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4]『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
언젠가도 썼지만, ‘아내의 집’에는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신간 위주로 두세 권 꼭 있게 마련이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식탁에 놓여 있는 『불편한 편의점』 1, 2권을 보고 화들짝 반가웠다. 어차피 빌리려고 했지만, 사서라도 읽고 싶은 책이었기에 더했다. 만사 제쳐놓고 읽어대기 시작하니(거의 밤샘), 일요일 새벽 임실행 첫차 6시까지 독파할 수 있었다. 뿌듯하다면 뿌듯했다. 편의점을 두 개 운영하는 형에게 ‘꼬오옥 읽어보시라’는 문자를 보냈다. 최근에 읽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에 이은 두 번째 감동이었다. 요즘 소설이 이렇게 재밌는 줄은 정말 몰랐다. 김호연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2021년 베스트셀러라는 말은 들어 알고는 있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다 보니(이게 대체 몇 년만인가?), ‘불편한’이라는 제목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소설의 제목은 ‘친절한’ 아니면 ‘따뜻한’으로 바뀌어야 할 것같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지인 몇 분에게 강추하니, 모두 우천(필자의 호)이 추천하는 것이니 반드시 읽겠다며 좋아했다. 이래서 ‘이문회우以文會友’ 끼리끼리인 모양이다. 솔직히 고백하자. 읽는 내내 눈가에 미소와 눈물이 떠나지 않았다. 마음이 마구마구 따뜻해지고 먹먹했다. ‘편의점’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준수한 소설을 쓴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아아-, 몇 년만에 이렇게 소설에 몰입했던가?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이던가, 당시 내로라하던 중견작가들의 소설을 탐닉한 후 처음같다. 최인호, 조선작, 조해일, 한수산, 이문열, 박범신, 윤흥길, 박완서 등등. 월간지 <문학사상>까지 구독했으니. 신박한 소설, 신조어 <신박하다>가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갔다.
대한민국에 24시 운영하는 편의점(comvinence store)은 몇 천개가 될까? 어쩌면 1만개도 넘지 않을까? 기발했다. 그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몇몇 사람과 편의점을 이용하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손님들 사이에 얽혀지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슬프고 가슴 아프지만, 모든 에피소드가 마치 ‘나의 일’처럼 다가왔다. 이미 연극으로도 히트를 친 모양이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으리라.
아무튼, 스쳐가는 모든 관계들이 서로의 삶을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2권으로 끝날 소설이 아님을 처음부터 눈치챘다. 3, 4권 연작소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따뜻한, 유머러스humorus한 스토리. 출연 인물(알바든, 작가든, 식당주인이든)들의 주변인들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은, 독자들을 살짝살짝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 애정이란 이런 거야’ ‘손님도 별로 없는 이 불편한 편의점이 망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 하는 비결은 바로 이런 거야’ 사장님의 덜 떨어진 아들을 정신 차리게 만든 것이나 방황하는 청소년을 독서지도하는 속깊은 알바생, 전직 경찰 출신이 흥신소 업무를 그만두고 알바를 하면서 주변에 끼치는 긍정의 힘 좀 봐, 정말 대단하잖아. 무엇보다 이름인지 성인지도 모르는 알바생 ‘독고’ 의 성실함과 기억 찾기 좀 봐! 남사친이 남친으로 되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도 너무 흐뭇하잖아.
전개하는 이야기마다 어쩌면 그렇게 재미있고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지? 다시 찬찬히 읽어봐도 재밌겠어. 요즘 작가들의 역량에 실망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아니 다행을 넘어 믿음직해. '연부역강'은 이런 작가들에게 해당하는 말일까? 우리 사회를 보고 모두 각박하다해도 이런 따뜻한 시선이 있으니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사는 게 힘겹고 어려울지라도, 그 얘기를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배려해가며 조심스레 착한 충고를 해주는 주변인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닐까?
『불편한 편의점』, 이 두 권의 소설은 딱 이게 걸맞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구절 구절마다 맛깔스런 표현력이라니, 입에까지 착착 감기던데. 작가가 여자일 것같은데 남자라서 또 한번 놀랐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