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이상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2011.10.25.)
정주영
머리말_진취적인 기상과 신념이 기적의 열쇠
나는 확고한 신념과 불굴의 노력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인류 역사나 세계 각국의 발전사를 보면 이 지구상의 많은 국가, 기업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해 오고 있다.
어제의 선진국이 오늘은 한없이 영락한 세계의 환자가 되어 있는가 하면 어제는 대수롭지 않았던 기업이 오늘 대단한 기업으로 변신해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나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국가면 국가, 기업이면 기업의 중추를 이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진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가에 있다고 생각한ㄷ.
우리나라 5천년 역사를 표본으로 보아도 그 긴 역사를 통해 진취적인 기상이 살아 있을 때는 대륙으로 한없이 발전해 나갔었지만 그 기상이 꺾인 후로는 이렇다할 발전이 없었다.
진취적인 기상을 상실했기 때문에 육지로도 바다로도 뻗어나갈 생각은 않고, 이 좁디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집안끼리 형제끼리 서로 다투는 데만 긴 세월을 허비한 것이다.
세계사를 보아도 고대에는 그리스와 로마, 근대는 스페인 포르투갈들이 모두 선진국으로 세계를 제패했었다.
중남미에서는 브라질은 포르투갈어, 그밖의 여러 나라는 스페인어를 자기나라 말로 쓰고 있다.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 나라 조상들이 과거 얼마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기상으로 세계를 무대로 누볐는가 알 수가 있다.
그들은 배를 만들어 타고 바다로 나가 풍랑을 헤치며 전쟁을 하면서 미지를 개척해 자기 나라의 부와 번영을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어느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그대로 남아 있지 않다.
진취적인 기상이 한 번 꺽이자 그 상태로 오랜 세월을 주저 않은 채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강대했던 로마제국 역시 흥청망청 사치와 부패와 게으름이 극에 달해 급기야는 국방조차 용병에 맡겼다가 결국은 패망했고, 과거의 대영제국도 오늘에는 그저 지난날의 영화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 반면에 진취적인 기상을 잃지 않은 나라들은 어떤 역경도 극복, 계속 발전하고 있다.
독일은 1차대전에 패하고도 다시 일어나 2차 대전을 일으킬 만큼 힘을 모았고, 그 전쟁에 또 패하고도 다시 일어나 오늘날 경제대국이 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숙원의 민족통일까지 해냈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2차 대전으로 인류 사상 최초의 원자폭탄을 맞고 완전 폐허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궁핍 가운데도 굳세게 일어나 공신력이나 자본 동원 능력으로 훨씬 앞서 있던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오늘날 세계 첫째 가는 경제대국이 되어 있다.
과거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고 축적한 기술이 아무리 많고 제반 여건이 아무리 좋다 해도, 현재의 우리한테 불굴의 개척정신, 창의적인 노력, 진취적인 기상이 없다면 오늘의 영광이 옛일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우리나라는 길고 긴 잠에서 겨우 깨어나 60년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이제는 세계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이 비약적인 발전에 우리 현대가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나는 자부한다. 현대가 한국 경제를 선도하고 오늘날 놀랄 만큼 성정해서 세계적인 기업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즉각 우리 현대야말로 바로 진취적인 기상과 불굴의 개척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우리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한국 공업사회에서 하나하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왔다.
현대 건설 분야를 개척했고, 조선공업을 일으켰고, 자동차 공업의 활로를 개척했다.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인천제철 하나만 예외로 하고 우리는 모든 산하 기업을 우리손으로 완전 공개경쟁입찰로 매수한 것이며, 그 외 중소기업을 사들였거나 정치적인 힘의 도움으로 수의계약으로 불하받았거나 한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우리는 미국인들의 서부 개척처럼 우리 힘만으로 하나하나 개척해 왔고, 시장 확대 역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정정당당하게 해 왔다.
