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호 대기 중 앞차 뒤창에 붙은 아주 재미있는 스티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이와 반려견이 타고 있어요. 위급 시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부모 사이에 꽃을 든 아이와 강아지, 고양이 한 마리씩이 나란히 웃고 있는 그림도 함께였습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기본 문구에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등 재미를 더한 스티커는 많이 보았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습니다. 사고 시 아이를 먼저 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를 위해 아이가 타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순간 참 재밌다는 생각과 함께, 이 스티커에는 동물까지 등장하는데 ‘왜 노약자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는 없지?’, 동물도 있는 스티커에서‘아이 먼저 구한 후 다음 순서는 누구일까’에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회사 교육 받을 때 ‘엄마와 아내 중 누구를 먼저 구할래?, 할머니와 동생 중 누구를 먼저 구할래?‘류의 문제에 답하고 자신의 논리로 당위성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꽤 있었습니다.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남편이라면 엄마와 아내 중 누구를 먼저 구할래?’란 질문에 '물어본 사람'이라 답하겠지요. 마음속으론 다른 답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머니가 물어보면 '어머니', 아내가 물어봤으면 '아내'를 답하는 게 가정이 평화로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KT 광고 중 '택배편'은 아버지가 귀가했을 때 유일하게 반겨주는 강아지의 속도를 'FAST'로, 택배 기사가 주문한 물건을 가지고 집에 방문했을 때 발이 안 보이도록 뛰어나오는 가족들의 속도는 'WARP'로
표현하였지요. 유사한 광고가 10년여 전에도 있었습니다. 귀가한 아빠가 “아빠 왔다!”라고 외쳐도 강아지만 쪼르르 달려 나가지만, 택배기사의 “택배요!” 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온 가족이 신나게 뛰어 나가는 광고였는데, 이 광고를 보며 많은 아빠들이 씁쓸한 공감을 했다고 합니다.
어른의, 아버지의 위치가, 위상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앞의 그 스티커에서 아이를 먼저 구하고, 어머니를 구한 뒤 강아지, 고양이 뒤에 마지막으로 구호를 받는 게 현실이 아닐까 하는 웃픈 현실감에 잠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이런 게 ‘기나라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이리라, 강하게 치부해버리기로 합니다. 아래 영국 설문조사도 잊어버리기로 합니다.
무을 보림미술관, 보림선방에서 잠시 잡념을 버리고 예술세계에, 자연의 품에 안겼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120515212
아버지(모셔온 글)=========
2004년 영국문화원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영어를 쓰지 않는 102개국 4만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영어 단어를 물었는데 1위는 역시 어머니였다.
2위는 열정, 3위는 미소, 4위는 사랑이었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7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호박은 40위, 우산은 49위, 캥거루는 50위였는데
그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바로 '아버지'라는 단어였다.
(중략)
어머니는 이길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호박과 우산, 캥거루쯤은 꼭 이길 수 있는 아버지였으면 좋겠다
-----고도원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중 '아버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