모르겠네요. 혹시 백발에 마르신 선생님 말씀하시는지요? 기억이 날듯도~ ㅎㅎㅎ 내일이 캠푸네요~ 이번에도 신나는 캠프겠지요?
허거덕....나나가 후배였군...ㅋㅋ 마자마자...그 선생님이야..백발에 좀 마르시고 키좀 작으시고...ㅋㅋ
앗! 나나님 여기서 또 만나게 되네여 ㅎㅎㅎ 피할 수 없는 우리 사이 운명인갑다 ㅋㅋ 선생님이라, 동방님이 선생님이시라는데 좋은 선생님임이 분명하다에 오백원 겁니다 ㅎㅎ 릴라도 훌륭한 선생님, 나나님도 그럴 것 같구.. 헌데 붓다는 선생님 되면 저게 잘할 수 있을까 ㅎㅎ
아마 학생들에게 오쇼 얘기를 막 하겠지? 인도가서 산야스 받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당신처럼 소개팅이나 하러 다니라 하것어
붓다...소개팅이 나쁜건 아니야...ㅋㅋㅋ
좋은 이성을 만나서 마음 나누고 사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데...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오쇼도 명상도 깜빡하게 될껄???? ㅎㅎㅎㅎㅎ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모든 일에 무심이되고...그 사람때문에 모든걸 놓게 되고, 그 사람때문에....지복의 세계속에 빠져서...
그사람 때문에...나도 버리고...오로지 사랑속에만 있을꺼거든.....ㅎㅎ
그 좋은 걸 나 혼자 해야지 왜 애들을 부추겨? 좋은건 혼자서 하는거여 ^-^
프요코님 그건 경험을 통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여.. ^-^ 그러니 뭐 얘기해봤자.. 이해가 안될꺼임
그러게 나에게도 기억에 남은 선생님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