처음부터 장사가 아닌 생산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나의 의지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의 성과가 현실로 이루러진 것은 우리 현대 사람들의 개척자 정신에 힘 입은 바 크다.
한국 경제는 원칙론적으로 보면 전부 안 될 일 뿐이지 될 일은 하나도 없다. 자본도 자원도 경제전쟁에 이길만한 기술 축적도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산업을 이만큼 끌어올린 것은 오로지 우리의 부족한 모든 부분을 창의성과 진취적인 모험심으로 메우려는 우리의 남다른 사명감과 노력의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업을 중추적으로 끌러온 것은 제철공업이다.
그 당시 통치권자의 진취적인 사고와 확고한 신념의 소산인 포항제철이 있었기 때문에 싼 값으로 철을 공급받아 조선도 자동차도 세게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포항제철을 시작할 때 다른 선진국들은 세계의 철 생산량이 과잉이라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포항제철은 갖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통치권자의 신념으로 훌륭하게 성공해서 세계에서의 제철공업 성공에 표본이 되었다.
그들은 우리가 조선소를 만들 때도, 그 후 조선소를 확장할 때마다 세계 조선 용량이 엄청나게 남아 돌아가고 있는 나쁜 상황에 빚내어 조선소를 지어 성공할 것 같으냐는 말을 똑같이 했었다.
그런데 우리는 안될 것이라는 조선소를 만들어,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나란히 세계 최대의 조선소로 군림하고 있다.
논리적으로나 학문적 계수로는 분명 안 될 일이고 못할 일을 우리는 해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조선소에 무수한 난관을 극복하며 정열을 쏟을 때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제학자이며 경제를 담당하는 부총리가 나를 불러, 현대조선소가 성공하면 내 열 손가락에 불을 붙이고 하늘로 올라가겠다며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장담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조선소는 세계 제일의 조선소가 되었으며 그는 아직 땅에서 살고 있다.
오늘날 온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들이 다 하고 남은 일, 선진국들의 제조능력이 모자라서 남은 부분만 찾아 공장을 짓고 선진국들의 손이 모자라서 못 파는 지역만 찾아 물건을 팔려고 한다면 한국의 산업이 할 일은 한 가지도 없다.
선진국들은 우리가 자기들이 하고 남은 부분만 하기를 바라겠지만 남는 것도 없을뿐더러, 그래서는 절대로 발전할 수도 살아남을 수조차 없다.
해양에서 기름을 캔다거나 가스를 캐는 일은 과거 미국, 일본, 프랑스 정도가 했었다.
우리가 이 해양 개발에 뛰어들 때 또 온 세계가 다 무모하다고 했었지만 지금 우리는 인도양의 심해 등 해상에서만 매년 3억 달러어치 이상 원유와 가스생산 공사를 계속하고 있고, 미국과 서구 및 몇 나라가 우리와의 경쟁에 고전하고 있으며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우리가 뒤떨어져 있는 분야라고 주저한다든지, 미지의 분야라고 두려워한다든지, 힘들다고 피한다든지 하는 것은 패배주의이다.
내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도 세계 경제잡지들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 하늘의 별을 딸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는 시장으로 어쩌자고 뛰어든다는 거냐는 식의 논조로 신나게 써댔었다.
일부 식자라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무분별한 짓이라고 했었다.
나는 반도체도 반드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성공해야 한다고 확신했었고, 성공했다.
모든 일의 성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사고와 자세에 달려 있다. 확실히 대단한 모험인 것은 사실이지만 모험이 없으면 제자리걸음 다음에 뒤떨어지고 그 다음은 주저 앉는다.
우리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에 만족하고 헤이해져서는 도로 주저앉게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지금 주춤거리는 상태이고, 갖가지 어려움도 한꺼번에 겹쳐 오는 상황이다.
학자들은 독일을,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하고, 그들은 기적이라는 말을 좋아하는지 우리의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정치과 경제에는 기적은 없는 게 현실이다.
