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시간으로 새벽 1시가 넘었다. 초저녁에 집사람하고 중국 영화 House of Flying Daggers (비도문,이었던가?)를 다시 보고 있었는데 말타고 오는 추적자들과 막 싸움이 시작되려는 장면까지만 기억나는 걸 보니 10여분만에 잠들었나 보다. 요의가 있어 깨고 보니 소파에 혼자 잠들어있었다.
몇시간 후 날이 밝기 전에 시카고를 향해 출장을 떠나기로 되어있다. 시카고 "향"이라고 한 것은 가다가 중간에 Urbana-Champaign에 있는 일리노이 대학을 들려서 두 시간쯤 지체하고, 오후 3시쯤 약속되어 있는 모 전자업체와의 미팅을 위해 시카고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그 회사 일을 해주었고, 두어가지 프로젝트가 더 협의 중인데, 이런 쪽에도 도움이 되어줄 수 있겠다 싶은 분야가 있어 그쪽 부문의 책임 간부를 소개받아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었다. 말하자면 잠재 고객의 needs를 파악하기 위한 예비조사인데 문제가 많았으면 좋겠다. 문제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그 회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solution이 될 수 있으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크게 보면 reverse logistics가 main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략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은 특별한 제한없이 기업에서 하는 모든 일이다. Reverse Logistics 분야가 제품 판매 이후의 물류라는 뜻이지만, 시장의 수요가 다양 복잡해지면서사실 물류라고 국한해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콜센터도 있어야 하고, 서비스 네트웍도 있어야 하고, 부품 공급도 해줘야 하고, 소비자 방문 교환도 필요하고, 반품 처리도 해야하고.... 예전에 판매/마케팅 분야에 일할 때보다 복잡하다. Business의 기본 원리는 마찬가지이지만.
내 사무실이 있는 약 10만 sq ft 건물에는 매일 수백대의 TV, Minitor 또는 LCD 패널들이 입고되고, 검사되고, 같은 수량만큼이 미국 또는 아시아의 나라들로 떠난다. 시장에서의 반품들을 검사 분류하여 클린룸에서 수리하여 재생할 것은 재생하고, 제조업체의 품질 보증 기간(warranty)이 남아있는 것은 그쪽으로 보내고 그 수량만큼의 교환품을 받아 품질검사를 거쳐 보관하다가 시장에 재공급해주는 일이다. 중요 고객은 삼성, Lenovo, IBM, 기타 중국 제조업체들 (FOXCONN, TPV등)이고, 그외에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여러 업체들이다.
시카고에서 만나기로 한 S사는 일본 유명 전자업체인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 졸업 후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어쩌다 보니 60여개국을 돌아다니거나 살게 되었고,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통령이거나 국무총리이기도 했고, 백인이기도 했고, 흑인이기도 했다. 유태인이기도 하고 아랍인이기도 했고, 전형적인 앵글로 색슨 백인이기도 했는데,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인종별로 어떤 성향같은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의 성향이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다. 경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도 있다. 어떤 부류는 처음 한 시간에 의기투합되기도 하지만, 어떤 부류는 끝도 없이 견적만 요구하면서 결론은 꽝인 경우도 있다. 결론이 빠른 경우의 전형적인 타입은 아랍계인 것 같다. Take it or Leave it이다. 사막을 여행하면서 장사해온 그들에게 시간은 돈이다. 이런 경향은 네델란드 사람들에게서도 보인다. 책임자가 직접 의사 결정에 관여하여 결정을 내버린다. 한국인들처럼 실무 담당자가 다소 불필요해보이는 페이퍼웍으로 시간 허비하는 광경을 보지 못했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1불에 너무 집착한다. 수많은 정치집단들 간의 싸움에 치여 살면서 돈이 최고다,라는 배금주의, 현실주의가 몸에 밴 것 같다. 그래도 중국인들은 양반이다. 유대인들은 1센트에 집착한다. 협상이 다 끝난 것 같은데도 마지막까지 1센트라도 더 챙기려고 한다. 일흔 넘은 허연 할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센트를 구걸(?)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여기서 양보하면 안된다. 그럼 다른 명목으로 또 1센트를 요구해 온다. 찔러봤더니 들어가면 계속 찔러온다. 양보할 필요도 없다. 그는 이미 이익이 되는 것으로 계산 다 끝났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한국인들은? 복잡하다. 논리와 이유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다소 지겨울 정도의 데이타와 페이퍼웍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책임자가 어떤 휠링이 들면 방향이 잘 안바뀐다. 이것이 좀 위험하거나 무모할 때도 있다. 말하자면, 고집인데, 이것이 맞다,라고 한번 생각하면 아무리 객관적인 데이타를 보여줘도 안바뀐다. 한국 경영자들이 좋아하는 독대의 위험성이다. 대통령이고 사장이고 먼저 독대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누가 대통령을 독대하는가가 바로 권력의 척도가 된다.
한국인들의 이런 성향은 정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번 어떤 정당을 지지하면 죽어도 안바뀐다. 부산의 한나라당, 목포의 민주당 사랑이 그렇고, 어버이 연합이란 곳이 또 그렇다. 브랜드 선호도도 그렇다. 아무리 제품에 문제가 있고 바가지를 씌워도 금성이 좋다는 사람은 삼성을 원수처럼 여긴다. 김씨성을 가진 사람에게 한번 사기를 당하면 세상의 모든 김씨는 사기꾼이다. 누가 한 친구에 대해 험담을 하면 그 친구는 졸지에 병신같은 놈이 되어 학교에서 왕따가 된다. 이유가 없다.
잘못되거나 불충분한 정보에서 갖게 된 편견,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정말 위험하다. 히틀러의 인종 편견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한두시간이라도 좀 자야겠다.
첫댓글 너 혹시 최춘순과 만나보지 않았니?
아들이 UIUC 공대 졸업반인데 그 곳을 항수가 지났구나. 활발히 일하는 모습 보기 좋다.
나중에 내게 이메일로 연락하기 바란다. shkong7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