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토렴 / 김경아
나보다 이 자리에 누가 먼저 앉았을까
머쓱한 엉덩이가 데웠을 전철 의자
차창엔 편지 쓰는 듯 흰 눈 툭툭 붙는다
모닥불 쬐고 있는 인력시장 일용직들
뜨끈한 국 한 그릇 말아 줄 손 있다면
세상도 온기에 넘쳐 김이 무럭 나겠다
해질 녘 떨이 못 한 기죽은 배추 위로
먹이에 입질하듯 툭툭 건넨 한두 마디
할머니 얼은 눈빛을 애써 녹인 저녁놀
* 시 감상: - 새벽 일나가는 이들의 체온이 전철 의자에서
시인의 마음과 교류하게 된다
- 순간 이동하듯 시점이 바뀌어
인력 시장의 모닥불 가에서
호명을 기다리며 손바닥 펼치고 있을
하루의 노동을 파는 일용 노동자들에게로 ,
-다시 옵니버스 화면처럼 바뀌어
하루해가 다 가도록 떨이 못한
시들어 버린 좌판 위의 채소 몇단에
목숨줄이 얼어붙은 노모에게로..
토렴은 식은 국수를 여러 차례 뜨거운 물을 부어 데우는ㄴ 어원
시에서 체감되는 불경기와 팍팍한 삶의 고단함이 전이된다
시인의 시선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될때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라는 쇼펜하우어의
상대적 우월의식 ,정신 적 귀족주의에 있지 않다
시란 대상에 진정성을 투사해야 하는 건 아닐른지
나는 운률이 규격인 시조를 모른다
다만 독자로서의 독해일 뿐
- 시 읽남 류윤