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년 4.10 총선 'D-2'에...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한마디로 ‘역대급’ 총선이다. 좋은 의미여야 할 텐데 불행히도 ‘안 좋은’ 쪽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외면하고 싶지만, 이 ‘역대급’ 면면을 제대로 알고 반드시 투표하자.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22대 총선, 그 역대급 선거
이번 총선은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고 ‘비례대표위성정당’ 꼼수도 다시 등장했고, ‘막말’을 많이 듣다보니 선거에서 의제가 보이지 않는 정책 의제 실종 선거가 되었다.
○ 그걸 또 한다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4년 전 선거에서 얼마나 뜨거운 이슈였는지 기억할 것이다. 꼼수라며 엄청나게 욕을 먹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또 보게 됐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이당 아니면 저당, 빨강 아니면 파랑의 양극 체제 정치를 바꾸고 표를 받은 비율만큼 의석을 나누자는 취지로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 기회를 열어서 더 다양한 정치를 도모하려는 목적이었다.
그 결과 21대 국회에서 양당이 차지하는 의석 비율은 17대 국회 이후 가장 높아졌다. 다시 말해 군소정당 몫은 줄이드는 제도의 목적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편 비례대표 의석수는 유불리 계산에서 한치도 물러날 수 없는 양당이 맞서는 과정에서 1석이 줄어 46석이 됐다. 의석수도 줄고, 위성정당이 군소정당 몫을 가져가는 양극 체제의 정치를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 코미디 같은 장면
원내 진출을 노린 군소정당이 난립하면서 웃지 못할 당명들이 생겨나는 일도 있었다. 가가호호, 히시태그 같은 것을 써서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렬되는 투표용지 맨 윗줄이나 아랫줄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은 ‘가가’ 덕분에 원외정당 중 맨 앞줄을 차지하는 줄 알고 했지만 ‘가가국민참여신당’이 끼어들며 둘째줄로 밀려났다. ‘해시태그’ 대신 ‘히시태그’를 정당명에 써서 눈에 잘 띄는 맨 뒷줄을 차지하려는 정당도 있다.
우리는 또다시 4년 후에 불완전한 선거제도를 들고 나타나지 않게 사회가 감시해야 하고 그러한 뜻과 의지가있는 정당에 투표 해야한다.
○ 아이고, 와이리 시끄럽노?
참 말 많은 선거다. 후보자들과 양당 선거 지휘자들의 험한 말들을 다채롭게 보고 들었다. 투기, 변호 이력, 부모찬스 등 후보자들이 살아온 궤적이나 가치관이 일반 국민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양당 모두 공정한 선발 원칙이 작동하는 ‘시스템 공천’을 말했지만 막말에 자질 논란으로 후보가 2번이나 바뀐 정당사 초유의 야당 지역구도 나왔다. 정작 후보자의 과거 SNS 글만 검색해도 나오는 문제적 발언들조차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정치 유튜브 등에서 인지도를 높인 인물이 점점 정치권에 발탁되면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공적인 언어를 구사할 필요가 없던 이들이 공인으로 살겠다고 나서면서 과거에 한 발언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사실상 거대 양당 체제로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상대만 꺾으면 되는 식의 극단적인 네거티브로 막말, 부적절한 변호 이력, 부동산 투기 등으로 여러 명의 후보가 날아간 선거 3일 남겨둔 지금까지 후보자 자질이나 막말로 시끄럽다. 각 정당이 더 꼼꼼하고 엄격하게 후보자들을 검증해야 하는것은 유튜브와 SNS 시대에 맞는 검증법을 새로이 고민할 때다.
○ 복수혈전?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 한동훈 부장은 한직으로 여러 차례 좌천됐고, 윤석열 총장은 감찰과 징계의 대상이 됐다.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동훈 부장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한동훈 장관은 여당의 대표로 비상대책위원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이름을 넣은 정당 대표가 되어 반 윤석열, 한동훈 인사들과 함께 등장했다. 사적인 복수는 짜릿하고 통쾌할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와 그 복수에 깊이 이입한 이들에게만 해당된다. 복수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 서사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킨다. 복수 말고 세상사의 다른 현안들을 궁금해 하는 유권자들이 더 많다.
○ 지극히 이타적인 선거판
이번 총선 흐름은 ‘내가 잘해서’ 주도하는 판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해서’ 주도하는 판이되었다.
초반에는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는 듯하다가 2월 중순 이후 민주당이 공천 진통을 겪으면서 국민의힘이 낙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기 시작했지만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인한 의사와 정부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고 대통령실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발언에 대한 문제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거 흐름의 주요 변곡점마다 정책이나 비전 대신 누군가의 실책이 존재하는 형국인 것은 웃픈 정치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잘해서 이길 테니 선택해 달라’가 아니라 ‘우리가 참패할지 모르니 결집하고 지지해달라고 한다.
비례성이 크게 후퇴하고, 막말이 역대급으로 많이 관찰된 총선에 끊이지 않는 복수 서사에 피로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은 선거 국면에서 희비가 엇갈릴 때는 누군가 잘할 때가 아닌, 누군가 실수할 때였다.
○ 정치 과잉인가 부족인가
정치에 피로한 장면들이 많다보니 우리는 대체로 정치가 ‘과도하다’고 느끼고 정치가 과잉인 사회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확실히 정치가 넘실대는 시대인 것처럼 보는 것이다.
정치 과잉은 표피적 현실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독재 및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오랫동안 억압당한 집단적 기억이 남아 있어서일까. 당시에 ‘행정’은 강했지만 ‘정치’는 거의 부재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은 정치를 살려야 한다. 또 다시 반정치 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치가 실종된 것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정치의 부재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치는 토론과 타협을 바탕으로 작동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범죄자의 ‘복수’의 모멘텀이 더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은 선거 과정에서 서로를 숱하게 고소 고발했다.
그러다보니 정치가 실종된 공간을 사법이 파고든다. 한국 정치는 이제 거의 모든 정치 의제와 사안, 절차와 과정이 사법화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와 정부, 의회와 정당으로서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궤도 이탈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나라정치에서 법률가 출신 정치인들이 양쪽 모두에서 정치 양극화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은,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하는 대화와 타협의 실종, 곧 정치 붕괴와 악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정의 중심 의제와 논란, 심지어 개인 선호와 증오감조차 법무 영역을 맡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논란이 된 영역과 인물들은 거의 전부 법무 민정 검찰 부문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치를 혐오하지는 말아야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탈정치’가 아니라 ‘작동하는 정치’이기에 신성한 한 표를 버리지 않겠다는 다수의 작은 마음이 모여 차라리 차악을 선택하더라도 제일 나쁜 최악의 후보나 정당은 심판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를 혐오하는 것은 손쉬운 선택이지만 정치가 작동해야 뭐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결코 약하지 않다 결정적인 때마다 정치를 작동하게 한 사례들은 많다.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도 많지만 ‘심판’의 기능만큼은 확실하다. 승자독식의 이 선거제에 따르면 소수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최악의 정치세력은 확실하게 심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지겹고 신물날 때, 지겹고 신물나게 하는 것들에게 지지 말자는 다짐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 어쨌든 정치는 중요하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니까.
개인의 범죄에서 빠져 나가려고 국정의 모든 것을 발목을 잡는 정치인이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하겠는가? 반드시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