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공무원의 딸 올렌카는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놀이
터 '티보리'를 경영 하고 있는 쿠킨은 그녀의 집 방 한 칸에 세들어 있는 사람이다. 쿠킨이 계속 비
가 내리는 날씨로 해서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을 짓는 것을 본 올렌카는 그를 동정한 나머지 사랑하
기에까지 이르렀다. 남자들이 보기에 올렌카는 한없이 귀여운 여인이었다. 남의 이야기를 무척 즐
거운 듯이 미소 지으면서 들어 주는 올렌카를 보면 어떤 남자든 이 '귀여운 여인'의 손을 잡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쿠킨은 올렌카와 결혼한 뒤에도 음산한 성격이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올렌카는 그것을 그가 뛰
어난 예술가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여 그러한 남자와 결혼한 자기를 아주 다행스럽게 생
각하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행복감도 그리 오래가지를 못했다. 어느 날 밤 날아온 한 통의
전보는 남편 쿠킨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었고, 그것으로 올렌카의 소박한 행복은 날아가고 말았다.
그날부터 올렌카는 계속 울기만 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올렌카는 이따금 만난 일이 있던 목재소
관리인 프스트로프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프스트로프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는 올렌
카에게 결혼을 신청했다. 영화 구경조차 한 일이 없다는 이 성실하기 짝이 없는 남편과 화목하게 6
년을 산 올렌카는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은 감기로 남편을 잃게 되었다.
집에 파묻혀 있기만 하는 올렌카의 위안이 되어 준 것은 수의사 스미르닌이었다. 그녀는 세 번째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스미르닌만을 위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행복도
불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군대의 위촉 수의사인 스미르닌은 소속 연대와 함께 멀리 전근을 가버리
고 만 것이다. 스미르닌을 잃게 된 올렌카는 마치 넋 나간 여인처럼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올렌카는 이미 백발이 성성한 스미르닌과 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기쁜 나머지 그의 가슴에 안겼지만, 그때는 이미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감정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올렌카는 다시금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아 낼 수가 있게 되었다.
그 대상은 옛날과 마찬 가지로 그녀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스미르닌의 외아들이었다. 그녀는 이
제 늙어 남자로부터 사랑받는 여인은 아니었지만, 친어머니 이상으로 그 아이를 사랑할 수가 있었
던 것이다. 그녀는 언제 아이의 친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데리러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불안한 잠
을 자면서도 온종일 그 아이만 지켜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할 대상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