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젊은 세대 그러니까 20~40대가 결코 즐겁지 않은 생활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의 부모세대는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행복했던 세대로 일컬어집니다. 바로 베이비부머세대입니다. 1945년 광복이후 어수선하고 혼란한 사회속에 한국전쟁이 발발했습니다. 한국전쟁은 무려 3년이상이나 계속됐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까지 경험한 세대가 낳은 최초의 세대가 바로 베이비부머들입니다. 1955년생부터 시작됩니다. 지금 나이 69살입니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완전 폐허상태에서 온국민이 좌절속에서도 자그만한 희망을 품게 됩니다. 바로 그때부터 태어나기 시작한 아이들때문입니다. 바로 그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무 것도 없는 황폐함속에서 모종이 되어 이 나라 이 사회에서 자라났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치른 부모 세대는 애지중지 그 모종들을 키워냈습니다. 비록 부모들은 굶어도 자식에게 배고픔의 슬픈 역사를 다시 경험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의 발로였습니다. 자신은 배우지 못했지만 자식들만은 남 부럽지 않게 키우려 온힘을 기울였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은 압축성장이란 요상한 분위기속에 승승장구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나라와 사회는 급성장합니다. 세계 2차대전이후 때마침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건설붐과 경제성장의 물결속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성장의 신기원을 이루어냅니다. 베이비부머들의 대학진학률은 급증합니다. 그런 세대들은 고등학교와 대학 졸업후 넓어진 취직문을 거침없이 열고 입사했습니다. 정말 웬만하면 괜찮다는 대기업에 취직되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은 하면 된다는 사고가 온몸에 가득찼습니다. 그런 베이비부머들이 낳은 자식들이 지금의 20~40대입니다. 일등지상주의와 성적지상주의에 함몰된 베이비부머들은 풍요로움속에 자식들을 교육시켰습니다. 오로지 결과 만능주의속에 제대로 된 과정은 생략된 채 결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자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바로 이것이 병폐였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퇴직에 들어가는 그 시점에 한국은 선진국에 편입됐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선진국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상황속에 이른바 선진국병에 걸리게 됩니다. 내부가 탄탄한 기초없이 올려진 마천루같은 허술함이 사회전반에 가득합니다. 뭔가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부모들로 부터 풍요로움과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전수받은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교육받은 것과 세상은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닳는 데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세대 상당수는 그들의 부모들의 경제적 도움에 의해 40대내지 50대에 내집마련에 성공했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정년퇴직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1988년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에도 상당수가 가입돼 있습니다. 물론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조금 일찍 노후준비를 한 베이비부머들은 퇴직후 그래도 빈곤한 생활은 하지 않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은 그들의 부모세대로부터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이 있습니다. 자신들은 노후에도 결코 부모세대처럼 자식들에게 재산을 모두 헌납하는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내가 번 돈은 나와 배우자가 쓰고 떠나겠다는 생각말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들은 부모를 부양했지만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최초의 세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깨닳은 것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재산을 이유없이 자식들에게 증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식들로부터 부양을 받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재산 상당부분을 증여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준 후 힘들고 불편한 노후를 살아가는 사례가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많이 알려진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가진 생각이 일부 특정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발표된 정부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보다 본인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진 새로운 가치관이라고 언론에서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입니다. 요즘 이른바 노인 신세대에서는 자녀들의 아이들 돌봄도 상당히 꺼리고 있습니다. 평생 고생해서 자식들은 키워놓았는데 그들의 자식들까지 돌봐야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지금 노인 신세대는 사실 예전에 자식들을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 양육했습니다. 그들의 부모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노인 신세대들은 자녀들의 결혼과 자식출산에도 크게 간여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자녀들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나름 폐허속에서 이만큼 나라와 사회의 부강과 부유를 이끌었다는 베이비부머들다운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결혼하라고 성화를 부리는 부모가 없으니 자녀들도 결혼을 서두르거나 결혼과 출산에 대해 그다지 의무감이나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갖지 않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세대 그리고 노인 신세대가 만들고 있는 엄청난 사회 트랜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70살이하 50대후반 노인층 다시말해 베이비부머세대의 새로운 사회현상이 불러오는 변화는 상당합니다. 자식들에게 증여 등을 통한 재산 물려줌이 점차 사라지면서 젊은 세대들의 집마련이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영끌족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입니다.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가 자신들의 나이에 집장만을 한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집장만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능력도 안되는데 빚을 내서 집장만을 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고 망조가 든 형태라고 보이지만 달라진 노인 신세대의 영향으로 보여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속에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 특히 베이비부머세대와의 갈등은 더욱 심도를 더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젊은 세대들은 왜 부유한 노인들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해야 하느냐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베이비부머세대 그리고 노년 신세대가 가져온 이런 저런 현상이 이 사회에 바람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024년 10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