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갖고 있는 징크스는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유래에서는 집단의 징 크스와 거의 비슷하다. 개인 징크스의 상당 부분이 성스러움과 속됨에
대 한 집단 무의식이나 불교, 기독교와 같은 종교의식, 기타 원시신앙이나 상징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생활터전에서 나온 독특한
습관들이 인과관계로 채색돼 징크스로 덧붙여진다. <한겨레 21>이 직장인 1백61명과 학생 1백6명 등 모두 2백67명을 대상으로
벌인 징크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70∼80%가 “징크스 버리는 게 낫다”
직장인 설문조사는 현대그룹과 대우자동차, 엘지그룹, (주)선경에 설문지 를 돌려 징크스를 어느 정도 믿는지와 징크스를 얻게된 경위 등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자의 나이와 직책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업 무·숫자·직장상사 등 항목별로 자신이 갖고 있는 징크스를 자유롭게
복 수 응답하도록 했다. 학생 설문조사는 중앙대 사대부고 3학년생들을 대상 으로 이뤄졌다.
우선 징크스를 어느 정도 믿느냐는 질문에 직장인의 54%가 ‘가끔 믿는다 ’고 대답했다. ‘항상 믿는다’는 응답은 7.5%에 그쳤고,‘전혀
믿지 않 는다’는 응답이 38.5%에 이르렀다. 반면, 학생들에게서는 ‘가끔 믿는다 ’는 응답이 75.5%로 직장인보다 훨씬 많았으며, ‘항상
믿는다’는 응답 도 10.4%나 됐다. ‘전혀 믿지 않는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직장인이나 학생 대부분이 ‘징크스를 버리는 편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직장인 85.1%, 학생 76.4%)해, 징크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징크스를 갖고 있는 편이 낫다’는 응답 은 직장인 11.8%, 학생 22.6%에 그쳤다.
징크스를 얻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제외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 경험이 있어 믿는다’는 응답(직장인
36.7%, 학생 42.5%)이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학생과 직장인이 ‘시험 이나 면접을 볼 때는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직장인
9명, 학생 20명)는 전통적인 대답을 한 것은 주목된다. 이런 조사결과는 한 집단이나 사회에 서 일반화된 징크스는, 한두번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개인의 징크 스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숫자와 관련한 징크스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이나 학생 모두 숫자를 선택 할 때는 짝수보다는 홀수를 고른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직장인 8명,
학 생 12명). 이런 사실은 ‘5월5일 단오’, ‘7월7일 칠석’ 같이 홀수가 겹치는 날을 길일(吉日)로 꼽는 전통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학생들의 경우 ‘6’자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8명)이 ‘4’ 자를 보면 재수가 없다(7명)보다도 많았다. 서양문화권에서
‘사탄의 숫 자’라고 불리는 ‘6’이 한자문화권의 ‘4’자보다도 훨씬 불길한 징크 스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 일과를 거의 직장에서 보내는 탓에 직장인의 징크스는 업무, 직장상 사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아침에
지하 철이나 출근버스를 놓치면 하루종일 일이 안 풀린다’(11명)가 가장 많았 다. 이와 함께 특이하게도 ‘음주한 다음날은 계약이
성사된다’(8명)는 응답이 2위에 올랐다.
직장상사와 관련해서는 ‘지각하는 날은 상사가 먼저 와 있거나 급하게 찾는다’는 징크스가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업무중 게임을 하면 꼭 직
장상사한테 걸린다’는 응답이 2위에 올랐다. 사무실 전산화가 진척되면 서 새로 생긴 풍속도다. 이 밖에 ‘집에 일찍 들어간다고 아내와 약속한
날은 저녁에 꼭 술 약속이 생긴다’거나 ‘집에 모처럼 일찍 들어가면 아 내와 꼭 싸운다’는 징크스도 있었다.
학생들의 징크스는 시험이나 성적과 관련한 것이 1백7명으로 가장 많았다 . 대부분의 학생들이 설문조사에서 시험에 대한 징크스를 1~2개씩
적어냈 다. 요즘 학생들이 시험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생들은 이어 숫자(64명), 동물(38명)의 순으로 징크스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 징크스, 시험-숫자-동물 순
시험과 관련해 학생들은 ‘시험보는 날 미역국을 안 먹는다’거나 ‘시험 을 보기 전날 손톱이나 발톱을 깎지 않는다’(10명)고 응답했다.
숫자와 관련해서는 ‘숫자를 고를 때는 홀수를 고른다’가 가장 많았고, ‘3자를 보면 행운이 온다’(11명)거나 ‘생일과 같은 숫자를 보면 재수가
좋다’ (5명)는 학생도 있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고양이를 밤에 보거나 울음소리를 들으면 불길한 느낌이 든다’‘주일 미사에 빠지면 일주일 동안 안 좋은 일만 생긴다’
고 응답한 것은 혐오스러운 것, 성스러운 것에 대한 집단적 징크스를 보 여준다.
‘머피의 법칙’도 중요한 징크스 가운데 하나이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 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옷을 입고 나가는
날은 꼭 비가 온다’‘성적이 떨어진 통신표는 학교에서 꼭 집에 부친다 ’‘세차하는 날이나 구두를 닦은 날은 꼭 비가 온다’고 응답한 것이 그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종교나 상징의 맥락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경험이 나 생활습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머피의 법칙에 대해 확률론의 잣대를
들이대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당사자인 머피는 실제로 “단순한 습관이므로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