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귀신
한번 무서움에 사로잡히자 판술아재는 극심한 공포에 빠졌다. 세상 무서운 줄 몰랐던 판술아재가 한낱 귀신에게 혼을 탈취당하긴 처음이었다.
방금 불알을 당기고 변기 속으로 사라진 하얀 연기 같은 그림자를 따라 변기통을 들여다본 판술아재는 바지도 추스르지 못하고 화장실을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사람 살려라!”
변기통 속에서 심한 구린내가 퍼져 올랐지만 그런 냄새는 안중에도 없었다. 판술아재가 어두컴컴한 변기 속을 들여다봤을 때, 변기 속에서 일렁거리듯 퍼져 있는 하얀 연기는 사람형체였던 것이다.
둥글게 공처럼 뭉쳤다 눌린 오징어처럼 퍼지는 사람형체의 하얀 연기가 변기 속에서 솟아오르는 순간 터져 나온 판술아재의 고함소리는 10리도 더 퍼져 나갈 것 같았지만 아무도 판술아재를 구하러달려 오는 사람은 없었다.
화장실에서 뛰쳐나오긴 했지만, 뒷덜미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기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위해 판술아재는 무릎에 바지를 걸친 체 앞만 보고 뛰었다.
무릎에 걸린 바지 때문에, 몇 발짝 못가 나뒹군 판술아재는 거의 기다시피 한길을 향해 다리 다친 강아지처럼 쩔뚝쩔뚝 내달렸다.
멀리 불빛이 보였다.
“허어 저 사람도 당했군.”
길가의 평상에 앉아 장기를 두던 세 노인이 데굴데굴 굴러오는 판술아재를 발견하고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평소 같으면 노인들의 빈정거리는 소리를 그냥 듣고 넘어 갈 판술아재가 아니었지만, 노인들 앞에 당도한 판술아재는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기쁠 뿐이었다.
겨우 숨을 돌렸다.
장기를 두던 노인들 중, 훈수를 하며 적산옥에 들어 갈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던 노인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 온 판술아재에게 물었다.
“그러길래 그어, 머달라고 들어갔노?”
판술아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설사가 급해서 그랬심니더.”
“설사라? 그라몬 거름되게 아무데나 싸버리지 간도 크다.”
가운데 노인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퍼떡 바지나 올리라. 니 밑에서 덜렁거리는 거기 뭐꼬? 흉칙스럽게.”
판술아재는 노인을 따라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고 화들짝 놀랐다.
축 늘어진 불알이 바지허리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황급히 바지를 추슬러 올린 판술아재는 당장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판술아재는 노인들 앞에 더 서있을 수 없었다.
민망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노인들을 피해 더 밝은 곳으로 자리를 피하려던 판술아재를 불러 세운 노인들이 적산옥의 내력을 끄집어냈다.
그 적산옥은 남해아줌마 말대로 일제시대 때 유명한 기생집이었다.
남해아줌마가 말했다.
“그 집 화장실에 여자빼따구가 말도 몬하게 쌓여있다카데예. 그기 전부 기생들 빼따구 아이겠습니꺼?”
무안댁이 반문했다.
“흐메. 변소가 얼매나 크길래 기생들을 그다 묻었다요? 말도 안돼재?”
남해아줌마가 목소리에 힘을 실어 해명했다.
“내가 한참 도굴하러 다닐 때 들은 이야긴데 그 적산옥변소깊이가 사람 두 길은 넘는다캅디더. 일본 놈들은 원래 변소를 깊이 파지만 그 기생집은 유달리 깊이 팠다카데예.”
“봤나?”
씨락아지매의 말에 판술아재가 남해아줌마대신 말했다.
“그거는 남해 아줌씨 말이 맞소. 그 노인들이 말합디다. 옛날부터 유명한 기생집엔 살인이 잦아 시체를 변소에 묻어버렸다 캅디다.”
찔레네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사람을 변소에 묻다는기 말이되나?”
판술아재가 들은 대로 설명했다.
어느 날이었다.
기생의 머리를 올려주고 초야를 치루는 대가를 비밀경매에 붙이면 내로라하는 실세남자들은 다 모였다. 그러므로 경매의 위력은 대단했다. 비밀사교클럽같은 형태여서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능력과 위상뿐 아니라 사무라이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이라 해서 존경까지 받았다.
기생의 머리를 두 번 올리고 명사가 된 같은 동기인 육군부장에 비해 해군부장은 단 한 번도 머리올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경매에 올인하고 있었다.
“천황폐하의 승전이 완성되기 전까지 숫처녀는 이시로히바리가 마지막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없습니다. 현재 20만엔! 더 없습니까?”
경매개시자가 은밀하게 만든 밀실에서 마지막 입찰자를 독려했다.
지금 시세로 치면 2억에 가까운 입찰이 종결되려는 순간 해군부장이 차고 있던 니폰도를 거꾸로 들었다.
“2십5만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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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팡술 아제 귀신 이야기 잘보았슴니다
감사합니다.
또주말입니다.
이번 주말도 건강하시고 행운넘치는 시간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장편 소설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하세요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또주말입니다.
이번 주말도 건강하시고 행운넘치는 시간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소설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또주말입니다.
이번 주말도 건강하시고 행운넘치는 시간되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