종교에는 기적이 있을 수 도 있겠지만 정치과 경제에는 기적이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경제학자들이 기적이라고 하는 것은 경제학이론으로 또한 수치로는 불가능한 것이 인간의 정신력으로 실현된 데 대한 궁색한 변명 뿐이다.
확실히 우리는 이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우리 국민들이 진취적인 기상과 개척정신, 열정적인 노력을 쏟아 부어 이룬 것이다.
바로 정신의 힘이다.
신념은 불굴의 노력을 창조할 수 있다.
진취적인 정신, 이것이 기적의 열쇠였다.
나는 인간이 스스로 한계라고 규정짓는 일에 도전, 그것을 이루어내는 기쁨을 보람으로 오늘까지 기업을 해왔고 오늘도 여일하게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이 무한한 인간의 잠재력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잠재력을 열심히 활용해서 가능성을 가능으로 이루었던 것이지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단,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필요한 것은 모두 다 배워 내것으로 만든다는 적극적인 생각, 진취적인 자세로 작은 경험을 확대해 큰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에 평생 주저해 본 일이 없을 뿐이다. 목표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이에 상응한 노력만 쏟아 부으면 누구라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이제 나를 세계 수준의 기업 경영자라고 하는 평가도 있는 모양이지만 나 자신은 나를 자본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저 꽤 부유한 노동자일뿐이며, 노동으로 재화를 생산해 내는 사람일 뿐이다.
1991년9월 현대그룹 명예회장실에서 정주영
제1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친구와 노자 47전을 넣고
철도 공사판 막노동 두 달
엉뚱한 덧체 걸린 두 번째 가출
뱃사공의 따귀에 배짱을 키우고
소 판 돈 70원과 부기학원
청개구리 교훈 안고 다시 서울로
신용 하나로 넘겨받은 쌀 가게
50년1월 현대건설의 출발
6.25전란 속을 동생과 함께ㅐ
아이젠하워 방한과 원더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전화위복 그러나 아 장비!
인생의 승패는 행동과 시간
죽음 무릅쓴 해외 건설시장 도전
겁 없이 쑤신 호랑이의 코
경부고속도로와 난공사 당제터널
미래를 위한 울산조선소 착공
사진 한 장 든 봉이 정선달
저 무쇠덩이가 과연 뜰 것인가
오일 달러를 잡아라---중동으로
제2부
피를 끓게 한 20세기 최대 공사
주베일 산업항...그 비장한 낙찰극
담대한 모험, 기자재 대양수송작전
나는 그들을 좋아한다
매미는 겨울을 모른다
약이 된 포드사와의 결별
기업 공개와 아산재단
다섯 번 연임한 전경련 회장
격동의 70년대 후반
국보위와 기업 통폐합
올림픽 유치 책임을 떠맡고
바덴바덴에서의 쎄울 코레아!
자리가 낮아 안 한다는 겁니까?
지도를 바꿔놓은 대역사
이래 저래 빗나간 일해재단
국회 5공 비리 청문회
소련 첫 방문기간의 비망록
40년만에 밟은 평양과 고향땅
인상 좋은 고르비와의 만남
설레임의 신천지 출장일기
제3부
한국인이 환영받는 이유
꿈꾸는 이들의 견본이 되리
기업 경영자는 청지기일 뿐
제발, 정변은 이제 그만
건설업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세계 제일의 자동차를 만들겠다
내일을 심는 시베리아 개발
민간 주도형 경제로 가는 길
경제와 정부의 역할
현대가 한 일, 해야 할 일
근면과 검약이 곧 자본
다같이 깨끗해야 밝은 사회된다
진정한 부자는 누구인가
행복한 삶의 네 가지 조건
고정관념의 벽을 허물라
긍정적인 사고에는 실패가 없다
평범한 아내 신통한 남편
힘들었을 자식들을 위한 변명
아직도 할 일이 태산과 같다
책을 내놓으며/ 나의 삶 나의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